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희섭의 정치학-20대 대선과 향후 한국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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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의 정치학-20대 대선과 향후 한국 정치
  • 신희섭
  • 승인 2022.03.17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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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 정치학 박사 한국지정학연구원 원장 / 베리타스법학원전임 / 『일상이 정치』 저자
신희섭 정치학 박사
한국지정학연구원 원장 / 베리타스법학원전임 / 『일상이 정치』 저자

20대 대선이 끝났다. 이번 선거는 두 가지 점에서 이전 대통령선거와 확실히 구분된다. 첫째, 후보자 본인과 배우자 누가 더 위험이 많은지를 두고 경쟁한 선거였다. 둘째, 가장 박빙의 경쟁을 보여주었다. 득표율 0.73% 차이로 단지 24만 7천 표(윤석열 후보 1,639만 표로 48.56%와 이재명 후보 1614만 표로 47.83%)로 승패가 갈렸다. 선거는 끝났지만, 선거의 영향은 이후 한국 정치지형을 구축할 것이다. 이를 분석하도록 한다.

첫 번째, 이번 대선은 각 진영 간 경쟁이 가장 격렬했다. 20대 대선이 대통령선거 사상 가장 적은 득표 차이의 선거는 아니다. 1963년 5대 대선에서 박정희 후보(470만 표)가 윤보선 후보(454만 표)에게 단 15만 표 차로 신승을 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이때 두 후보 간 득표율 차이는 1.55%였다. 그 뒤에 15대 대선에서는 1,032만 표를 받은 김대중 후보가 993만 표의 이회창 후보에 대해 1.53% 차이로 승리한 적이 있다. 그런데 이번 선거는 두 후보 간 득표율 차이가 0.73%다. 두 후보는 모두 1,600만 표 이상을 얻었다. 그만큼 ‘누군가를 당선시켜야겠다’라는 의지나 절대 ‘누군가를 탈락시켜야겠다’라는 의지가 강렬했던 선거였다고 볼 수 있다. 전취 혹은 전무(all-or-nothing)의 극한 게임. 그러니 다음 선거에서 진영의 결집은 더 강렬해질 것이다.

두 번째, 이번 대선에서도 이념과 지역 정체성뿐 아니라 세대, 젠더 문제가 중요하게 작동했다. 우선 진보와 보수의 이념 투표는 이번에도 동일하게 나타났다. 영호남이라는 지역 정체성도 작동했다. 영남지역은 높게는 75%(대구)에서 낮게는 54%(울산)로 윤석열 후보를 지지했다. 호남지역은 높게는 86.1%(전남)에서 낮게는 82.98%(전북)로 이재명 후보를 지지했다. 역대 선거에서 당선자를 잘 맞추는 충청(세종시 제외)은 이번에도 높게는 51.08%(충남)에서 낮게는 49.55%(대전)로 윤석열 후보를 조금 더 지지했다. 서울은 윤석열 후보(50.66%)를 이재명 후보(45.73%)보다 지지했지만, 경기에선 이재명 후보(50.94%)가 윤석열 후보(45.62%)보다 높은 지지를 받았다. 이는 18대 대선의 결과와 정반대다.

세대별 지지도 차이가 보였다. 방송사 출구조사 결과를 기준으로 볼 때 60대 이상은 윤석렬 후보를 64.8%로 지지했다. 70대 이상의 경우는 69.9%로 윤 후보 지지율이 더 높아진다. 반면 40대의 경우는 60.5%가 이재명 후보를 지지했고, 50대는 52.4%가 이재명 후보를 지지했다. 30대의 경우는 윤석열 후보(48.1%)를 이재명 후보(46.3%)보다 조금 더 높게 지지했다. 20대 이하는 이재명 후보(47.8%)를 윤석열 후보(45.5%)보다 조금 더 지지했다. 세대를 일률적으로 특징화하는 것은 무리가 있지만, 비유하자면 산업화세대(60대 이상)는 보수성향이 높고, 민주화 세대(4, 50대)는 진보적 성향이 높고, 정보통신혁명세대라고 할 수 있는 MZ 세대의 성향은 20대와 30대 사이에도 다소 차이를 보이는 것이다.

방송사 출구조사에 근거한 세대별 투표율은 높은 순으로 보면 60대 이상 84.4%, 50대 81.9%, 40대 70.4%, 30대 69.3%, 20대 이하 65.3%로 나타난다. 이는 나이가 많아질수록 투표율이 높아지는 연령효과(age effect)를 잘 보여준다.

투표율은 인구 구성과 관련해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먼저 전체 유권자 수다. 2012년 18대 대선에서 전체 유권자 수는 4,046만 명이었다. 이는 전체 인구 5,099만 명의 79.3%에 해당한다. 17대 대선 전체 유권자 수는 3,765만 명이었다. 2002년 16대 대선의 유권자 수는 3,499만 명이었다. 그런데 이번 대선은 4,419만 명이다. 10년 전보다는 373만 명이 늘어난 것이고, 20년 전보다는 920만 명이 늘어난 것이다.

다음으로 세대별 분포다. 최근 출산율이 점차 낮아지는 것을 감안하면 유권자가 고령화되고 있다. 실제 이번 대선에서 60대 이상 유권자는 1,313만 명(60대 722만 명으로 전체 유권자의 16.4%, 70대 이상은 590만으로 13.4%)으로 전체 유권자의 29.8%에 해당한다. 60대 이상 유권자는 2017년 대선 때 보다 276만 명이 증가했다. 반면 50대는 862만 명으로 19.5%이고, 40대는 815만 명으로 18.5%이다. 30대가 667만 명으로 15.1%이고, 20대가 659만 명으로 14.9%이고 18세와 19세는 98만 명으로 2.2%에 해당한다.

그렇게 보면 전체 유권자의 38%에 해당하는 40대와 50대가 상대적으로 진보정당 지지가 강하고, 전체 유권자 29.8%의 60대 이상은 보수성향의 투표가 강해 세대별 차이가 크다. 전체 유권자의 32.2%인 30대와 20대 이하는 특정 이념 성향이 강하지 않고, 이슈별 ‘투표 유동성’이 높다고 볼 수 있다. 향후 선거에서 유권자 수가 어느 시점까지 늘어난다고 가정할 때, 세대 정치가 더 강세를 보이면서 정당들은 30대 이하 유권자들에게 이슈별로 지지를 호소할 확률이 높을 것을 예상하게 한다. 관건은 현재 50대 민주화 세대가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연령효과(age effect : 나이가 많아지면서 보수화되는 효과)’와 ‘동년배 효과(cohort effect: 세대가 동시대의 경험에 따라 유사한 이념 성향을 보이는 효과)’에서 어떤 효과가 더 강하게 나타날 것인지에 달렸다.

그런데 이번 대선에서 나타난 한 가지 주목할 부분이 있다. 여성과 남성의 성(gender)별 지지율 차이다. 40대, 50대, 60대 이상에서 남성과 여성의 후보자별 지지율에는 큰 차이가 없다. 그런데 30대에서는 남성중 52.8%가 윤석열 후보를 지지했지만, 여성은 43.8%만이 지지했다. 반면 이재명 후보에 대해서 여성은 49.7% 지지를 보여 남성의 42.6%보다 7.1% 차이를 보였다. 20대 이하의 경우는 더 차이가 크다. 20대 이하 남성은 윤석열 후보(58.7%)를 이재명 후보(36.3%)보다 높게 지지했다. 반면 여성은 이재명 후보(58.0%)를 윤석열 후보(33.8%)보다 높게 지지했다. 즉 2, 30대의 MZ세대는 성별로 지지가 갈린 것이다. 이는 여성가족부 폐지나 군인 봉급인상과 같은 정책에 대한 반응으로 보인다. 이번 선거에서 20대와 30대의 지지가 당선에 중요하고 젠더 별 정책이 먹힌다는 것을 확인한 이상 향후 선거에서 20대와 30대 남성과 여성을 편 가르는 정책 동원이 강해질 가능성이 크다.

세 번째로 무효표가 1997년 선거(40만 표) 이후 가장 많은 30만 표를 기록했다는 것이다. 16대 대선 16만 표, 17대 대선 11만 표, 18대 대선 12만 표, 19대 대선 13만 표와 비교할 때 이번 선거의 무효표는 2배 이상 높다. 무효표가 두 후보 간 득표 차인 24만 7천 77표보다 6만 465표나 많으므로 이 수치는 당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도다. 이처럼 무효표가 증가한 것의 많은 부분은 안철수 후보와 김동연 후보의 사퇴가 투표용지에 반영되지 않은 부분이 클 것이다. 과거 선거에서 제3의 후보가 상당한 득표를 통해 1위와 2위 간 격차를 벌렸었다. 이번엔 막판 단일화로 진영 간 결집이 강해졌기에, 향후 대선에서 제3의 후보를 둘러싼 영입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는 역으로 제3정당을 만들 수 있는 유인이 될 가능성도 크다.

네거티브 공세와 피 말리는 선거로 양 진영의 국민 모두 마음에 상처를 많이 받았다. 하지만 이번 대선의 결과는 이후 선거에도 그 족적을 남길 것이다. 향후 한국 정치는 ‘통합’보다는 이념, 지역, 세대, 젠더를 두고 더 치열하게 경쟁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CF. 지난 칼럼들을 좀 더 보기 편하게 보기 위해 네이버 블로그를 만들었습니다. 주소는 blog.naver.com/heesup1990입니다. 블로그 이름은 “일상이 정치”입니다.

신희섭 정치학 박사
한국지정학연구원 원장 / 베리타스법학원전임 / 『일상이 정치』 저자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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