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정말 외람되오나, 변호사 자격증 반납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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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정말 외람되오나, 변호사 자격증 반납하세요.
  • 이성진 기자
  • 승인 2022.03.25 11:05
  • 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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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저널=이성진 기자] 화장실 들어갈 때 다르고 나올 때 다르다고는 하지만 생리적 현상을 빌리는 것조차 변(便)님께 죄송한 마음이 든다. 2010년 전국 방방곡곡의 무변촌 해소 등 대국민 법률서비스 확대를 외치며 과천 정부청사 대운동장에 전국 25개 법학전문대학원 재학생 3천여명이 모여 집회를 하던 모습이 기자의 뇌리에는 아직도 생생하다.

“변호사시험 자격시험화” “로스쿨 교육정상화” “법조문턱 낮추기” 등을 관철하기 위해 그들이 들고 내건 형형색색의 다양한 푯말과 현수막, 또 그 사이로 터져 나오는 외침은 결국 변호사시험 합격률을 응시자 대비 70~80% 이상으로 결정해 달라는 것이었다. 특히 무변촌(변호사가 없는 마을)이 수두룩하므로 법조문턱을 더욱 낮춰야 한다는 강변에서는 기성 법조시장에서는 들어보지 못한, 철옹성 같은 대한민국 법조계를 밭갈이할 만한 아주 신선한 감동을 느꼈기에, 당시 현장에서 취재하던 그 짜릿함은 여전히 여운이 감돈다.

하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그 주장들은 허상이었음을, 기성 법조계를 너무나 빼닮은, 아니 오히려 더 견고하게 밥그릇을 지키기 위해, 더 악랄하게 사다리를 걷어차는 모습에 분노를 떨칠 수가 없다. 로스쿨 초기 기수들이 변호사 시험을 거쳐 법조계로 진출하던 2010년대 초반에는 사법연수원(사법시험) 출신도 1,000여 명 쏟아지면서 양 제도를 통해 2,500여 명의 신규 법조인들이 사회로 진출했다. 그런데도 “우리 사회에는 변호사가 부족하다” “우린 시장에서 평가받겠다”며 자퇴서 퍼포먼스까지 펼쳤던 이들이 1,600~1,700명의 신규 변호사 배출도 많다며 그 후배들의 목에 단두대를 대고 있다.

급기야 일부 로스쿨 선배 변호사들은 ‘신규 변호사 1,000명 이하’를 주장하는 기성 법조계와 기가 막히게 공조하며 그들의 소신을 펼치는 모습이다. 더 무서운 것은 기성 법조계에서도 주장하지 않던, “5급 공채 폐지, 변호사 특채 선발”이라는 기상천외한 묘수까지 들고나오고 있으니, 늘 주창하던 다양한 인재를 선발해 적재적소에 유능한 법조인을 진출시켜야 한다던 로스쿨 도입의 취지는 어디로 갔는지, 차마 할 말을 잊게 한다.

법무사, 공인노무사, 세무사, 변리사, 공인중개사 등 법조인접직역들이 너무 많아서, 법조계로 진출해서 보니 법조시장이 너무 포화해서, 등등의 핑계를 대지만 정확히 10여년전 그들은 “합격만 시켜주면, 변호사 자격만 주면 우리가 새로운 시장을 열어가겠습니다”고 자신했다. 또 ‘법조인접직역들이 폐지될 줄 알고 로스쿨에 진학했다’며 신뢰성을 운운하지만, 국민 속으로 들어가겠다던 그들 역시 신뢰를 무너뜨리긴 도긴개긴이다.

출구를 좁히기 위해 로스쿨 정원이라는 입구부터 좁혀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그들이 로스쿨에 진학할 땐 평균 경쟁률이 4대 1이었지만 지금은 6대 1로 치솟았다. 8천여명이던 로스쿨 준비생이 지금은 1만2천을 넘어서고 있는데 정원을 2천명에서 1천5백명 이하로 줄여 변호사시험 합격자를 1천~1천2백가량으로 감축하자는 것이다. 로스쿨 출범 전엔 전국 100여개 대학, 연간 1만여명이 법학과에 진학했지만 지금은 절반도 채 되지 않는 상황이다. 법학이 궤멸하고 법학도가 소멸하면 대한민국의 법률서비스는 결국 로스쿨만을 위한, 로스쿨 출신만을 위한, 독점시장이 된다. 그래도 배가 고프다며 입구와 출구를 더 죌 것이 불 보듯 뻔하다. 제11회 변호사시험 합격자 발표가 한 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더 뽑아야 한다”는 로스쿨측과 “확실히 줄여야 한다”는 법조계측간 전운이 돈다.

로스쿨 제도는 누구를 위해 종을 울려야 할까? 진정 로스쿨 제도가 좋은 것이라면, 제도 발전을 위해 기존 법과대 졸업생들에게 변호사시험을 못 보게 하듯, 기존 법과대 교수들도 로스쿨 강단에서 내려와야 하듯, 신규 변호사 1천명을 주장하려면 지난 10년간 변호사시험에서 1,000 등 이하의 변호사들은 스스로 그 자격증을 반납해야 함이 옳다. 그래서, 우리사회 여느 직역 못지않게 법학·법조계도 비겁하다. 적재적소에 법조인력을 공급하려는 로스쿨 제도의 취지를 고려한다면, 로스쿨 정원을 확대하고 변호사 수도 늘려야 한다. 이를 부정하려면 로스쿨 제도를 폐함이 맞다. 그러니 로스쿨 출신들만이라도 제도의 싹을 자르고, 그 후배들이 오르려는 사다리를 걷어차지는 말아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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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 2022-03-28 15:50:44
이래저래 뒷말 떼쓰기 안나오려면 사법시험이 답이다

로 정화 2022-03-26 07:44:27
시원합니다
1년동안 팽팽 놀다가 발표 한 달전에 심포지엄 개최나 하는 둥 각축전 벌리는 모습 한심합니다
입학정원 축소가 제일 시급해 보입니다

2022-03-25 14:58:22
정말 핵심을 관통하는 글이네요. 사실 선발방식은 필요하다면 사시도 부활시킬 수도 있고, 예시나 방통대 로스쿨도 만들 수 있겠지요. 하지만 더 근본적으로 저렇게 기득권 내지는 선진입자들이 자신들의 이익에 따라 맘대로 숫자를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죠.

로스쿨이 여러문제가 많았지만 법조기득권을 깨고 다양한 사람을 교육시켜 다방면에서 활동시키겠다는 그 취지자체는 좋은 것이었다 생각합니다. 하지만 지금과 같이 그런 취지 하에서 기존에 더 수월하게 합격한 사람들이 저런 식으로 욕심을 부리면서 말을 바꾸고 경쟁자 줄이기에만 힘쓰는 현상황에서는 그런 취지들은 다 무색해졌지요.

이런 문제가 공론화가 되어야하는데 정치권도 사실상 저들과 같은 편에 서서 저들의 이익지키기에 동참하고 있으니 바뀌긴 힘들겠지요

ㅇㅇ 2022-03-25 13:29:30
변시합격률 90~97%육박할때 그때 이것도모자라서
더뽑아달라고 증원하자 개날리치면서
변호사 자격날로 처먹고 이제와서
자기들 자격다땃으니까
변호사수 1000명이하로 줄이자고? ㅋㅋㅋㅋㅋ
인간욕심끝도없다지만 작작해라
이건 진짜 심보자체가 못되처먹은거아니냐?

핵공감 2022-03-25 13:10:52
기자님 시원시원한 기사 감사합니다.
개빡통같은것들한테 뱃지달아주니 한해한해 점입가경이네요.
정말 토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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