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백발백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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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백발백중
  • 김용욱
  • 승인 2022.01.20 18:1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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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욱 인바스켓 대표, 변호사
김용욱 인바스켓 대표, 변호사

“이거 비밀인데요...” 오랫동안 알고 지내는 한 공공기관의 팀장이 조심스럽게 알려준 귀하디 귀중한 정보는 “구미에서 유명하다는 점쟁이 집 주소”였다. 자매처럼 친하게 지내는 팀장들 네 명이 그 집을 놓고 화제에 올리며 “에이~ 그런 것이 어디 있어요.”하고 핀잔을 주거니 받거니 하다가 약 2주 후에는 그 네 명의 팀장 모두 손에 손잡고 그 집을 다녀왔다는 이야기도 덧붙이면서 말이다. 물론 나의 첫 반응도 “에이~ 그런 것이 어디 있어요.”이었는데, 메모로 적어준 그 점집 주소를 아직도 고이 간직하고 있다. 마음속으로는 “시간나면 한번 갈까..?” 하고 말이다.

얼마 전 옥사에서 풀려난 박근혜 씨는 ‘우주의 기운’을 운운하다가 지탄을 받았는데, 사실 레이건 대통령의 부인 낸시 여사도 백악관에 점성술사를 불러다가 미리 별점을 보게 해서 대통령의 일정까지 조율하다가 언론에 알려져 지탄을 받았다. 과학의 시대에 검증되지 않은 정보를 참고하여 공적 행사를 정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불과 600년 전 조선의 수도를 정할 때 역시 태조 이성계가 풍수지리까지 참고했음에도 말이다(물론 그때에도 미신을 배격하자는 정도전 같은 이가 있었다).

사람들이 신내림 받았다는 점쟁이, 관상가, 타로점 보는 사람을 찾아가 인생 상담을 진지하게 알아보는 이유는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이다. 그러나 라그랑주점(Lagrangian point)에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JWST)을 보내어 적외선 영역까지 관측을 해내는 2022년에 운명이나 기운을 믿고 의지한다는 사실을 공표하기에는 차마 부끄럽기 때문에 점집에 다녀 왔노라는 말을 하기는 어렵다. 특히나 고위 공직자와 판검사 및 변호사를 꿈꾸는 학도들에게는, 자존심과는 맞지 않는 탓도 있다. 그러나 거기에 찾아가는 사람들은 대체로 시험의 실패를 경험했거나 시험 결과를 두려워하는 경우가 태반일 것이다.

필자도 아주 오래전 점쟁이, 사주팔자나 타로점을 보는 분을 찾아가본 적이 있다. 여러 사람을 찾아가 본 이유는 여러 사람이 비슷한 말을 하면 예측률이 높겠다는 나름의 합리적 과학적 추론을 했던 것인데…, 일부는 정확하게 일치되는 것도 있었고, 일부는 엇갈렸다. 정확하게 일치되는 것은 두 가지. “당신은 관운이 없다. 당신은 당신 주변 사람들이 잘되는 운이다.”라는 당시 필자에게는 하나도 도움 안 되는 예언이었으며, 엇갈리는 것은 어떤 이는 부동산 투자를 하라 하고 어떤 이는 금융 투자를 하라는 것이었다. 대학 시험을 보고 나서 보았던 운세에는 줄줄이 악운만 가득하기에 우울했는데, 다행히 그 해 대학을 합격했던 경험도 있다.

무당을 오랫동안 연구했던 분으로는 경희대학교의 교수였던 고 서정범 교수가 있다. 그는 1950년대부터 전국의 무당만 3,000~4,000명을 만나보았다 한다. 그에 따르면 무당은 심리를 잘 읽어내는 사람이라고 한다(무속인 중 60% 정도라고 추정하였다). 그래서 용한 점집에서는 현재의 상황을 잘 맞춘다. 그들이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그러한 현재를 잘 파악해서 예상하는 것이라는 의미다.

수험생들이 점을 보더라도 외양상 바뀌는 것은 없는 것 같다. “점을 봤더니 합격”이라고 공부에 손을 놓는 이도 드물고, “올해 운이 안 좋다”고 공부를 팽개치는 이도 드물다. 궁합이 안 맞는다며 혼사를 말리는 사람들을 물리치고 결혼해서 잘 살고 있는 이들도 많다. 그러니, 세상사는 내가 개척하는 마음으로 오늘도 우리는 열심히 달릴 뿐이다. 관상도 변한다 하지 않던가?

한 가지 확실한 것 중 하나는 공부를 열심히 한 그대가 오지선다 시험에서 찍어서 맞출 확률이, 신내림 점쟁이나 타로점을 보는 분들이 맞출 확률보다는 아마도 더 높을 것이라는 점이다. 단지 연초에 바라는 것은 백발백중 찍기의 신내림이 시험 치는 날만큼은 그대에게 임했으면 한다는 것이다.

김용욱 인바스켓 대표, 변호사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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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희 2022-01-22 18:42:05
"공부를 오래한 그대가 5지선다형에서 맞힐 확률이 신내림점쟁이나 타로점보는 분들이 맞힐 확률보다는 아마도 높을거라는 것이다">>> 도움이 되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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