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범 변호사의 ‘시사와 법’ (99)-대통령 당선인의 권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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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범 변호사의 ‘시사와 법’ (99)-대통령 당선인의 권한
  • 신종범
  • 승인 2022.03.25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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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범 변호사/법률사무소 누림
신종범 변호사/법률사무소 누림

치열했던 선거 과정 끝에 국민의 힘 윤석열 후보가 제20대 대통령 당선자로 결정되었다. 윤 당선자는 당선 소감 일성으로 국민을 통합하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했다. 무효표 보다도 적은, 불과 0.73% 차이로 당선자가 결정된 치열한 선거였던 만큼 양분된 민심을 통합하겠다는 그의 말에 안도감이 들었다.

새 대통령이 제시할 비전에 대한 기대감도 있었다. 코로나 상황을 극복하고, 어려워진 경제를 어떻게 회복할 것인지, 부동산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현실이 되어버린 기후 위기는 어떻게 극복해 나갈 것인지, 연초부터 계속되고 있는 북한의 위협에는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국제 문제는 어떻게 대처해 나갈 것인지 등에 대해 당선자가 비전을 제시하고, 국민들과 함께 힘을 모아 헤쳐나가길 기대했다.

그런데, 당선자는 전혀 뜻밖의 이슈를 들고 나왔고, 다른 모든 문제들은 이 이슈에 빨려 들고 말았다. 바로 청와대 이전이었다. 청와대를 광화문으로 이전한다고 했을 때만 해도 이렇게까지 논란이 되지는 않았다. 공약으로 이미 광화문으로의 이전을 밝혔고, 전·현직 대통령들도 청와대의 광화문 이전을 공약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갑자기 이전 장소가 용산 국방부 청사로 바뀌면서 국민적 논란으로 확산되었고, 임기를 시작하기도 전에 여야간 쟁점으로 점화되었다.

청와대를 국방부로 이전하면 국방부, 합참, 직할부대 등도 연쇄적으로 이전해야 하는데 그 기간 동안 안보 공백은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청와대와 그 부속시설 뿐만 아니라 국방부, 합참, 직할부대 등이 이전하는데 따른 천문학적 비용은 어떻게 감당할 것인지, 보안 및 경호 문제는 어떻게 할 것인지, 개발제한에 따른 주민들의 재산권 침해와 생활상의 불편은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등 많은 논란이 있었지만, 당선자는 스스로 국민 앞에 서서 청와대를 용산 국방부 청사로 옮기겠다고 발표했다. 나아가 그는 새롭게 옮긴 집무실에서 취임일인 5월 10일 집무를 시작하겠다고 했다. 여기서 또 하나의 논란이 더해졌다. 그의 말대로 취임일에 국방부 청사에서 집무를 시작하려면 그 전에 청와대 집무실을 국방부 청사로 이전하고, 국방부는 다른 곳으로 이전해야 하는데, 대통령 당선자에게 임기 시작 전 대통령 집무실과 국방부 등 정부기관 및 군사시설의 이전을 명할 권한이 있느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대통령직 인수에 관한 법률」(대통령직인수법)을 살펴보아야 한다. ‘대통령직인수법’은 대통령 당선인으로서의 지위와 권한을 명확히 하고 대통령직 인수를 원활하게 하는 데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국정운영의 계속성과 안정성을 도모함을 목적으로 제정되었는데 이에 따르면 대통령 당선인은 대통령 당선인으로 결정된 때부터 대통령 임기 시작일 전날까지 그 지위를 갖고, 이 법에서 정하고 있는 대통령직 인수를 위하여 필요한 권한을 갖는다.

‘대통령직인수법’에 따르면, 대통령 당선인은 국무총리 및 국무위원 후보자 지명권,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구성권 등을 갖고.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① 정부의 조직·기능 및 예산현황의 파악, ② 새 정부의 정책기조를 설정하기 위한 준비, ③ 대통령의 취임행사 등 관련 업무의 준비, ④ 대통령당선인의 요청에 따른 국무총리 및 국무위원 후보자에 대한 검증, ⑤ 그 밖에 대통령직 인수에 필요한 사항의 업무를 수행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이에 따라 대통령 당선인은 ‘대통령직인수법’에 따라 국무총리 및 국무위원 후보자를 지명하고, 대통령직 인수위를 구성하여 대통령직 인수에 필요한 사항의 업무를 수행하도록 할 권한을 갖는다. 그러나, 대통령 집무실을 옮기고, 국방부 등 정부기관과 군사시설을 이전하는 것은 현직 대통령의 권한이지 임기가 시작되지도 않은 대통령 당선인의 권한이 아니다.

결국, 윤석열 당선자가 그의 계획대로 취임일에 용산 국방부 청사로 옮겨진 대통령 집무실에서 집무를 시작하려면 현직 대통령인 문재인 대통령의 협조가 필요한데, 문재인 대통령이 "새 정부 출범까지 얼마 남지 않은 촉박한 시일 안에 국방부, 합참, 대통령 집무실과 비서실 등 보좌기구, 경호처 등을 이전한다는 계획은 무리한 면이 있어 보인다" 면서 "시간에 쫓겨야 할 급박한 사정이 있지 않다면 국방부, 합참, 청와대 모두 더 준비된 가운데 이전을 추진하는 게 순리" 라고 밝히면서 제동이 걸렸다.

대다수 국민들은 장기화된 코로나로 생계를 위협받고 있고, 얼마 전 발생한 산불로 많은 이재민이 발생하여 극심한 고통을 겪고 있다. 국민들은 새로운 대통령이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고, 대한민국을 밝은 미래로 이끌어 주길 기대하고 있다. 과문해서인지 몰라도 대통령 집무실 이전이 이러한 위기 극복보다 더 중요한 문제인지 모르겠다. 대통령 당선인이 국민의 마음을 다시한번 헤아려 주길 기대한다.

신종범 변호사/법률사무소 누림
http://blog.naver.com/sjb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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