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생과 함께 ‘이유진의 백일기도’ 41 / 수험생들의 인간 관계 고민(1)_친구들을 피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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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시생과 함께 ‘이유진의 백일기도’ 41 / 수험생들의 인간 관계 고민(1)_친구들을 피하게 됩니다.
  • 이유진
  • 승인 2022.01.18 15: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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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진 메가공무원학원 국어 대표 강사

수험생 A > 장수생입니다. 주변에 제가 공시 준비 중인 것을 아는 사람도 있고 모르는 사람도 있어요. 알리기 싫었는데 몇 명한테 얘기했더니 대학 동기들과 선후배들은 다들 알게 된 거 같더라고요... 이제는 연락 오면 지금까지 뭐하고 지냈냐 취업은 했냐고 물어볼까 봐 두렵기도 하고 답은 뭐라고 할지 걱정되기도 해요. 취업해서 떳떳한 상황이었으면 저도 잘 연락하고 만나고 했을 텐데 점점 위축되고 숨고 싶고 그렇습니다. 원래 활발하고 사람들 잘 만나던 성격이라 이런 상황이 답답하네요. 합격하면 끝이라지만 어쨌든 몇 년간 제 스스로 인간관계를 다 끊어내고 있는 거 같아 슬퍼요.

요즘 더 걱정인 건 친하게 지냈던 친구의 결혼식에 가서 축하해 줘야 할 거 같은데 가면 동기들 다 만날 거고, 좋은 곳에 취업한 지인들이 대부분인데 근황 토크에 저는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아직까지 취업도 못하고 공시 준비 중인 걸 밝히고 싶지 않은데 지금까지 공시 준비 중이라는 게 부끄럽긴 하지만 어쩔 수 없이 그냥 알려야 할까요? 선생님이라면 어떻게 하시겠나요?
 

이유진의 답변 >

* 남의 인생에 100%의 확신을 가지고 조언하는 사람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리고 저는 공감 능력이 뛰어나지도 않은 것 같아요. 가끔은 공감능력이 평균도 안 된다고 생각할 때가 많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수험생의 마음 상담을 하기로 결심한 것은, 제가 ‘행복하게 사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이 말은 100%의 확신을 가지고 할 수 있어요. 저는 행복하게 삽니다. 이런 제 모습이 느껴지시는지 어떻게 하면 행복해질 수 있냐고 묻는 분들이 많아졌고, 제 생각을 공유해 드리려 합니다. 미리 말씀드리자면 여러분들이 바라던 말이 아닐 수도 있고, 마음에 와닿지 않을 수도 있고, 심지어 틀린 소리일 수도 있어요. 그럼 용기를 내서 시작합니다.

수험생 A는 스스로 말씀하신 대로 활발한 성격에 주변 사람들과 관계도 좋았던 소위 ‘인싸’ 같아요. 예전엔 아마 A를 중심으로 친구들이 소식을 주고받기도 하고 언제나 모임의 중심이었을지도 몰라요. 이런 경우 자의든 타의든 모임의 주변부로 밀려났다고 느낄 때 소외감이 더 심하죠...

다수가 집단이라는 것을 만들면 항상 중심인물이 있습니다. 카리스마 있는 인물이 중심인물인 집단도 있고, 모두에게 다정한 사람이 다수를 챙겨서 집단을 보듬어 가기도 합니다. 기본적으로 성격이 어떠하든 이런 중심인물들의 공통점이 있는데, 바로 ‘타인이 자신에 대해 가지는 관심의 정도를 (아마도 실제보다) 크다고 가정한다는 점’입니다.

저도 20대에 그랬어요. 친구들 그룹도 여러 개고 각각에게 연락해서 모일 일시와 장소를 정하고 그것에 친구들이 얼마나 만족하는지 보면서 뿌듯해하고 그랬죠. 친구들도 유진이 너 없음 우리가 일 년에 한 번은 보겠니? 하면서 제 존재의 가치를 확인시켜 주었습니다. 자연스레 모이면 제 근황 토크부터 이야기가 시작되었고 저에 대한 이야기와 질의응답(?)을 마친 뒤에 다른 친구들에 대한 스몰 토크가 이어졌어요. 그러다 보니 모임이 있을 때 오늘은 무슨 얘길 해주지? 요즘 내가 어떻다고 말할까? 이런 근황에 대해 애들이 어떻게 생각할까? 신경을 쓰게 되더라고요.

30대가 되고 이제 40대를 앞두고 보니, 그 모임들은 제가 아니어도 잘 돌아가고 주최자가 아니라 게스트쯤이 되어서 모임에 나가보니 이야기의 중심이 되는 건 그 친구가 가장 그 모임에 수고를 했기 때문에 한 마디씩 건네다 보니 그리 되는 거더라고요. 모임이 끝나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이미 그 친구의 근황 토크는 제 머릿속에 없었습니다.

A, 수험 생활을 하면서 연락이 뜸해진 만큼 이제 모임에서는 주변부가 되었을 거예요. 아! 그걸 서운해하진 마세요. 합격하고 나서 또 자주 예전처럼 친구들을 챙기면 자연스럽게 다시 인싸력을 발휘할 수 있을 테니까요. 그냥 잠시 스스로 동심원에서 가장 바깥에 있는 것을 선택한 시기예요. 그리고 그만큼 A에 대한 친구들과 선후배들의 관심도 줄었을 거예요. 공시 준비는 아주 흔한 일인 걸요. 그 인원 안에 없다 해도 각자 주변에 공시 준비 중인 사람이 A 하나는 아닐 겁니다. 동생일 수도 사촌일 수도 있는 사람들이 공시 준비를 하고 있을 거예요. 어쩌면 요즘도 공부하냐 아예 묻지 않을 수도 있어요. 별다른 설명을 굳이 하지 않으면 공부 중이거나 하겠지, 붙음 얘기하겠지, 뭐 크게 궁금하지 않다... 이럴 걸요? 자기 가족들도 제대로 못 챙기고들 사는 현대사회인 걸요.

하지만 결혼식이나 장례식 같은, 친구 사이에 예의를 보여야 하는 행사에 가지 않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진짜 친구들이라면 A가 공시를 오래 준비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일 뿐이지만 친구 결혼식도 못 온다는 건 공시 합불 여부를 떠나서 현재 심리 상태 자체를 심각하게 걱정하게 만드는 일이니까요. 아마도 많이 망가진 건 아닌지 더 걱정할 수도 있어요.

공시생이 아니라 친구로서, 아침에 일어나서 잘 씻고 가지고 있는 옷 중 가장 깔끔한 옷을 입고 가서 친구의 결혼을 축하해 주세요. 오랜만에 만난 사람들에게 반갑게 인사하시고 ‘요즘 뭐하냐?’ 하는 눈치 없는 친구가 있으면 ‘뭐하면 어쩌게 이 새꺄 ㅋㅋㅋ 내 걱정 말고 너나 잘 살아, 임마~’ 하세요. 그럼 친구들은 A를 연민하지도 걱정하지도 않을 거예요. 뭘하든 잘 살고 있군~ 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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