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희섭의 정치학-지지율 경쟁이 다시 소환한 결선투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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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의 정치학-지지율 경쟁이 다시 소환한 결선투표제
  • 신희섭
  • 승인 2022.02.25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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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 정치학 박사 한국지정학연구원 원장 / 베리타스법학원전임 / 『일상이 정치』 저자
신희섭 정치학 박사
한국지정학연구원 원장 / 베리타스법학원전임 / 『일상이 정치』 저자

20대 대통령선거가 코앞이다. 이런 상황에서 제3 후보이자 제3당인 국민의 당 안철수 후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박빙의 승부에서 안철수 후보의 지지율이 당선을 결정하는 변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2022년 2월 24일 발표된 리얼미터의 여론 조사결과를 보면 현 상황이 충분히 이해가 된다. 1위를 달리고 있는 윤석열 후보의 지지율은 41.9%이다. 전주의 여론조사 결과에서 1.0%가 빠졌다. 2위를 기록 중인 이재명 후보의 지지율은 40.5%다. 전주 대비 1.8%가 상승했다. 두 후보의 차이는 지난주 4.2%에서 이번 주 1.4%대로 축소되었다. 그런데 안철수 후보의 지지율은 6.8%다. 한편 4위에 있는 심상정 후보의 지지율은 2.6%다.

‘민주당’이나 ‘국민의힘’은 안철수 후보와 연합전선을 펴는 것이 선거 승리에서 사활적이다. 중도 노선을 표방하는 안철수 후보와 연대에 두 정당 모두 큰 부담을 느끼지 않는다. 반면 정의당의 심상정 후보 지지자들은 주로 정체성 투표를 하므로 정당 연합이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뿐만 아니라 정당 연합을 한다고 해도 유권자들이 연합한 정당에 지지를 보낼지도 미지수다. 게다가 ‘국민의힘’의 입장에서는 정의당과는 이념 거리도 멀기 때문에 연합전선 모색은 기존 지지자들을 구축(驅逐)할 것이다. 그러니 두 거대 정당엔 천상 안철수 후보가 지지율이나 이념 성향에 비추어 볼 때 가장 적합하다.

선거가 코 앞인 상황에서 안철수 후보를 잡기 위한 노력으로 민주당은 개헌안을 꺼내 들었다. 대통령 4년 중임제로 바꾸고, 결선투표제를 실시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결선투표제라는 인센티브를 통해서 안철수 후보를 끌어들이려는 안이다. 결선투표 제도는 정당 연합을 제도적으로 유도하는 방안이다. 이번 제안이 이번 선거에서 현실화하지 못해도 ‘대통령 4년 중임제’와 ‘결선투표제’는 한국에서 제도적으로 받아들일 만하다.

결선투표제는 우리에게는 좀 낯설지만 적지 않은 국가에서 사용하고 있다. 1차 투표에서 일정 기준의 득표를 하지 못한 경우 최고 득표를 한 후보를 2명으로 축소하여 2차 투표를 하는 것이다. 프랑스가 결선투표제에서는 가장 유명하다. 프랑스는 의회 선거와 대통령선거에서 모두 결선투표제를 사용하고 있는데, 이 제도를 통해 세 가지 효과를 만들어낸다.

첫째, 결선투표를 통해 투표율을 높이고 당선자의 정당성을 강화한다. 제3의 후보나 제4의 후보가 있는 경우 1차 투표에서 1위와 2위 득표자만 남아 그중에 더 나은 후보로 표를 결집하게 해준다. 2차 투표에서는 대체로 반수 이상의 득표를 하게 만들기 때문에, 1차 투표에서 제3의 후보나 제4의 후보 혹은 정당을 지지했던 이들이 두 후보 중 더 나은 후보를 선출하거나 더 거르고 싶은 후보를 걸러내는 장치로 사용된다. 이 과정에서 투표율을 높일 수도 있다.

둘째, 극단적인 후보를 걸러주는 장치로 사용된다. 상대 다수제가 가진 약점 중 하나가 다른 후보와 1대 1로 대결하면 필패인 후보가 당선되는 경우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를 정치학에서는 ‘콩도르세 패자’라고 한다. 1987년 한국의 대통령선거에서 민주파가 연합해서 후보 단일화에 성공했다면 역사는 달라졌을 것이다. 또 그 당시에 결선투표제를 사용했다면 자연히 민주파 중 1인과 권위주의파 1인이 2차 투표에서 경쟁했을 것이다. 막 민주화를 이룬 시점이라 이런 상황에서는 민주파가 당선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유명한 사례로 프랑스의 2002년 대선을 들 수 있다. 극우민족주의자 장 마리 르펜이 1차 투표에서 16.86%를 득표해 2위가 되면서 프랑스사회당의 조스팽을 밀어냈다. 우파인 시라크 대통령과 극우파 간 경쟁이 벌어진 것이다. 이처럼 특이한 선거가 되자 좌파 지지자들이 몰려가 시라크를 압도적인 표 차로 당선시켰다.

셋째, 1차 투표 이후 정당 연합을 유도할 수 있다. 정치학자 듀베르제는 그가 명명한 ‘듀베르제 법칙’에서 정당과 유권자들이 결선투표를 이용해 정당 간 연합을 유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당제로 운영되는 국가에는 정당 간 연합을 통한 안정적 정국 운영이라는 인센티브가 된다.

현재 한국은 양당제 국가다. ‘국민의당’이나 ‘정의당’의 의석수로는 정국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한다. 그런데 역대 대통령선거마다 제3의 후보가 등장해 꽤 높은 지지를 얻어왔다. 그러다 보니 당선자의 득표율이 높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결선투표제는 한 번 더 선거하는 비용이 들지만, 도입을 고민해볼 수 있는 장치다. 인위적인 정당성 창출이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제도적으로 정당들의 연합이나 연대를 유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유권자에게 1차 투표에서 진실한 투표를 하고, 2차 투표에서는 전략투표를 하게 함으로써 두 번의 기회를 제공한다.

현시점에서 아쉬운 것은 표몰이 용이자 임시방편적인 제안이라는 점이다. 대선이 끝나고 나서도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한 주제다. 제도적 단점도 있으므로 도입 여부와 도입할 경우 부작용을 줄이기 위한 세련된 세부디자인이 필요하다. 어찌 되었든 득표용으로 반복적으로 소환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공론화를 해볼 수 있겠다.

CF. 지난 칼럼들을 좀 더 보기 편하게 보기 위해 네이버 블로그를 만들었습니다. 주소는 blog.naver.com/heesup1990입니다. 블로그 이름은 “일상이 정치”입니다.

신희섭 정치학 박사
한국지정학연구원 원장 / 베리타스법학원전임 / 『일상이 정치』 저자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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