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희섭의 정치학-우리가 아는 정당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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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의 정치학-우리가 아는 정당정치
  • 신희섭
  • 승인 2022.01.07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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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 정치학 박사 한국지정학연구원 원장 / 베리타스법학원전임 / 『일상이 정치』 저자
신희섭 정치학 박사
한국지정학연구원 원장 / 베리타스법학원전임 / 『일상이 정치』 저자

2022년 1월 4일 공군 서산 비행장에서는 매우 놀라운 일이 발생했다. F-35A 전투기가 동체착륙을 한 것이다. 1,100억이나 되는 고가의 이 전투기는 비행 훈련 중 기체 내부에 문제가 발생하면서 착륙을 위한 랜딩 기어가 전개되지 않은 것이다. 조종사의 생명이 중요하다고 본 군은 비행기 동체를 바다에 버리고 비상 탈출을 명령했다. 하지만 전투기 조종사는 동체착륙을 하겠다고 했고, 세계최초로 F-35A기를 가지고 동체착륙에 성공한 것이다.

동체착륙은 사고 확률이 높다고 한다. 착륙 시 연료가 연소하여 동체가 폭발할 수도 있고, 극단적인 경우 조종사의 목숨도 앗아갈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이번 사고를 수습한 조종사는 이 급박한 상황에서도 침착하게 본인 생명뿐 아니라 동체도 살렸다. 게다가 대한민국 공군 위상도 높였고, 제조업체인 록히드 마틴 사에게는 사고에도 불구하고 튼튼한 동체라는 이미지도 남겼다.

이 과정에서는 당시 사고를 통제하고 관리한 군의 대응도 한몫했다. 연료를 소진하게 시키고 활주로에서 동체가 마찰로 불이 나지 않도록 특수 거품을 깔아서 피해를 최소화한 것이다. 우리 공군의 대처는 2019년 4월 10일 세계최초로 F-35A 추락사고를 내고 이를 처리한 일본 정부와 극명하게 차이가 난다. 당시 일본은 미국 부품을 가지고 와서 자국 내에서 조립 생산한 비행기가 추락하자, 원인 규명도 정확히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조종사의 비행 조작 실수로 판정을 내렸다. 이로 인해 일본 내부에서 강력한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이 지점에서 대비되는 것이 있다. 바로 야당인 ‘국민의힘’의 선거행보다. 최근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지지율이 여당 후보 지지율보다 10%가량 차이가 날 정도로 하락했다. 게다가 대선후보와 당대표 간 알력은 전 국민이 안다. 대선후보는 어렵게 모셨다던 선대위 위원장마저 내치며 선대위 자체를 해체해버렸다. ‘국민의힘’ 내홍은 연일 뉴스매체에게는 뷔페나 다름없다. 과연 이 정당이 대통령선거를 끝까지 치를 수 있을까 싶을 정도다.

조직관점에서 보면 이 상황의 일부는 이해된다. 정당 내 구성원 간 목표와 시간표가 다른 것이다. 현직 정치인마다 2022년 대선의 무게가 다를 것이다. 몇몇 정치인에게는 고작 5년이나 10년 뒤면 대선은 돌아온다. 게다가 현 시점에서 자당 후보가 당선된다고 자신에게 꼭 득이 된다고 볼 수도 없다. 아웃사이더를 영입한 입장에서 대선 이후 어떤 세력을 중심으로 판이 돌아갈지 알 수 없어, 대차대조표가 정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정치인 개인이 추구하는 목표와 상대해야 하는 국민이 모두 다르니, 정치적 계산은 수학 문제보다 더 복잡할 수밖에 없다.

이해해보려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현재 선거를 치루는 ‘국민의힘’은 우리가 아는 일반적인 정당 모습은 아니다. 정당 이론에서 정당의 목표는 표를 통해 권력을 획득하는 것이다. 소수 정당인 경우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표보다는 정책을 선택한다고 하지만, 이 정당은 소수정당도 아니다.

혹시 이쯤에서 이 글이 ‘국민의힘’을 응원한다거나 ‘민주당’을 지지하기 위한 글이라고 오해하지 않기를 바란다. 이 글은 선거라는 정치과정에서 정당정치를 분석하기 위한 것이지, 민감한 선거철에 어찌 줄이나 대보려는 것은 아니다.

‘국민의힘’의 추락은 ‘국민의당’의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2022년 1월 첫 번째 주 여론조사에서 윤석열 후보의 지지율은 28.4%로 떨어졌고, 안철수 후보는 8.4%까지 올라왔다. 20대와 30대를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는 안철수 후보가 19.1%로 윤석열 후보의 18.4%보다 앞서는 결과도 나타나고 있다.

이렇듯 정당 내부의 문제, 후보자 개인에 대한 지지도 변화 등은 선거를 좀 더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이번 선거의 주된 기조가 ‘정권교체 vs. 정권유지’라고 볼 때 지지율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이재명 후보에 대해 두 후보의 셈법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내부적으로 지지율을 올리기 어려운 상황이 되면 마지막 카드는 ‘정권교체론’이라는 우산 아래로 모이는 것만이 남을 것이다. 한국정치에서 정당연합은 재미를 본 적이 많으니까.

정당 내부 봉합이 잘 안 되고, 새로운 반전 카드를 꺼내지 못하는 경우 정권교체론을 강조하는 입장에서 현재 선거 국면을 1987년 대통령선거와 유사하게 묘사하면서 군불을 지필 것이다. 후보가 단일화되었다면 결과가 달랐을 것이라는 가정법을 깔면서 말이다. 몇몇 전문가들은 프랑스가 사용하고 있는 결선투표제를 끌어다가 정당 연합의 논리를 보완할 것이다. 현 시점에서 결선투표를 사용하면 여당 후보 1인 대 야당 후보 1인의 2차 투표로 압축될 것이다. 그 결과는 정권교체론 승리!

향후 선거 정국의 관건은 결선투표제가 사용되었다면 예상되는 결과를 제도적 도움없이 정당과 후보자의 타협을 통해 이룰 수 있는지가 될 것이다. 권력을 지키려는 쪽에서는 정당연합 카드를 막아야 하고, 권력을 탈환하고자 하는 쪽에서는 정당연합의 효과를 만들어야 하고.

그런데 지금까지 보여준 정당 ‘자체’적인 행보를 볼 때, 정당체계 수준에서의 이런 예상이 실현될지 모르겠다. 예상 따위는 이미 존재하기 어려운 선거니 말이다.

CF. 지난 칼럼들을 좀 더 보기 편하게 보기 위해 네이버 블로그를 만들었습니다. 주소는 blog.naver.com/heesup1990입니다. 블로그 이름은 “일상이 정치”입니다.

신희섭 정치학 박사
한국지정학연구원 원장 / 베리타스법학원전임 / 『일상이 정치』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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