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수험생을 위한 칼럼(179) / 직렬선택의 중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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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수험생을 위한 칼럼(179) / 직렬선택의 중요성
  • 정명재
  • 승인 2022.03.08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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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재 정명재닷컴
(정명재 공무원 수험전략 연구소, 공무원시험 합격 9관왕 강사)

3월이 되면 그 해에 치러지는 시험에서의 선발인원수가 발표된다. 자신이 원하는 직렬이나 직류의 인원수에 초미(焦眉)의 관심을 보이는 것은 많은 선발인원이라면 어느 정도 자신의 합격을 점칠 수 있다는 기대감에 기인한다. 특별히 폭발적으로 인원이 늘어나는 경우가 아니라면 예년과 별반 다르지 않은 경우가 많다. 일반행정직, 건축직, 기계직, 소방직 등 공무원 등용문의 진입경로는 다양하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면서 직렬이나 직류의 특성과 합격에 이르는 다양한 정보를 준비하지 못한 채 일단은 뛰어드는 경우가 많다. 그러고 나서 망망대해(茫茫大海)를 경험하게 된다. 공무원 시험은 크게 행정직군과 기술직군으로 구분한다. 행정직군에는 행정직, 직업상담직, 관세직, 세무직, 통계직 등이 있으며, 기술직군에는 토목직, 건축직, 방재안전직, 조경직 등이 있다. 세분화되어 있어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시험을 준비하는 내내 자신이 처음 선택한 길 이외에는 관심조차 두지 않는 것이 보통의 수험생들 모습이다.

한 수험생이 나를 찾아왔다. 거의 3년 이상의 수험생활에 이미 몸과 마음은 파김치가 되어 있다고 했다. 얼굴에서 묻어나는 피곤함은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을 만큼 지쳐있었다. 공부를 했다고 한다. 처음에는 무턱대고 시작한 자신만만함이 시간이 지나 한번 두 번 떨어지고 나니 자신감은 줄어들기 시작했고 우울함과 대인기피까지 경험하였다. 나를 찾아온 이유를 물어보니 무조건 합격을 하고 싶단다. 어떻게 해서라도 지금의 고단함과 우울함에서 벗어나고픈 생각 하나라고 말한다. 공부하면서 재미를 느낀 적은 거의 없었고 마지못해 공부를 해야 하니 억지로 꾸역꾸역 자리를 지키는 일과 두꺼운 수험서를 가방 가득 짊어지고 아침이면 학원이고 독서실을 찾았다. 그렇게 시험일이 다가오면 긴장과 걱정에 잠을 설치니 소화도 안 되고 몸은 점점 허약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었다.

그에게 처방을 내려야 했다. 지금 하는 공부의 길과 조금은 다른 길을 찾아보자고 했다. 사실 행정직군의 선발인원은 언뜻 보기에는 가장 많아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행정직으로 입문하면 다양한 업무를 맡는 경우가 있어 장점으로 꼽히기도 하고 승진에 있어 기술직군보다 유리하다고 알려져 있지만 합격하기가 만만치 않다. 올해부터는 기존에 있었던 선택과목은 사라지고 행정법, 행정학으로 통일 되었다. 기존에 사회, 수학, 과학 등의 고교과목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조정점수 제도 역시 사라진 것이다. 제도의 변화 첫 해는 적잖은 혼란을 가져와 일시적으로 준비가 덜 된 수험생들에게는 부담이 될 것이고 상대적으로 미리 준비했던 수험생에게는 반가운 기회로 다가올 것이다. 오랫동안 행정직에서 번번이 실패를 경험했던 그에게 기술직군을 권했다.

처음에는 기술직군 공무원 시험 도전제안에 거부감을 가졌다. 한번도 접해 보지 않은 전공과목 이야기를 듣고, 지금까지 공부한 것이 아깝다고 했고, 시간이 없는데 괜한 도전을 했다가 또 실패할까봐 노심초사(勞心焦思)하는 표정이었다. 기술직군에는 건축직, 토목직 뿐만 아니라 다양한 직렬과 직류가 있다. 시설직, 도시계획직, 조경직, 수산직, 방재안전직, 전기직, 임업직 등이다. 살면서 들어보지도 못한 직류가 있다면서 놀라는 표정이었다. 처음에는, 기술직 합격 후 무슨 일을 하는지를 내게 묻는다. 어떻게 공부하는지를 묻는 것이 아니라 무슨 일을 하는지가 궁금한 모양이다. 공무원이 되어 보면 알게 될 것이지만 공무원의 업무는 크게 다르지 않다. 들어가는 관문이 다를 뿐, 행정관청에 들어가면 하는 일은 대동소이(大同小異)하다. 서류와 민원 등 그리 복잡다단한 일은 아니다. 일상의 루틴(routine)처럼 공무원의 일상도 그러하다. 그럼에도 처음 접하는 기술직의 업무가 궁금하다고 했다. 반대로 그에게 질문을 던졌다. 그럼 그대가 가려는 일반행정직의 업무가 무엇인지 알고 있는지를.

기술직군으로 방향을 정하고 새로운 마음으로 공부를 다시 시작했고 얼마 뒤 그는 합격자가 되었다. 그렇게 원하던 합격을 한 번도 아닌 두 번의 필기 합격을 했다. 면접까지 무사히 치르고 나서 다시 나를 찾아왔다. 예전의 지친 모습은 간 데 없고 얼굴에는 살이 올랐고 피부에는 윤기가 흘렀다. 평소 소화를 잘 못해 먹지 못했다던 라면도 이젠 편하게 먹을 수 있게 되었다고 좋아한다. 기술직으로 공부를 시작하면서 자신감을 찾았고 그런 마음가짐은 합격에 이를 수 있다는 확신으로 변했다. 공부분량도 상대적으로 적었으며, 경쟁자도 일반행정직보다 적었다. 기술직군의 선발인원은 행정직군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적은 경우가 많지만 그만큼 지원자들도 적은 경우가 보통이다. 지방직의 경우, 1명 내지는 2명을 뽑을 때도 있는데 이런 경우 웬만한 배짱이 아니면 지원하기가 쉽지 않다. 물론 1명을 뽑는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아주 드물지만 선발인원이 적어 보통의 수험생들이 쳐다보지 않을 때 그 지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원서접수 기간 전에 발표되는 선발인원을 보고 수험생들은 그 해에 지원할 자신의 경쟁지점을 정해야 한다. 그렇지만 대개의 수험생들은 선발인원에 아랑곳하지 않고 매해 같은 직렬, 같은 지역을 고집하는 경우가 많다. 시험을 3년 이상 준비해도 실패했다면 원점부터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자신의 강점과 약점 그리고 현재의 문제점을 두루두루 살펴야 할 시점임을 알아야 한다. 3년이란 시간은 내가 상담했던 수험생들의 마지막 감정적 저지선이었다. 3년이란 시간을 참고 인내하며 고통을 감내했다면 그 이후의 시간은 무너지는 감정을 추스르기에도 힘겨운 시간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렇다면 3년이 되기 전 합격을 하든지 아니면, 3년이 지난 그 때는 진지하게 성찰(省察)과 반성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선택(選擇)의 순간을 가져야 한다. 지금 이 길을 계속 가야 할지, 아니면 다른 길을 찾아 준비해야 할지를 말이다.
 

앞서 이야기한 수험생은 한 명의 이름을 떠올리며 적은 것은 아니다. 적어도 100여 명의 이름과 얼굴이 떠오른다. 그들은 나이가 아주 어린 수험생도 있었고 나이가 한참 많아 서른을 훌쩍 넘긴 수험생도 있었다. 내가 그들에게 건넨 메시지는 나름의 전략을 세웠다면 기본에 충실한 공부법으로 도전하는 것이었다. 공무원 시험은 아주 오랫동안의 기출문제가 축적되어 있는 시험 시스템이다. 어느 날 갑자기 문제 유형이 바뀐다든지, 새로운 이론이 출제될 리는 만무하다. 기출문제의 유형이 정형(定型)화 되어 있으며 중요한 논점도 그 범위를 한정할 수 있는 시험제도이다. 수험세계에서 아주 오래 전부터 회자(膾炙)되던 말이 있다. 살면서 가장 쉬운 것이 공부였으며 공부하는 동안이 가장 행복했다는 그 말을 나 역시 그들에게 들려주었고 실제로 경험하게 하였다. 살아보니 하루하루 살아가는 일이 힘들지 공부하는 것은 그에 비하면 정직하고 행복한 시간이었다.

정명재
정명재 공무원 수험전략 연구소 / 정명재 닷컴
2015년 지방직 일반행정직 9급 합격
2015년 국가직 방재안전직 7급 합격
2016년 서울정부청사 중앙재난안전상황실 근무
2016년 서울시 방재안전직 7급 합격
2017년 국가직 교정직 9급 합격
2017년 지방직 도시계획직 9급 합격
2018년 지방직 수산직 9급 합격
2019년 지방직 건축직 9급 합격
2000년 국가직 조경직 9급 합격
‘직장인에서 공무원으로 갈아타기’ ‘공무원시험을 위한 코칭’ ‘장원급제 독학용 학습지’ 대표저자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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