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면접 실력은 개선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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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면접 실력은 개선될까
  • 김용욱
  • 승인 2022.02.18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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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욱 IB 대표, 변호사
김용욱 IB 대표, 변호사

바야흐로 대선 시즌이다. 각 후보들의 대선의 토론과 연설하는 모습을 보면서, 오랜 질문 하나가 다시 떠올랐다. “면접 실력은 느는가?” 이 문제는 생각보다 질문부터가 간단하지 않다. 아마 이 문제에 대해서는 차후 법률저널의 지면을 빌려 좀 더 이야기할 것인데, 우선은 면접, 다시 말해 interview 라는 것은 다른 과목과는 그 목적부터가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것이다. 행정법, 행정학, 영어, 유체역학 등의 온갖 시험들은 그 자체를 목적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영어 시험을 치르는 것은 영어 실력을 평가하기 위한 것이다. 높은 영어 성적은 그가 영어 실력이 좋다는 사실에 대해서 상당부분 강력한 증거가 된다. toeic 성적이 900점을 넘은 이는 toeic 성적이 500점인 이보다 대체로 영어를 잘한다고 할 수 있다. 종종 시험만 잘 치르는 이가 있기는 하지만, 그것이 점수화된 실력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사라지게 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면접을 잘 치렀다는 것은 면접 실력이 좋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면접은 면접 잘하는 이를 뽑기 위한 과정이 아니다. 면접은 최적의 인물을 선발하기 위한 도구에 불과하다. 중세시대 종이가 부족하던 시절에는 구술 평가, 다시 말해 면접 평가가 기본이었고, 나중에 종이와 펜이 대중화되면서 우리는 지필고사를 치르게 되었다. 교육이 대중화되면서 평가의 용이성을 위해 객관식 시험을 치르게 되었다. 요컨대, 영어, 민법, 행정학, 물리학과 면접은 같은 위상에 있는 단어가 아니다. 취업 분야에서 면접과 같은 선상에 있는 단어는 서류평가, 인성검사, 객관식 필기시험, 주관식 논술시험 정도라고 볼 수 있다.

면접은 그 사람이 직무에 적합한지를 보려는 것이 우선이다. 무엇인가를 구두로 묻는다는 것은 면접자에 맞춤형으로 추가적인 심화 질문을 던져 특정 사안에 대한 본질적인 이해, 사고력 그리고 그 사람의 인성이나 적성까지 한번 알아보려는 의도가 깔려있다. 이는 지필고사나 객관식이 당장은 건드리기 힘든 영역이다.

면접을 잘 치렀다는 것은 면접자가 테크니컬한 측면에서 기교를 잘 부렸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 사람이 그 직무에 적합한지, 그 기관이 추구하는 인재상에 부합한 사람이었다는 것을 확인받았다는 의미이다. “그러면, 면접 실력은 늡니까?” 아마 1,000번은 넘게 들어본 질문일 것이다. 면접의 실력을 구성하는 항목은 다양하지만, 크게는 의사소통 역량과 그 사람의 직무역량 내지 직업관으로 구성된다. 우리가 스터디 등을 통한 질의응답으로 개선되는 것은 의사소통 역량이다. 어쨌든 말은 많이 할수록 잘하게 되니까. 물론 서로 실전을 통해서 상호작용을 거쳐 직무역량도 일정 부분 개선될 것이고, 직업관도 다시 한 번 가다듬게 된다. 그런 점에서는 반복되는 연습과 경험을 통해 면접 현장에서의 대응력은 조금씩 나아질 수 있다.

그러나 의사소통 역량은 그 사람의 세계관, 가치관 그리고 여러 다양한 정보가 어떻게 구조화되어 머릿속에 저장되어 있는지, 상대방의 주장을 반박하기 위한 필요한 정보와 사례를 얼마나 빨리 끄집어내어 제시할 수 있는지 등과 긴밀하게 연계되어 있다. 그러한 능력은 노력으로도 극복이 가능하지만, 일정부분 타고나는 것도 있다. 개선이 이루어지지만 속도는 느리고 성장곡선의 개인차도 큰 편이다.

스피치 훈련을 통해서는 발성, 발음이 나아지고, 전형적인 질문에 대한 대응은 가능하지만, 때로는 앵무새처럼 정해진 시나리오에 따른 대응 이상을 넘어가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것은 한 사람의 세계관, 가치관, 구조화된 정보 등을 단기간에는 바꾸기 어렵기 때문이다. 어느 단계를 넘어가기 위해서는 임계점을 넘어서야 하는 것인데, 그 임계점이 높은 곳에 위치해 있을 때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면접이 형식적으로 흘러가는 경우에는 스피치 훈련만으로도 성과를 낼 때가 있지만, 직무 상황에 바탕을 둔 3~4단계의 심층 질문이 진행되게 되면 사전에 준비된 시나리오는 무력화될 때가 많다. 이러한 것을 다시 또 극복하려면 꽤 많은 양의 시나리오 대응을 하는 수밖에 없는데, 대부분의 기관에서는 면접자가 그러한 대응을 할 만한 시간을 충분히 주지 않는 경우가 많다.

2022년 대선 후보 중에는 토론 과정을 거치면서 상당히 개선이 이루어진 분도 있고, 예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바뀐 것이 없는 분도 있고, 어떤 장면에서는 실망, 어떤 장면에서는 뛰어난 논리와 식견으로 감동을 불러일으키는 이도 있는데, 위에서 말한 면접 과정의 특징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다. 요컨대, 면접에서의 퍼포먼스를 구성하는 요인(factor)은 매우 다양하고, 면접자의 학습능력과 연습 내지 코칭의 방향에 따른 개선의 속도가 다르고, 면접의 주제와 면접자의 심리상태 등에 따라 결과가 달리 나타난다.

마지막으로 면접관은 면접자의 뛰어난 퍼포먼스에도 불구하고 그 결론을 달리할 때가 매우 많다. 면접에서 면접관이 알아내고자하는 바는 단순히 말을 잘하는 사람, 면접을 잘 치른 사람이 아니라 과연 누가 가장 이 직무에 적합한 사람인지이기 때문이다. 나는 「면접을 망쳤다」고 생각했는데, 뜻밖에도 내가 합격을 하는 이유도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다.

김용욱 IB 대표, 변호사
citize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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