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희섭의 정치학-대선 속 인적 쇄신론과 의회 제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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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의 정치학-대선 속 인적 쇄신론과 의회 제도화
  • 신희섭
  • 승인 2022.02.11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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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 정치학 박사 한국지정학연구원 원장 / 베리타스법학원전임 / 『일상이 정치』 저자
신희섭 정치학 박사
한국지정학연구원 원장 / 베리타스법학원전임 / 『일상이 정치』 저자

한국 의회에서 최다선 의원은 몇 선의 누구일까? 최다선은 9선이고 9선을 한 의원은 총 3명이다. 김영삼 전 대통령, 박준규 전 국회의장, 김종필 전 총리가 9선의 주인공이다. 8선 의원은 총 4명이다. 정일형, 김재광, 이만섭, 서청원 전 의원이 8선의 주인공이다. 7선 의원은 14명이 있다. 조순형, 정몽준, 이해찬 전 의원이 대표적인 7선 의원이다. 현재 21대 국회에서는 박병석 국회의장이 6선으로 최다선이다.

미국에서 20선을 넘어선 의원들이 제법 있다. 2014년 기준으로 30선을 한 존 딩걸 의원은 2년 임기의 미국 하원에서 총 60년을 봉직했다. 2017년 성추문 사건으로 언론에 등장했던 존 코니언스 의원은 당시 27선이었다. 패트릭 레이히 상원의원은 8선으로 6년의 상원의원 임기를 기준으로 1974년 선거에서 당선된 이후 2022년까지 48년째 상원의원직을 역임하고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도 7선 상원의원 경력을 가지고 있다.

대한민국과 미국의 의회는 임기에 차이가 있다. 따라서 최다선의 기준은 당연히 다를 수밖에 없다. 반면 양국 의회는 운영상에도 차이도 있다. 미국 의회에는 ‘고참제도’가 있다. 다선의원이 상임위원회 의장이 되는 전통이다. 미국 의회의 영향력은 우리와 다르다. 특히 입법의 중심에 있는 의회에서 상임위원회의 권력은 매우 막강하다. 이 때문에 상임위원회 의장은 정치적으로 볼 때 정치인에게는 꽤 큰 유인책이 된다.

미국 의회에서 현직의원이 당선되는 확률은 거의 90%에 육박한다. 그만큼 지역구민들은 자신의 지역구 의원이 누구인지를 안다. 또한, 다선으로 오랫동안 지역구 의정활동을 하면 그만큼 지역 민의 이해를 반영할 가능성이 크다고 볼 수 있다.

한국은 어떤가? 2020년 선거로 구성된 21대 국회는 초선 의원이 151명이다. 50%를 조금 넘는다. 2016년 20대 국회는 초선 의원이 132명으로 전체 의원의 44%를 차지했다. 이 수치는 16대 국회의 초선의원 비율인 40.7%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신생 정당인 열린우리당이 창당되면서 ‘정계 개편’을 주력으로 했던 2004년 17대 총선이 가장 초선의원 비율이 높았다. 무려 62.5%를 기록했다. 이후 18대 총선은 44.8%이고 19대 때는 49.3%이었다.

위의 기록들로 보았을 때 한국은 초선의원 비율이 높은 편이다. 이렇게 초선의원 비율이 높은 원인은 크게 3가지로 볼 수 있다. 첫째, 유권자들이 새로운 인물을 선택하는 것이다. 이는 재선의원이나 다선의원의 장점보다 초선의원에 대한 기대가 높다는 것이다. 둘째, 정당이 쇄신론이나 혁신론에 기초하여 새로운 인물을 공천하기 때문이다. 진성당원이 부족하고 무당파층이 많은 한국 정치에서 정당에 대한 충성도가 높지 않은 유권자들에게 정당은 새로운 후보를 제시함으로써 느슨하나마 지지를 확보하고자 한다. 셋째, 의원이 다른 안정된 직업을 가지고 있어서 쉽게 의원직을 포기하는 것이다. 의원 스스로 전업의식을 가지지 않거나, 국회의원 경력을 안고 자신의 원래 분야로 돌아가는 것이다.

초선의원이 많고 재선의원이 부족하다는 것이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니다. 새로운 정치인들이 국회에 입성해서 새로운 정책을 만들고, 정치 지형을 변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념과 지역이라는 강건한 정당정치의 토대에서 책임 추궁이 잘되지 않는 의회정치와 정당정치를 개선해 보는 차원에서도 세대 교체는 중요하다. 또한, 민주화 이후 30년 이상이 흐른 상황에서 정당정치와 의회정치 제도화를 위해 새로운 정치인재 양성 역시 중요하다.

그러나 의회가 제도화되는 차원에서는 경험이 많은 의원을 확보하고, 이들이 의정활동을 통해 국민과 지역민들에게 의회의 유용함을 알리는 것 역시 중요하다. 또한, 의회 내 규범들을 체계화하여 의회가 유권자와 ‘내로남불’하지 않는 것도 절대적으로 필요한 일이다. 게다가 한국은 정당이 강하기 때문에 의회가 정당에 예속된 상황이라, 의회 자체에 대한 기대치를 높이는 것 역시 중요한 과제다. 그래서 뻔한 이야기지만 인적쇄신과 의회제도화의 균형이 중요한 것이다.

대선이 한 달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대통령 선거는 누구 부인이 더 흠이 많은지를 두고 레이스를 펼치고 있다. 후보는 후보대로 누가 예산을 더 많이 쓸 것인지로 용호상박이다. 전례 없이 흥미를 잃은 대선판 와중에 시큰둥한 유권자들에게 대선 이후에는 새로운 인물로 채우겠다는 선거전략은 ‘86세대 용퇴론’과 ‘인적쇄신론’으로 이어지고 있다. 흔히 ‘고인물’로 불리는 86세대를 교체하는 것으로 그간의 인재양성에 부족했던 과거를 반성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마저도 너무 많은 선거공약에 파묻혀 잘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급히 만드는 정책 속에서 놓치고 있는 것이 있다. 그동안 한국 정치가 새로운 스타를 중심으로 운영되었다는 점이다. 오랜 기간 정당정치 활동을 하면서 다듬어진 정치인보다 ‘벼락 스타’가 더 주목을 받았다. 특히 대통령선거나 시장선거가 그랬다. 큰 선거가 관심을 받을수록 의회는 더욱이 관심에서 멀어진다.

그런데 제도화수준이 낮은 의회정치의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우리는 현재와 같은 대선을 몇 번이고 더 치러야 하지 않을까!

CF. 지난 칼럼들을 좀 더 보기 편하게 보기 위해 네이버 블로그를 만들었습니다. 주소는 blog.naver.com/heesup1990입니다. 블로그 이름은 “일상이 정치”입니다.

신희섭 정치학 박사
한국지정학연구원 원장 / 베리타스법학원전임 / 『일상이 정치』 저자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2022년 2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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