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투고] 사시폐지와 유리천장(11)-‘사회적합의’ 아래 잔잔히 흐르는 ‘인본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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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투고] 사시폐지와 유리천장(11)-‘사회적합의’ 아래 잔잔히 흐르는 ‘인본주의’
  • 이성진 기자
  • 승인 2022.02.08 18:32
  •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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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0여년간 법조인력선발 및 양성의 근간을 맡아왔던 사법시험이 2017년 12월을 끝으로 폐지됐다. 평균 경쟁률 20대 1, 평균 합격률 3~5%라는 일회성 시험에 의한 선발을 지양해 고시낭인 및 다른 학부전공의 황폐화를 방지하고 교육에 의한 양성이라는 기치아래 2009년 3월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이 출범했기 때문이다. 이같은 로스쿨제도를 두고 고비용, 입시 불공정 등에 문제가 많다며 사법시험 존치 또는 예비시험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반면 이미 사법시험은 역사적 소명을 다했고 입법부가 새로운 제도를 정립한 만큼 더 이상의 사시존치 주장은 없어야 하며, 로스쿨에 문제점이 있다면 점진적으로 개선해 나가는데 사회적 힘을 모아야 한다는 반론도 적지 않다. 전자의 입장에서, 그동안 익명으로 사법시험 존치 운동을 해 왔다는 한 수험생이 ‘기회공정’이라는 이름으로 본지에 “사법시험 존치와 유리천정”이라는 글을 지난 열 번에 걸쳐 보내온 바 있다. 그가 실명을 밝히며 열 한 번째 글을 보내왔다. 내용 전문(全文)을 게재한다. 본지는 이에 대한 반박 또는 이해를 달리하는 독자투고도 열려 있음을 재차 밝힌다. - 편집자 주 -

조용호
(직장인, 전 사법시험 준비생)

1. 프롤로그

몇 년 전부터 패스트푸드점에 가면 사람이 아닌 기계(키오스크)가 주문을 받는다. 최근에는 코로나19로 촉발된 비대면 시대의 도래로 AI(인공지능) 채용이 확대됐다. 서류전형은 물론 면접에도 AI 역량검사를 도입하는 기업들이 적잖다. 법률시장에도 법률 인공지능(Legal AI)으로 주목받는 리걸테크 산업의 “변호사법 제109조 제1호 저촉”여부가 핫한 쟁점이다. 로스쿨출신변호사로 구성된 한국법조인협회는 2021년 2월 “AI법률 자문서비스는 변호사법 위반”이라며 법무부에 엄정한 처벌을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었다.
(http://www.lec.co.kr/news/articleView.html?idxno=725378)

2019년 취업을 고민할 때 형편이 어려워 골방을 같이 쓰다 합격한 성용 형님의 연수원 동기분이 AI전문기업 대표라 면접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당시 면접을 준비하며 미래의 법률 시장에서 AI의 역할이 어디까지일지 생각해 볼 수 있었다.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가 제작 했었던 「사시존치 주장의 허구와 법학전문대학원의 진실」 의 부제는 “사법시험 폐지는 법률로 정해진 국민과의 약속입니다.”이며 마지막 페이지는 “사시제도의 폐지와 로스쿨의 도입은 수많은 논의와 합의를 거쳐 결정된 사안입니다.”라는 문구로 마무리하고 있다. ‘고장난 라디오’처럼 사시폐지의 정당화 논리로 언급되는 위의 주장이 ① ‘사회적 합의’가 영원불멸한 지고지순의 진리인지, ② 대한민국 법체계상 ‘법률로 정해진 국민과의 약속’이라는 측면에서 온당한지 짚어보려 한다.
 

반세기 이상 법조인 배출 역할을 해온 사법시험 제도가 2017년 12월 31일자로 폐지되면서, 2009년 출범한 로스쿨 및 변호사시험 제도가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지만 두 제도를 두고 사회적 논란은 여전히 뜨겁기만 하다. 2017년 11월 2일, 마지막 사법시험 3차 면접시험이 실시된 사법연수원 교정에 세워진 면접시험 표지판 / 법률저널 자료사진

2. ‘사회적 합의’라는 「옷」이 ‘헌법 정신’이라는 「몸」에 안 맞으면 갈아입어야

(1) ‘사회적 합의’가 현출된 법령은 생물처럼 변화하는 것

2012년 상주시청 사이클팀의 여자선수들이 경북 의성군 국도에서 DMB를 시청하며 운행하던 25t 트럭에 치여 3명이 사망하고 3명이 크게 다치는 대형사고가 발생해 새로운 처벌규정을 만들었었다. 도로교통법 제49조 제1항 제11호는 「자동차등 또는 노면전차의 운전 중에는 방송 등 영상물을 수신하거나 재생하는 장치(운전자가 휴대하는 것을 포함하며, 이하 “영상표시장치”라 한다)를 통하여 운전자가 운전 중 볼 수 있는 위치에 영상이 표시되지 아니하도록 할 것」과 자동차등의 운전 중에는 영상표시 장치를 조작하지 아니 할 것으로 되어 있다. 그런데, 고속도로를 주행하는 차량에서 DMB를 쓸 필요 없이 핸드폰으로 TV 시청이 가능한 현재 시점에는 사실상 사문화된 법령이 되고 말았다.

(2) 활자화된 ‘사회적 합의’가 시대정신을 반영하지 못하면 그 소명은 다한 것

영국에서 시작된 자동차 산업이 미국과 독일에서 발전한 까닭은 과잉 규제라는 논란에도 31년간 지속된 ‘적기조례’가 원인으로 꼽힌다. 적기조례란 명칭은 위험을 알리는 붉은 깃발에서 유래했다. 세계 최초의 도로교통법인 적기조례의 내용을 보면 첫째, 증기자동차의 최고 속도를 시내에서 시속 3.2㎞, 교외에서 시속 6.4㎞로 제한했다. 이런 속도는 사람이 걷거나 가볍게 뛰는 정도다. 둘째, 증기자동차는 운전수, 기관원, 붉은 깃발을 든 신호수 등 3명으로 운행해야 했다. 신호수는 차량의 55m 앞에서 걸어가며 마차나 말이 접근할 때 운전수에게 신호를 보내는 역할이었다. 적기조례로 인해 번창하던 증기버스업계에 급제동이 걸렸다. 산업혁명의 선발 주자인 영국에서 먼저 그런 규제를 입법화했고, 이는 패착이 되어 19세기에 세계 1위 산업국이던 영국은 1900년에 이르러 그 지위를 미국과 독일에 내주고 말았다. 산업혁명을 선도했던 영국이 거꾸로 추격자 신세가 된 것이다.
(https://sgsg.hankyung.com/article/2020100876801)

(3) 헌법정신에 반하는‘로스쿨만을 통한 법조인 양성제도’는 사회통합의 ‘걸림돌’일 뿐

대한민국의 최상위 법령인 헌법 조문은 핵심내용인 기본권 보장과 제도보장을 총 130조로 규율한다. 상술하면 제1장 총강(제1조~제9조), 제2장 국민의 권리와 의무(제10조~제39조), 제3장 국회(제40조~제65조), 제4장 정부(제66조~제100조 - 대통령, 행정부, 행정각부, 감사원), 제5장 법원(제101조~제110조), 제6장 헌법재판소(제111조~제113조), 제7장 선거관리(제114조~제116조), 제8장 지방자치(제117조~제118조), 제9장 경제(제119조~제127조), 제10장 헌법개정(제128조~제130조)이다. 헌법상에 규정된 의전서열(?)로 따져보면, 국민의 기본권이 의무보다 앞서며, 대의제 원리상 국민의 대표인 국회가 대통령을 수반으로 하는 정부와 사법부보다 순위가 앞선다. 대의제 민주주의 실현의 핵심인 선거관리와 풀뿌리 민주주의 구현을 위한 지방자치도 강조된다. 또한 최상위법인 헌법조차도 시대가 바뀌어 헌법정신이 다하면 헌법을 개정할 수 있음도 마지막 부분에서 명시하고 있다.

눈을 씻은 후 크게 뜨고 연거푸 뒤적여봤다. 사회적으로 이미 형성되어 있는 제도를 헌법이 직접 규정하여 적어도 입법권에 의해서는 그 제도를 폐지할 수 없게 함으로써 당해 제도의 존립을 헌법이 특별히 보장하는 것을 의미하는 ‘제도보장’에 포함될 정도로 ‘로스쿨제도’가 헌법적 가치가 있는 제도가 아니다. 오히려 ‘로스쿨제도가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아야한다’라는 미명하 물가에 내놓은 아이처럼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할까봐 과잉보호 받으며 몸집만 비대해진 비실한 로스쿨로만 법조인을 양성하는 것이 합당한지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 현재시점에서 국민들이 요구하는 ‘사회적 합의’일지 모른다.
 

반세기 이상 법조인 배출 역할을 해온 사법시험 제도가 2017년 12월 31일자로 폐지되면서, 2009년 출범한 로스쿨 및 변호사시험 제도가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지만 두 제도를 두고 사회적 논란은 여전히 뜨겁기만 하다. 2019년 8월 30일 한양대 올림픽체육관에서 열린 2020학년도 로스쿨 공동입학설명회 / 법률저널자료사진<br>
반세기 이상 법조인 배출 역할을 해온 사법시험 제도가 2017년 12월 31일자로 폐지되면서, 2009년 출범한 로스쿨 및 변호사시험 제도가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지만 두 제도를 두고 사회적 논란은 여전히 뜨겁기만 하다. 2019년 8월 30일 한양대 올림픽체육관에서 열린 2020학년도 로스쿨 공동입학설명회 / 법률저널자료사진

3. 에필로그

대형 프랜차이즈 패스트푸드점에서 뿐 아니라 영세한 가게에서도 셀프계산대에 인간이 자리를 내주는 것을 목도하면 씁쓸하다. 또한 AI가 서류전형 뿐 아니라 면접까지 진행해 기계가 인간의 채용여부를 결정한다는 얘기를 들으면 인간의 존엄성이 땅에 떨어져가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법률 인공지능(Legal AI)이 변호사법 위반 이슈를 극복하고 법률 시장의 한 축을 이룰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자기계발은 등한시하고 자기 밥그릇 지키기에만 혈안이 돼있는 집단을 보며 조금 다른 생각이 든다. ① 복잡다단한 법률관계의 쟁점을 빅데이터 기술을 활용해 세분화하고 신속하게 유사사례 검색과 예상결론을 도출할 수 있다면, ② 어떠한 가치(예컨대, 형사사건에서 범죄자에 대한 응징과 죄형법정주의로 대변되는 국민의 자유와 권리 보장)에 가중치를 부여해 판단하도록 할 수 있다면, ③ 패소한 당사자로부터 결론을 이미 정해놓고 끼어 맞추기식 논거를 맞든 것은 아닐까라는 의구심을 주관이 배제된 AI를 활용함으로써 떨칠 수 있다면 법률 인공지능(Legal AI) 활성화가 명분이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어떠한 변론, 처분, 판결을 했을 때 사건 담당자의 인생이 어떻게 바뀔지 직업적 양심으로 고민하는 감정과 철학’은 인간만이 가지고 있다. 사회적 합의로 표출된 제도는 가변적이고, 그 아래에는 기회에 대한 열망이라는 깊은 물이 흐른다. 지나가는 행인을 붙잡아 자신의 침대에 누이고는 행인의 키가 침대보다 크면 그만큼 잘라내고 행인의 키가 침대보다 작으면 억지로 침대 길이에 맞추어 늘여서 죽였다고 전해지는 프로크루스테스가 생각나는 것은 주객이 전도됐기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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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해피 2022-02-11 20:01:41
공감되는 글 감사합니다.

ㅋㅇ 2022-02-09 22:57:53
헌법에 서열이 어디있어요

떠다니는 구름 2022-02-09 22:40:29
인간은 극명한 한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계속 변화하는 것 같습니다. 법조계에도 언젠가 새로운 변화의 바람이 불기를 바랍니다.

ㅇㅇ 2022-02-09 13:54:37
Ai 발전되면 법조인이라는 직업 자체가 수요가 거의 없어질듯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일반인들도 마음껏 소송할 수 있는 시대가 올거고 변호사자격증은 공인중개사 수준으로 팍팍 뽑고 일반인들도 취득할 수 있게 해는게 바람직하다고 본다

ㅇㅇ 2022-02-09 02:11:13
씨발 법률시장은 AI로 해도 되는데 아직도 이놈의 밥그릇새끼들은 고시니 로스쿨이니 이지랄 싸고 있지? 판사도 AI로 하고 변시 주관식 채점도 AI가 하고 다 좆돼바라 씨발 사시는 당연 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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