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희섭의 정치학-지정학과 동맹 관점의 카자흐스탄 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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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의 정치학-지정학과 동맹 관점의 카자흐스탄 사태
  • 신희섭
  • 승인 2022.01.14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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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 정치학 박사 한국지정학연구원 원장 / 베리타스법학원전임 / 『일상이 정치』 저자
신희섭 정치학 박사
한국지정학연구원 원장 / 베리타스법학원전임 / 『일상이 정치』 저자

2022년 1월 2일 카자흐스탄의 작은 도시에서 시위가 발생했다. 1월 5일, 시위는 수도 알마티로 확대되었다. 시위대는 시청사를 습격했고, 대통령궁마저 공격했다. 통제불능상황.

시위의 표면적인 이유는 자동차 연료로 사용하는 LPG 가격 인상이다. 그러나 깊숙한 곳에는 1991년 소련에서 독립한 이후 현재까지 독재를 유지하고 있는 누르스탄 나자르바예프에 대한 불만이 강력하다. 하지만 지정학과 동맹으로 카자흐스탄을 들여다보면 이보다는 좀 더 복잡해진다.

카자흐스탄은 272만㎢ 넓은 면적(세계 9위)을 가지고 있다. 한반도의 12배가 넘고 남한의 27배가 넘는다. 반면에 이 넓은 땅에는 1800만 명이 좀 넘는 인구만이 살고 있다. 초지와 산악지대가 많지만, 밀을 많이 재배해 세계 6번째로 많은 밀을 생산한다. 하지만 국토에서 초지가 많다 보니 대체로 토지의 70%는 가축사육이나 작물 재배용으로 사용되고 있다. 게다가 농업 인구는 전체 인구의 10%에 불과하다.

카자흐스탄은 2000년대 들어와 카스피해에서 거대한 유전들을 발견했다. 원유매장량은 2020년 기준으로 확인된 것만 300억 배럴로 세계 12위다. 가스매장량은 2020년 기준 2조 3천억㎥에 달한다. 카자흐스탄 최대 유전인 텡기즈(Tengiz)에는 미국 회사인 셰브런이 지분의 50%를 가지고 있고, 엑손 모빌이 25%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또 다른 최대 유전인 카샤간(Kashagan)에는 미국기업도 투자하고 있지만, 중국의 석유공사(CNPC)가 지분의 8.3%를 가지고 있다. 이것이 지정학의 대강을 말해준다.

소련의 지배에서 벗어난 이후 카자흐스탄은 자신의 자원을 활용해 미국과 중국을 끌어들여 러시아와 균형을 맞추는 외교를 해온 것이다. 중앙아시아에서 러시아와 중국을 견제하기 원하는 미국엔 카자흐스탄의 자원과 지정학이 매우 중요하다.

반면 러시아는 과거 소련 지배에 있던 국가들에 대한 영향력 확보와 비민주주의 연대가 중요하다. 러시아는 2002년 과거 소련의 공화국들과 CSTO(The Collective Security Treaty Organization)를 만들었다. 벨라루스, 아르메니아, 카자흐스탄, 타지키스탄, 키르기스탄이 그 구성원이다. 이들은 비민주주의 국가들의 강력한 연대를 보여준다.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에서 NATO 동진을 막고 러시아의 영향력을 확보하려는 푸틴은 에너지로 확보한 자금력을 통해 군사기술력을 발전시키면서 자신의 위세를 과시하고자 한다.

일대일로 정책을 통해 유럽과 연결하고자 하는 중국에 카자흐스탄은 일대일로에서 가장 핵심적 지역이다. 중국-유럽 철도가 지나는 지역이면서, 에너지를 수입하는 중국 처지에서 가까우면서 안정적으로 가스와 석유를 공급해줄 수 있는 국가다.

지리적으로 카자흐스탄은 러시아, 중국, 키르기스탄, 우즈베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과 국경을 접하고 있다. 이러한 비민주주의 벨트는 러시아와 중국에 매우 중요하다. 만약 카자흐스탄이 민주주의가 되고 주변 국가들도 민주주의가 되면 러시아와 중국은 민주주의라는 적대적 국가와 마주하게 되기 때문이다. 또한, 이들이 안전을 미국에 의존하게 되는 최악의 상황을 마주할 수도 있다.

이처럼 복잡한 지정학은 이번 시위에 미국이 개입하지 않았을까를 의심하게 한다. 1월 2일에 시작한 시위가 너무나도 조직적으로 며칠 만에 수도로 확대된 것은 배후에서 시위를 돕는 지원세력을 추측하게 한다. 게다가 우크라이나 사태에서 러시아의 강공에 해결책을 제기하기 어려운 상황도 상상력을 자극하게 한다. 정말 상상력에 불과하지만 말이다.

카자흐스탄의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대통령은 이 사태에 대해 극약처방을 내렸다. 집단 자위권을 규정하고 있는 CSTO에 군사개입을 요청한 것이다. 러시아는 사태 발생 2일 만에 기다렸다는 듯이 최정예로 구성된 2,500명의 공수부대를 파병했다. 러시아의 도움을 받으면서 무기고 방어에 성공한 토카예프는 군대에 시위대를 향한 조준 사격을 허용하기도 했다. 다른 한편으로는 이번 시위를 테러리즘을 규정하고, 대내 시위가 아니라 안보위기로 선전하였다. 그러자 유럽의 마지막 독재국가인 벨라루스와 중국이 바로 응답했다.

비민주주의 국가들의 지정학에 이어 동맹이 끼어든 것이다. 현재까지 토카예프 대통령이 러시아를 이용해서 자신의 상왕인 나자르바예프의 권력을 찬탈했는지는 알 수 없다. 현 대통령은 나자르바예프 친위세력에게 이번 사태에 대해 책임을 추궁하였는데, 이것이 ‘권력 찬탈’인지 아니면 민심을 돌리려는 조치인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한다. 하지만 러시아를 끌어들인 이상 카자흐스탄의 문제는 오로지 카자흐스탄만의 문제가 아니게 되었다. 군사개입을 통해 사태 진정에 성공한 러시아로서는 자신의 위상 강화와 함께 CSTO를 마치 유럽의 NATO처럼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

카자흐스탄 시민들이 쏘아 올린 작은 공이 중앙아시아를 흔드는 거대한 변환이 될지 아니면 비민주주의 연대 강화로 끝나게 될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 사태를 보면서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민주화가 정말이지 쉬운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CF. 지난 칼럼들을 좀 더 보기 편하게 보기 위해 네이버 블로그를 만들었습니다. 주소는 blog.naver.com/heesup1990입니다. 블로그 이름은 “일상이 정치”입니다.

신희섭 정치학 박사
한국지정학연구원 원장 / 베리타스법학원전임 / 『일상이 정치』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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