[칼럼] 의자놀이
상태바
[칼럼] 의자놀이
  • 최용성
  • 승인 2022.04.01 10:4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용성 변호사·법무법인 공유
최용성 변호사·법무법인 공유

다른 사람이 겪는 불행을 보면 어떤 마음이 생기는가? 맹자는 그럴 때 사람에게 생기는 당연한 마음이 측은지심이라고 하였다. 인간 본성은 선하다고 본 철학자의 말은 여전히 깊은 울림이 있다. 그러나 사람의 마음은 그리 단순하지만은 않다. 안타까움, 슬픔, 도우려는 마음, 죄의식, 나는 괜찮다는 안도감, 우월감 등등 여러 마음이 함께 나타났다 사라질 수도 있다. 찰나에 스쳐 가는 숱한 마음 가운데 어느 것이 진정 내 마음일까?

원시시대 이후로 사람들은 생존을 위해 협동하면서도 늘 타인의 희생이 필요하다고 믿고 살았다. 다른 누군가가, 나를 대신하여, 맹수의 먹잇감이 되거나, 기근일 때에는 먼저 죽어 주거나, (과학적·이성적 사고의 결여로 인하여 누군가 신을 분노하게 하여 재해가 일어난다고 믿은 결과) 신의 분노를 달랠 제물이 되어 주거나, 공포심과 살인 본능을 표출할 대상이 되어 주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냉혹한 자연에 던져진 무지한 인간이 달리 무엇을 할 수 있었겠는가? 이 어두운 마음은 유전자에 깊숙이 각인되어 무의식 속에 숨어 있다가 극단의 상황에서 불쑥불쑥 튀어나온다. ‘어쩔 수 없다’라는 말을 내세우면서 의자놀이처럼, 누군가를 밀어내고 힘겹게 남은 사람들을 비루하게 만드는 경제가 사회에서 통용될 수 있는 심리적 뿌리를 찾다 보면 이런 어두운 인간 본성과 마주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를 활용할 줄 아는 자본은 대체로 성공한다. 남은 자들에게 빈 의자를 차지할 수 있다는 희망을 주면서, 그것이 세상 이치고 당연하다고 속삭인다. 한 의자에 두 사람이 앉을 수도 있거나 한 의자를 둘로 나눌 수 있다는 상상력을 애당초 차단하면서.

그러나, 무엇인가를 위하여 희생양을 만들어 죽이는 것도 인간이지만, 다른 사람을 위하여 자기를 희생하면서 약한 이, 공격받는 이, 같은 처지에 있는 이들과 연대하는 존재도 역시 인간이다. 그것이 인간의 역사이고, 몽매함에서 우리를 깨우쳐 온 계몽 정신의 힘이다. 인간은 이 약육강식의 세상에서, 부조리가 판치는 세상에서 자기를 희생하고 이익을 양보해서라도 연대하여 맞설 줄 아는 그런 존재로도 진화됐다. 그런 존재가 진정 사람이다.

쌍용자동차 사태는 이 엉터리 같은 ‘의자놀이’의 실체를 보여주는 비극적 사건이다. 오랜 시간 국가권력이, 언론이, 자본이 사실을 곡해하고 피해자들을 모욕했고, 많은 이들이 세상을 등졌다. 이 일로 무려 33명의 소중한 사람들을 저세상으로 보내야 했다. 공지영 작가는 <의자놀이>에서 이 야만의 정체를 아주 쉽고 명료하게 드러내 보인다. 특히 충격적인 대목은 정리해고를 위한 회계법인의 회계 조작과 거기에 말려드는 법원의 모습. 다른 관점도 있을 수 있겠지만, 적어도 해고무효 사건의 항소심 판결이 사측 해고의 불법성을 치밀한 논증으로 설득력 있게 판시하였던 점에 비추어 본다면 두고두고 성찰할 지점인 것만은 분명하다. 이 역사적인 항소심 판결이 대법원에서 뒤집혀 결국 노동자들이 패소하였지만 이처럼 정책적 판단이 작용하는 사건에서는 어느 판결이 더 진실에 가까운지 형식논리로만 단정할 수는 없는 일이다.

다가올 시대에 가속화될 ‘노동개혁’이라는 말속에는 노동자를 사람이 아니라 생산요소, 단위로만 보는 천박한 사고가 깔려 있다. 그것은 숨 쉬며 살아가는 노동자 개개인을 추상화하여 결국은 수렁으로 몰아간다. 헌법이 보장한 노동권의 몰락은 결국 사회권 전반의 후퇴, 그리고 약자들의 자유권도 실질적으로 약화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 인권의 고리 중 하나라도 끊어지면 안 된다. 신간도 아닌 <의자놀이>를 다시 보면서 “사람이어서, 사람이기 때문에”를 되뇌는 것도 그 때문이다.

최용성 변호사·법무법인 공유
차용석 공저 『형사소송법 제4판』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xxx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전달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 기사를 후원하시겠습니까? 법률저널과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기사 후원은 무통장 입금으로도 가능합니다”
농협 / 355-0064-0023-33 / (주)법률저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공고&채용속보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