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수험생을 위한 칼럼(172) / 일소일소(一笑一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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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수험생을 위한 칼럼(172) / 일소일소(一笑一少)
  • 정명재
  • 승인 2022.01.11 17: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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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재 정명재닷컴
(정명재 공무원 수험전략 연구소, 공무원시험 합격 9관왕 강사)

한 번 웃으면 한 번 젊어진다. 오늘 만난 수험생들에게 배운 교훈이다. 젊어서는 무엇이 그리 바쁜지 뒤돌아볼 겨를도 없이 살아온 분들이라던데 지금은 나의 수험생이다. 회사에서는 승진, 가정에선 동분서주(東奔西走)하며 가족을 위해 살았고, 친구들과 동료들 사이에 묻혀 희로애락(喜怒哀樂) 살아온 분들이 늦깎이 수험생이 되었다. 아침부터 분주히 움직여 나의 강의실을 찾는다.
 

누군가의 아버지 그리고 어머니로, 누군가의 자식으로, 누군가의 남편과 아내로 살아왔다. 부족함이 없을 순 없겠지만 그래도 조금씩 나아지기를 바라며 인내하고 견디며 최선을 다했던 분들이란 걸 안다. 수업이 끝나고 잠시 쉬는 시간, 그들의 대화에서 그들이 살아온 흔적을 발견한다. 공부하는 즐거움, 모르는 것을 알아가는 약간의 설렘을 그들의 미소에서 찾는다. 나이가 오십이 되고, 육십이 돼도 교실에 들어서면 누구나 학생(學生)이 되는구나.

역사(歷史)공부는 나이가 들수록 재밌어진다. 왕의 역사이건, 신하의 역사이건, 이름난 인물들의 이야기이건 그들은 그때가 현재였고 우리에겐 지금이 현재일 뿐 별반 다르지 않다. 누군가의 삶의 흔적을 쫓다 보면 그곳에 현재의 모습을 닮은 그림자가 있다. 노력하는 자에게 복이 있을까? 궁금하면 역사책의 인물을 찾아라. 공든 탑이 무너질까 염려된다면 역사 속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라. 우리가 매일 주머니에 넣고 다니는 지폐의 인물들은 누가 있을까? 천 원짜리에는 퇴계 이황, 오천 원짜리 지폐에는 율곡 이이가 있으며 오만 원짜리에는 이이의 어머니 신사임당이 있다.

아침, 저녁으로 책 읽기에 몰두하고 경전을 제대로 해석한다 해서 과연 공부를 잘한다고 할 수 있겠는가?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네. 공부하고도 사람을 사랑할 줄 모른다면 그건 공부를 제대로 한 것이 아니네. 자기가 서고 싶으면 남도 세워주고, 자기가 알고 싶으면 남도 깨우쳐주는 것, 그것이 인(仁)의 마음, 사랑의 마음, 공부한 이의 마음이네. 퇴계 이황은 마음을 다잡기 위해 일상에서 끊임없이 노력해야 하는 공부법을 가르친다. 주일무적(主一無敵), 즉 단 하나를 붙들 뿐 딴 곳으로 가지 말라. 한 번에 하나씩, 하나가 모두 마무리된 후에 다른 공부를 하라. 배움을 시작하는 이들에게는 스스로 한계를 짓지 말고, 스승 탓, 책 탓을 하지 말며, 모르는 것은 계속 물어보라고 가르친다. 공부하다 어려움을 겪는 이들에게는 공부를 거울 닦는 것에 비유하며 마치 닭이 알을 부화시키듯 쉼 없이 꾸준하게 정진하라고 이른다. 아는 것은 좋아하는 것만 못하며, 좋아하는 것은 즐기는 것만 못하다는 표현으로 공부의 단계를 설명하기도 한다. 나 역시 이러한 이황의 공부법을 배웠고 그의 글과 이야기를 들으며 실천하려 애썼다.

‘구도장원공’은 이이의 별명이다. 구도장원공(九度壯元公)이라 하여 과거시험에 9번 응시하여 9번 모두 장원급제한 인물이어서 붙여진 것이다. 그렇다면 이이의 공부법은 무엇이었을까? <자경문(自警文)>이라는 그의 저서에는 공부법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곁들인다. 아홉 가지 공부법을 풀어서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자신을 믿고 분명한 뜻을 세우며, 자신의 기질을 공부의 체질로 바꿔, 잘못된 옛 습관을 고치고, 바른 자세와 집중을 통해, 절박한 심정으로 끝까지 포기하지 말 것이며, 다독(多讀)을 실천하며, 좋은 벗을 만나 공부할 것이며, 자신의 경험과 기존 질서를 뛰어넘는 공부를 통해 자신의 학문 영역을 개척하라 이른다. 그리고 깊은 공부는 선한 마음과 함께 하는 것이라 힘주어 말한다. “공부에 노력할 때에는 느리지도 급하지도 않게 하라. 공부는 죽은 후에나 끝나는 것이니 급하게 그 효과를 구하지 말라. 이것 역시 이익을 구하는 마음이다.” 나 역시 율곡의 공부법을 익혔고 이를 실천하려 노력하였다.

‘이제야 조각을 조금 알 것 같은데....’ 나이 아흔을 넘긴 이탈리아의 화가이자 조각가로 유명한 미켈란젤로의 이야기이다. 그는 나이 탓에 시력이 약해져 앞이 거의 보이지 않았지만, 손끝의 감각에 의지해 죽기 며칠 전까지 작품에 매달렸다. 그는 건축가이자 미술가의 삶이 얼마나 숭고하고 위대한 것인지를 자신의 삶으로 입증하였다. 당시에는 단순히 육체노동자로 취급받던 비천한 예술가의 지위를 전혀 다른 존경과 흠모의 대상으로 변모시킨 인물이기도 하다.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당의 ‘피에타(pieta: 슬픔, 비탄)’는 성모 마리아가 십자가에서 처형당한 아들 예수를 무릎에 안고 슬퍼하는 광경을 표현한 작품이다. 그의 나이 스물넷에 만든 작품으로 이를 통해 세계 최고의 조각가 반열에 올라설 수 있었다. 이후 3년에 걸친 밤낮없는 작업 끝에 그 유명한 ‘다비드 상’이 탄생 된다. 높이 5미터가 넘는 대형작품으로, 다비드를 본 사람이라면 그 어떤 다른 조각가의 작품도 볼 필요가 없다는 호평(好評)과 찬사를 받는다. 3년 동안 작업 중에 신고 다닌 장화를 잠잘 때도 벗지 않았다. 나중에는 장화와 양말 그리고 미켈란젤로의 발이 엉겨 붙는 바람에 모든 작업이 끝나고 장화를 벗겨낼 때, 그의 살점이 다 떨어져 나가게 된다. 역사에서 이름을 남긴 인물들의 이야기는 하나같이 뜨거운 용광로와 같은 열정과 집념이 있었다. 아흔 살의 쇠약한 몸을 이끌고 보이지 않는 시력의 고통을 견디며 죽기 직전까지 자신의 작품에 혼신(魂神)을 다한 미켈란젤로를 상상해 보라.

악다구니를 내며 현재의 삶을 부정하는 이들도 있고, 일노일노(一怒一老)하는 이들도 많다. 한 번 성내니 또 한 번 늙는다. 하지만 내가 만난 인생 2막을 준비하는 수험생들의 표정에는 늘 미소가 넘쳤다. 무언가에 도전하고, 자신이 하고픈 일에 몰두하는 건 분명 신나고 유쾌한 기분이다. 일소일소(一笑一少), 그들은 분명 웃고 있었다.
 

공무원 수험생으로 살아가는 이들에게선 젊음은 있을진 몰라도 웃음 띤 표정은 찾기 힘들었다. 무표정하고 삭막한 얼굴로, 열정이 식은 마음으로 책상에 앉는다. 하기 싫은 공부를 억지로 하는 건 효율적이지도 않을뿐더러 본인에게도 고통스러운 시간이다. 역사 속 인물들에게서도 배울 수 있었지만, 오늘은 나의 수험생들에게서 공부법을 배웠다. 내가 왜 열심히 공부하고, 최선을 다해 가르쳐야 하는지를 말이다. 그리고 지금 깨친 이 깨달음을 누군가에게도 전하고 싶다. 웃으면서 공부하자. 한 번 웃으니 웃음의 용수철 효과가 나타나더라. 내가 웃으니 그대가 웃었고, 그대가 웃으니 내 마음이 즐겁더라. 이왕 시작한 공부, 웃으면서 지내고 웃음으로 마무리 짓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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