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희섭의 정치학-우크라이나 사태에서 누가 웃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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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의 정치학-우크라이나 사태에서 누가 웃을까!
  • 신희섭
  • 승인 2022.02.18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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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 정치학 박사 한국지정학연구원 원장 / 베리타스법학원전임 / 『일상이 정치』 저자
신희섭 정치학 박사
한국지정학연구원 원장 / 베리타스법학원전임 / 『일상이 정치』 저자

2022년 2월 16일. 미국 정치 전문 뉴스매체인 폴리티코(politico)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이 유럽 정상들에게 러시아 지상공격 일로 지정한 날이다. 그러나 2월 16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지 않았다.

2월 16일 오히려 러시아는 일부 군을 철수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더해 푸틴은 “침공 의사가 없다”라고 밝혔다. 물론 미국은 이를 부인했지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군사적 긴장 상태가 지속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에너지 시장과 원자재 시장 그리고 주식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이런저런 이유로 많은 이들이 과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것인지 궁금해한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것인가’라는 질문은 정확하지 않다. 그래서 세 개로 구분해볼 필요가 있다. 첫째,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전쟁을 개시할 것인가. 둘째,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제한적 군사공격을 감행할 수 있는가. 셋째,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군사력 사용 위협을 포함한 도발을 지속해서 수행할 수 있는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의 군사적 긴장 상태를 갑작스럽게 전쟁으로 전환할지는 오직 푸틴만이 안다. 하지만 합리적 추론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예상컨대 러시아의 전쟁 개시는 쉽지 않다. 기습의 이점을 잃었고, 우크라이나에는 라스푸티차(해빙기 진흙으로 변하는 현상)같은 지리적 변수도 있다. 게다가 이 사태에 대한 국제적 주목으로 인해, 전쟁을 개시하면 러시아는 제재를 받을 것이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은 늘 것이다. 게다가 푸틴도 전쟁은 자신이 시작할 수 있지만, 혼자서 끝낼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반면 러시아가 제한적으로 군사공격을 감행할 수는 있다.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에 사는 러시아인들이나 친 러시아계에 대한 사건을 빌미로 제한적인 성격의 군사도발을 감행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역시 쉬운 선택은 아니다. 러시아가 ‘제한적으로’ 도발해도 국제제재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고, 이는 러시아 국내정치를 요동치게 할 것이다. 러시아가 일으킨 위기로 국제유가가 오르면서 러시아도 현재는 재미를 볼지 모른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유가 상승과 원자재 가격 상승과 국제제재 강화는 러시아 국내에 물가상승이란 ‘역풍(blow back)’이 되어 돌아올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장 개연성이 높다고 생각하는 시나리오는 셋째 군사적 위협을 동반하는 다양한 형태의 도발을 지속하는 것이다. 러시아가 가장 잘 활용하는 ‘하이브리드 전쟁’을 수행하는 것이다. 일명 ‘게라시모프 독트린’이라 불리는 이 전략은 사이버전, 경제제재, 심리전을 병행하는 비대칭 전술이다.

러시아는 당분간 군사적 위협을 완전히 제거하지 않으면서 군사적 침공 가능성을 주기적으로 흘릴 가능성이 크다. 또한, 러시아 용병이나 친 러시아 계열의 잘 훈련된 조직을 활용해서 동부 지역에서 우크라이나군을 도발해 빌미를 만들 수도 있다. 사이버 공격을 병행하여 장기적으로 우크라이나가 버티기 어렵다는 점을 각인시킬 수 있다. 게다가 이 사태 전체가 국제시장에 미치는 효과를 극대화하여 러시아가 쥔 칼자루가 얼마나 강력한지를 서방 국가들에 과시할 수 있다.

전쟁이나 제한적 군사충돌이 없이도 푸틴은 이 위기의 승자가 될 수 있다. 러시아는 위기 조장을 통해 프랑스의 마크롱 대통령과 독일의 숄츠 총리를 모스크바로 불렀다. 바이든 대통령이 몇 차례 전화하게 만들기도 했다. 2월 4일 올림픽 개막식에 맞춰 베이징을 방문해서는 시진핑과 나토의 동진 반대와 중국에 매년 100억㎥의 가스 제공 합의를 통해 ‘전례 없는’ 우호적 관계를 다지기도 했다.

푸틴의 이번 위기 조성이 그저 공갈(blackmail) 전략으로 끝날지는, 너무 많은 변수로 인해, 예단하기 어렵다. 하지만 이 사태가 공갈 전략으로 끝이 난다고 해도 푸틴은 비용대비 가져가는 것이 더 많다. 그래서 히틀러가 1938년 체코의 수데텐 지방 편입을 위협하여 결국 뮌헨에서 서방국가들을 굴복시킨 사례를 떠올리게 만든다.

푸틴이 이번 사태로 우크라이나 문제에 대한 러시아의 사활적 이익을 각인시켰기 때문에, 서방국가들도 이 문제에 좀 더 신중해질 것이다. 푸틴 자신의 저돌적인 이미지로 향후 공갈 전략은 더 잘 먹힐 것이다. 게다가 러시아 국민과 러시아 주변의 친 러시아 계열의 지지를 강화하는 결집 효과(rally effect)도 만들었다. 장기적으로 하이브리드 전략으로 우크라이나를 지속적 괴롭혀 부분적인 양보를 얻어낼 수도 있다.

그럼 ‘푸틴만 승자로 남을까?’ 하면 그렇지도 않다. 이번 위기에서 미국의 바이든 대통령도 한몫 챙기는 모습이다. 미국은 우크라이나의 동맹국이 아니다. 우크라이나가 나토 가입을 희망하지만, 나토회원국도 아니다. 그런데 미국은 러시아 위협에 지속해서 개입 의지를 내비치고 있고, 나토국가인 폴란드에 병력을 증원하는 등 적극적인 군사 행동도 취하고 있다. 이를 통해 바이든 대통령은 아프가니스탄 철군으로 인해 발생한 미국의 안보 의지 약화 이슈에 반전을 꾀하고 있다. 나토를 포함한 동맹국들에 대한 시니어 파트너로서의 강력한 개입 의지를 천명하는 것이다. 게다가 군사력 동원패키지를 갖춘 다채로운 ‘언론 플레이’를 통해 러시아와의 직접적인 충돌을 피하면서도 미국이 전면에서 사태를 수습하고 있다는 이미지를 각인시키고 있다. 이는 2008년 러시아의 그루지야 공격, 2014년 러시아의 크림병합 사태에서 미국이 아무것도 못 한 흑역사를 뒤집으려는 것이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국내적 지지가 약한 바이든 대통령으로선 지지 하락도 막을 수 있다.

만약 이번 사태가 군사적 충돌 없이 해결된다면, 바이든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은 공동 승자가 될 수 있다. 더 나가 2022년 ‘봄의 정령’이 될 수도 있다. 에너지와 원자재 그리고 주식 시장에 선물을 들고서 말이다.

CF. 지난 칼럼들을 좀 더 보기 편하게 보기 위해 네이버 블로그를 만들었습니다. 주소는 blog.naver.com/heesup1990입니다. 블로그 이름은 “일상이 정치”입니다.

신희섭 정치학 박사
한국지정학연구원 원장 / 베리타스법학원전임 / 『일상이 정치』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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