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호영 판사의 판례 공부 59-비트코인의 지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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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호영 판사의 판례 공부 59-비트코인의 지위
  • 손호영
  • 승인 2022.02.25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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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호영 서울회생법원 판사
손호영 서울회생법원 판사

하루는 코인 거래소를 들여다보는데, 어떤 이가 그의 계정으로 199.999비트코인을 이체한 것을 발견합니다. 가슴이 두근두근합니다. 어떤 경위인지는 전혀 알 수가 없었습니다. 뜻밖에 찾아온 행운이라 여길지, 갑자기 다가온 부담이라 느낄지 고민이 됩니다. 오랜 생각 끝에 그는 누구의 것인지 모를 비트코인을 일단 자신의 계정으로 이체해놓습니다.

비트코인은 여전히 뜨겁고 논쟁적입니다. 가상 ‘화폐’인지, 가상 ‘자산’인지, 가치가 있는지 없는지, 등등 여러 논점이 있을 만큼 아직 확고히 그 성격이 정리되지 않았습니다. 분명한 것은 비트코인으로 인하여 일어나는 일들은 현실이라는 것입니다. 계정에 착오 이체된 비트코인을 임의로 자신의 계정으로 돌려놓는 사안을 봤을 때, 과연 이것을 어떻게 법적으로 바라보아야 할까요.

법률가라면, 이 사안을 봤을 때, 착오 송금 판례를 떠오르는 데 무리가 없습니다. 이미 오래 전 확립된 착오송금 법리는, “어떤 예금계좌에 돈이 착오로 잘못 송금되어 입금된 경우에는 그 예금주와 송금인 사이에 신의칙상 보관관계가 성립한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인이 송금 절차의 착오로 인하여 피고인 명의의 은행 계좌에 입금된 돈을 임의로 인출하여 소비한 행위는 횡령죄에 해당하고, 이는 송금인과 피고인 사이에 별다른 거래관계가 없다고 하더라도 마찬가지이다.”라는 것입니다(대법원 2010도891 판결).

그런데, 이 사건에서는 그 객체가 비트코인이기에 조금 더 짚어봐야 합니다. 일단 횡령죄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그 재물을 횡령하거나 그 반환을 거부한 때’ 성립합니다(형법 제355조 제1항). 비트코인은 과연 재물인가요? 대법원에서는 이 쟁점이 부각되지 않았으나 1, 2심에서는 이렇게 말합니다.

“이 사건 비트코인은 물리적 실체가 없으므로 유체물이 아니고, 또 사무적으로 관리되는 디지털 전자정보에 불과한 것이어서, 물리적으로 관리되는 자연력 이용에 의한 에너지를 의미하는 ‘관리할 수 있는 동력’에도 해당되지 않으며, 나아가 가상화폐는 가치 변동성이 크고, 법적 통화로서 강제 통용력이 부여되지 않은 상태이므로 예금 채권처럼 일정한 화폐가치를 지닌 돈을 법률상 지배하고 있다고도 할 수 없어 횡령죄의 객체인 재물로 볼 수 없다.”

재물이 되지 않는다면, 횡령의 객체가 될 수 없으니 그에게 횡령죄를 물을 수 없음은 물론입니다. 다음 생각해볼 수 있는 죄는 배임죄입니다.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삼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 성립합니다.

1, 2심은 횡령은 될 수 없다 하더라도 배임은 된다 하였습니다. 횡령죄와 배임죄는 신임관계를 기본으로 하는 같은 죄질의 재산범죄임을 밝히고, 명시적으로 착오송금 법리를 이야기하며, “가상화폐를 원인 없이 이체받은 경우를 이와 달리 취급할 이유가 없(다).”고 합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다르게 판단합니다. 우선, 가상자산 권리자의 착오나 가상자산 운영 시스템의 오류 등으로 법률상 원인관계 없이 다른 사람의 가상자산 전자지갑에 가상자산이 이체된 경우, 가상자산을 이체받은 자는 가상자산의 권리자 등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의무를 부담하게 될 수 있습니다. 별다른 의문은 없습니다. 그런데 그러한 관계는 민사상 채무에 불과하다는 것이 대법원의 판단입니다. 사실 부당이득반환청구권자가 착오 이체자인지, 거래소인지도 명확하지가 않기도 합니다.

그리고 가상자산이 어떠한 성격을 가지는지 규명합니다. 일단 대법원은 비트코인이 ‘재산상 이익’인 것은 이미 확인한 바 있습니다. “비트코인은 경제적인 가치를 디지털로 표상하여 전자적으로 이전, 저장과 거래가 가능하도록 한 가상자산의 일종으로 사기죄의 객체인 재산상 이익에 해당한다(대법원 2021도9855 판결).” 또한 비트코인을 몰수대상으로 보기도 합니다. 즉, “비트코인은 경제적인 가치를 디지털로 표상하여 전자적으로 이전, 저장 및 거래가 가능하도록 한, 이른바 ‘가상화폐’의 일종인 점, 피고인은 위 음란사이트를 운영하면서 사진과 영상을 이용하는 이용자 및 음란사이트에 광고를 원하는 광고주들로부터 비트코인을 대가로 지급받아 재산적 가치가 있는 것으로 취급한 점에 비추어 비트코인은 재산적 가치가 있는 무형의 재산이라고 보아야 하고,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몰수의 대상인 비트코인이 특정되어 있(으므로)” 몰수할 수 있다고 본 것입니다.

이 사건에서 “가상자산은 국가에 의해 통제받지 않고 블록체인 등 암호화된 분산원장에 의하여 부여된 경제적인 가치가 디지털로 표상된 정보로서 재산상 이익에 해당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와 같은 가상자산에 대해서는 현재까지 관련 법률에 따라 법정화폐에 준하는 규제가 이루어지지 않는 등 법정화폐와 동일하게 취급되고 있지 않고 그 거래에 위험이 수반되므로, 형법을 적용하면서 법정화폐와 동일하게 보호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고 합니다. 즉, 가상자산과 법정화폐를 구별하면서, 대법원은, 이 사안에 착오송금 법리를 유추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에 반한다고 합니다.

비트코인의 특수성에 대한 법원의 고민은 현재 진행형입니다. 법률가로서 찬찬히 살펴보아야 할 것입니다.

손호영 서울회생법원 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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