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경쟁과 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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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경쟁과 통제
  • 안혜성 기자
  • 승인 2022.04.01 10:45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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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저널=안혜성 기자] 변호사시험 합격자 발표일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은 굳이 달력을 보고 확인하지 않아도 쉽게 체감할 수 있다. 매년 변호사시헙 합격자 발표를 앞두고 적정한 변호사 배출 규모라거나 로스쿨의 정상화 방안을 찾는 토론회 또는 심포지엄 등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올해도 그랬다. 지난달 22일부터 25일까지 불과 4일 동안에 로스쿨과 법조인 배출을 둘러싼 여러 이슈들을 다루는 토론회와 심포지엄이 3차례나 개최됐다. 법치주의의 근간이 되는 법조인의 선발·양성에 관한 문제는 매우 중요한 사안이기에 더욱 개선하고 발전시키기 위한 공론의 장이 펼쳐지는 것은 환영할만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그런 공론의 장에서 오가는 이야기들이 변호사업계와 로스쿨로 대표되는 양자의 사이에 간격을 좁히기 어려운 이해관계의 골이 존재하고 있음을 보여줄 뿐이라는 것이 문제다. 때문에 그 소중한 공론의 장에서 오가는 이야기들은 매년 대동소이한 모습을 보일 수밖에 없고 솔직히 이제는 좀 식상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올해도 양상은 비슷했다. 대한변호사협회에서 먼저 ‘변호사 수급 정상화 심포지엄’을 통해 신규 변호사 배출 규모를 연간 1000~1200명 수준으로 대폭 감축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이틀 후에는 ‘결원보충제의 문제점과 해결방안 토론회’를 열고 변호사 과잉 배출에 기여하는 로스쿨의 결원보충제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 다음날에는 로스쿨에서 ‘법학전문대학원 도입 성과와 발전방안 심포지엄’에서 50%대에 머물고 있는 변호사시험 합격률을 끌어올릴 수 있는 방안으로 ‘변호사시험의 자격시험화’ 등을 요구하고 나섰다.

기본적으로 한쪽은 변호사 수를 줄여 한정된 파이를 최대한 크게 나눌 수 있게 되기를 바라고 또 다른 한쪽은 로스쿨이 변호사시험 합격률을 걱정하지 않고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변호사 배출 규모를 늘리고 싶어 한다는 점에서 대척점에 서 있다.

변호사들은 지나치게 많은 변호사가 배출됨으로써 법조시장은 과도한 경쟁 속에서 몸살을 앓고 있으며 그에 따라 생계를 걱정하는 변호사들이 생기고 법률서비스의 질적 하락도 우려된다고 한다. 변호사시험의 합격률을 높여야 한다면 부실 로스쿨을 통폐합하는 등의 방식으로 입학정원을 줄여서라도 변호사 배출 규모를 줄여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그에 대한 대답으로 로스쿨에서는 ‘경쟁과 규제’ 카드를 내밀었다. 아직도 법조 문턱은 높고 원하는 법률서비스를 제공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더 좋은 서비스, 더 저렴한 가격으로 치열하게 경쟁하고 또 송무시장에만 매달리지 말고 보다 적극적으로 업역을 개척하라고 말한다. 지나친 경쟁으로 도덕적 해이를 불러오거나 법률서비스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는 규제를 통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고 반박한다.

‘국민의 눈높이’라는 관점에서 변호사 수와 관련된 문제는 로스쿨 측의 의견이 보다 설득력 있다고 본다. 그런 면에서 이상경 서울시립대 원장의 “기존 변호사의 소득을 일정 수준 이상 보전해야 한다는 요구는 국민이 납득하기 어려울 것 같다. 로스쿨 3년까지 다닌 변호사들이 최저생계를 유지하지 못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되고 사회적 지위에 맞는 소득이라면 그걸 공급을 제한해서 유지한다는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는 말은 정곡을 찌른다.

현행 로스쿨 제도에 아쉬운 부분이 많고 그런 부분은 반드시 개선돼야 하지만 적어도 변호사 수를 줄이기 위해 입학정원을 줄인다거나 합격자 수를 인위적으로 통제한다는 주장은 받아들이기 힘들다. 자영업자가 많다고 그 수를 제한할 수 없듯 변호사 역시 실력으로, 더 나은 서비스로 살아남아야 한다. 무한경쟁사회에서 변호사들만 특별히 보호해야 한다는 주장을 국민이 받아들일 수 있을까. 국민이 보기에는 아직도 법률서비스의 문턱은 충분히 낮춰지지 않았고 법조인이 되는 길 역시 그리 넓지 않다. 통제의 대상은 법조인이 되려는 자가 아니라 이미 자격을 취득하고 법조인으로서 커다란 권한과 책임을 부여받은 변호사가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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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국민 2022-04-02 18:40:54
대법원에 따르면 지난 3년간 민사 1심 소송에서 원고나 피고 중 일방 이상이 변호사를 선임하지 못한 '나홀로 소송' 비율이 93%라고 합니다
국민을 위해 합격자수를 늘리지 않고 변호사를 위해 합격자수를 줄인다면 반드시 국민의 심판을 받게 될것입니다

ㅇㅇ 2022-04-01 14:03:07
1000명으로 감축해야 맞음

ㅁㅁㅁ 2022-04-01 12:42:02
예전 시험이랑 지금을 비교해보면 과연 이게 같은 시험인가 싶을정도인데

애초에 기존합격자들의 기득권보호라는 목적으로 합격기준을 이렇게까지 자의적으로 할거였으면 자격시험이란 말을 쓰면 안되는 것이고
그렇게되면 로스쿨이란 제도는 그 존재의 기본적 대전제가 없는 것이 되는 거라서

그래서 정히 그렇게 할거라면 차라리 본인들 소망처럼 마음대로 합격자숫자를 통제해도 제도의 성격에 반하지 않는 사시같은 선발시험제도 돌아가자고 해도
펄쩍 뛰면서 그건 또 안된다면서 로스쿨체제는 유지해야한다고 하고

대체 뭐어쩌자는건지?

ㅋㅋㅋ 2022-04-01 10:55:39
10년이 지나도 아직 정상화논의? 일반적으로 10년이 지나도 아직 정상화 말이 나오면 문닫는게 보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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