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현 교수의 형사교실] 형사증거법에서의 최근 중요 판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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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현 교수의 형사교실] 형사증거법에서의 최근 중요 판례(6)
  • 이창현
  • 승인 2022.01.07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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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과학적 증거방법이 사실인정에서 상당한 정도의 구속력을 갖기 위한 요건과 감정결과의 증명력 (대법원 2018.2.8.선고 201714222 판결)

(1) 사 안

​<strong>이창현</strong> 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창현 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피고인은 메트암페타민 투약혐의로 경찰서에 출석하여 조사를 받으면서 그 혐의를 부인하였고, 소변과 머리카락을 경찰관에게 임의로 제출하는 데는 동의하였다. 경찰관은 조사실에서 아퀴사인(AccuSign)시약으로 피고인이 받아 온 소변에 메트암페타민 성분이 있는지를 검사하였으나 결과는 음성이었다.

경찰관은 그 직후 피고인의 소변을 증거물 병에 담고 봉인용 테이프를 붙이지 않은 채 조사실 밖으로 가지고 나갔고, 피고인의 머리카락도 뽑은 후 그 자리에서 별다른 봉인 조처를 하지 않고 밖으로 가지고 나갔다. 그런데도 경찰관은 피고인으로부터 직접 저의 소변(20cc)과 모발(50)을 채취하여 봉합지에 넣어 날인하였습니다.”라고 기재된 소변모발채취동의서에 무인을 받았다. 경찰서에서 소변과 모발에 대한 마약성분검출 여부 감정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의뢰하였는데, 필로폰 성분이 검출되었다는 감정결과가 회신되었다.

피고인은 2016.9.17.부터 같은 달 26.까지 사이 알 수 없는 시간에 서울, 인천 또는 천안시 동남구의 알 수 없는 장소에서 알 수 없는 양의 메트암페타민을 알 수 없는 방법으로 투약하였다는 내용으로 공소제기가 되었다.

1에서 피고인은 징역 16월이 선고되고, 사실오인을 주장하며 항소하였으나 원심에서 항소기각판결이 선고되었다.1)

(2) 판결요지

() 과학적 증거방법이 사실인정에 있어서 상당한 정도로 구속력을 갖기 위해서는 감정인이 전문적인 지식·기술·경험을 가지고 공인된 표준 검사기법으로 분석한 후 법원에 제출하였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시료의 채취·보관·분석 등 모든 과정에서 시료의 동일성이 인정되고 인위적인 조작·훼손·첨가가 없었음이 담보되어야 하며 각 단계에서 시료에 대한 정확한 인수·인계 절차를 확인할 수 있는 기록이 유지되어야 한다.

() 공소사실 기재에서 알 수 있듯이 검사는 피고인이 메트암페타민을 투약한 일시, 장소, 방법 등을 명확히 밝히지 못하였다. 이러한 경우 피고인을 유죄로 판단하려면 적어도 2016.9.17.부터 같은 달 26.까지 사이 메트암페타민을 투약한 사실은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만큼 확실히 증명되어야 한다. 그런데 거시된 유죄의 증거2017.2.22.자 통신사실자료 조회회신으로는 메트암페타민을 투약하거나 매도한 전력이 있는 A와 피고인이 2016.9.에 여러 번 통화한 사실만 알 수 있다. 결국 피고인의 투약사실에 대한 직접적인 증거로는 피고인의 소변과 머리카락에서 메트암페타민 성분이 검출되었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결과가 있을 뿐이다.

그런데 피고인의 눈앞에서 소변과 머리카락이 봉인되지 않은 채 반출되었음에도 그 후 조작·훼손·첨가를 막기 위하여 어떠한 조처가 행해졌고 누구의 손을 거쳐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전달되었는지 확인할 수 있는 기록은 증거로 제출되지 않았고, 감정물인 머리카락과 소변에 포함된 세포의 DNA 분석 등 피고인의 것임을 과학적 검사로 확인한 자료는 증거로 제출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물이 피고인으로부터 채취한 것과 동일하다고 단정하기 어려우므로 그 감정결과의 증명력은 피고인의 투약사실을 인정하기에 충분하지 않다.

결국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하여는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진실임을 확신하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13. 전동차 내 강제추행 사건에서의 피해자진술의 신빙성 (피해자다움)
(대법원 2021.3.11.선고 202015259 판결)

(1) 사 안

피고인이 경의중앙선 전동차 안에서, 피해자(, 28)의 앞에 붙어 서서 손을 피해자의 치마 속에 집어넣어 스타킹 겉 부분까지 손가락이 닿은 채로 검지와 중지손가락을 이용하여 피해자의 성기 부분을 문지르고 더듬는 등 약 5분 동안 피해자를 강제로 추행하였다는 혐의로 기소되었다.

원심은 사람이 많은 전동차 내에서 피고인에게 큰 소리로 항의하고 피고인을 잡고 전동차 밖으로 끌어내린 뒤 경찰에 신고한 피해자의 태도에 비추어 적극적이고 용감한 성격인 피해자가 일정 시간 공소사실과 같은 정도의 피해에 대하여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참았다는 것은 믿기 어렵다는 등의 이유로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하여 유죄를 선고한 제1심 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하였다.

(2) 판결요지

() 성폭행이나 성희롱 사건의 피해자가 피해사실을 알리고 문제를 삼는 과정에서 오히려 피해자가 부정적인 여론이나 불이익한 처우 및 신분 노출의 피해 등을 입기도 하여 온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성폭행 피해자의 대처 양상은 피해자의 성정이나 가해자와의 관계 및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개별적, 구체적인 사건에서 성폭행 등의 피해자가 처하여 있는 특별한 사정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피해자 진술의 증명력을 가볍게 배척하는 것은 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입각하여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따른 증거판단이라고 볼 수 없다.2)

() 피해자의 진술이 그 진술 내용의 주요한 부분이 일관되며, 경험칙에 비추어 비합리적이거나 진술 자체로 모순되는 부분이 없고, 또한 허위로 피고인에게 불리한 진술을 할 만한 동기나 이유가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는데다가, 추행행위를 인지하게 된 경위에 있어서 처음에는 생리대 때문에 바로 느끼지 못하였다가 한 30초 정도 뒤에 느낌이 이상하여 한 걸음 이동하였는데, 피고인이 그때부터 노골적으로 따라 붙어서 이 사건 추행을 하였다.’, ‘3~5초 정도 눈으로 정확히 범행 장면을 목격하고 난 뒤에 정신을 차리고 따졌다.’는 등으로 진술하고 있는 이 사건에 있어서, 피해자의 항의 태도만으로 피해자의 성격을 속단하여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한 원심판결은 개별적, 구체적인 사건에서 성범죄 피해자가 처하여 있는 특별한 사정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피해자 진술의 증명력을 가볍게 배척하는 것으로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따른 증거판단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원심의 판단에 증거의 증명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보아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였다.3)

14. 증인 진술의 신빙성 판단의 번복이 문제된 사건

O 대법원 2019.7.24.선고 201817748 판결, 원심이 A, B의 제1심 법정진술의 신빙성과 증거가치를 인정한 제1심의 판단을 뒤집기 위해서는 그에 대하여 충분하고도 납득할 만한 현저한 사정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원심이 설시한 사정들은 제1심이 직접 A, B에 대한 증인신문절차를 진행하면서 그 모습, 태도, 뉘앙스 등을 관찰한 다음 그 진술의 신빙성과 증거가치를 인정하여 내린 판단을 뒤집을 수 있을 만큼 특별하거나 합리적인 사정으로 보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원심이 아무런 추가적인 증거조사를 거치지 않은 채 A, B의 제1심 법정 진술을 단순한 추측에 불과한 것이어서 증거가치가 없는 것으로 보고 그 판시와 같은 사정만으로 제1심의 판단을 뒤집어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것은 실질적 직접심리주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잘못을 저지른 것이다.

O 대법원 2021.6.10.선고 20212726 판결, 형사소송법이 채택하고 있는 실질적 직접심리주의의 정신에 비추어, 항소심으로서는 제1심 증인이 한 진술의 신빙성 유무에 대한 제1심의 판단이 항소심의 판단과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이에 대한 제1심의 판단을 함부로 뒤집어서는 아니되나, 1심 증인이 한 진술의 신빙성 유무에 대한 제1심의 판단이 명백하게 잘못되었다고 볼 특별한 사정이 있거나, 1심 증거조사 결과와 항소심 변론종결 시까지 추가로 이루어진 증거조사 결과를 종합하면 제1심 증인이 한 진술의 신빙성 유무에 대한 제1심의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현저히 부당하다고 인정되는 예외적인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1심이 피해자를 증인으로 신문한 후 그 진술의 신빙성이 없다는 전제에서 유사강간 부분을 무죄로 판단하였는데, 원심이 추가 증거조사 없이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하여 제1심의 판단을 뒤집고 유사강간 부분을 유죄로 판단한 사안에서, 제반 사정에 비추어 제1심 증인인 피해자가 한 진술의 신빙성 유무에 대한 제1심의 판단이 명백하게 잘못되었다고 볼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아1심의 판단을 뒤집고 유사강간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원심을 수긍한 사례> (피해자가 피고인과 동거하는 동안 수시로 성관계를 하였고 이 사건 이후에도 성관계를 가졌다는 사정이 유사강간죄의 성립을 방해한다고 볼 수 없고, 1심이 피고인이 행한 유형력이 유사강간에 해당할 정도가 아니라는 근거로 본 사정들 대부분은 유사강간죄가 성립한 이후의 사정에 불과 등...)

각주)-----------------

1) 제1심과 원심에서는 해당 경찰서에서 그 무렵 피고인 외에는 감정의뢰한 것이 없어서 바꿔치기나 훼손사실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2) 대법원 2020.8.20.선고 2020도6965, 2020전도74 판결, 「피고인(1심에서 징역 13년이 선고되고, 항소 및 상고 기각)의 친딸로 가족관계에 있던 피해자가 ‘마땅히 그러한 반응을 보여야만 하는 피해자’로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함부로 배척할 수 없다. 그리고 친족관계에 의한 성범죄를 당하였다는 피해자의 진술은 피고인에 대한 이중적인 감정, 가족들의 계속되는 회유와 압박 등으로 인하여 번복되거나 불분명해질 수 있는 특수성이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피해자가 공소사실 기재 범행 기간 중 피고인에게 다소 애교 섞인 표현 또는 피고인을 걱정하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낸 경위 역시 정상적인 가정으로 돌아가고 싶은 희망에서 나온 것으로서 이를 두고 피해자로서 마땅히 보여야 할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고 할 수 없다).」

3) 대법원 2020.9.24.선고 2020도7869 판결, <(1) 공소사실 : 고등학교 교사인 피고인이 학생인 3명의 피해자에게 격려, 관심표명 등을 핑계삼아 피해자의 신체를 만져서 추행하였다. (2) 제1심 판결 : 피해자 A의 경우 피해 당시 주변에서 쉽게 목격할 수 있는 상황이었음에도 피고인에게 곧바로 항의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피해사실을 알리지 않은 것을 납득하기 어렵고, 피해자 A, 피해자 B가 피고인과의 면담과정에서 있었던 일로 징계를 받을 수 있는 상황에 처하자 피해사실을 꾸며내거나 과장하여 진술한 것으로 판단하여 무죄를 선고하였다. (3) 원심 : 피고인의 피해자 A에 대한 범행 장소와 시간, 경위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주변에서 쉽게 피해상황을 목격하기 어려워 보이고, 피해자 A, 피해자 B가 피해사실을 최초 진술할 당시 징계에 회부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거나 그런 말을 전해 듣고 허위로 피해사실을 꾸며낸 것으로는 보이지 않으며, 일부 피해자들이 범행 약 1개월 후 피고인의 교육태도 등에 관하여 강력히 항의하였는데 이는 피고인의 신체접촉으로 인한 거부감이 피해자들로 하여금 피고인과 소통이 되지 않는다고 느끼는 데 영향을 미쳤던 것으로 보이고 그 상황에서 일부 피해자들이 피고인과 큰 갈등을 빚게 되자 친분있는 다른 교사에게 피해사실을 알리게 되고 수사기관에서도 이 사건을 인지하여 수사가 개시되었다고 판단하여, 그 판시와 같은 인정 사실들과 더불어 피해자들 진술의 신빙성을 긍정하여 유죄를 선고하였다. (4) 대법원 : 원심의 판단은 ‘성추행 피해자가 추행 즉시 행위자에게 항의하지 않은 사정’이나 ‘피해 신고 시 성폭력이 아닌 다른 피해사실을 먼저 진술한 사정’만으로 곧바로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부정할 것이 아니고, 가해자와의 관계와 피해자의 구체적 상황을 모두 살펴 판단하여야 한다는 취지로서, 거기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강제추행죄의 성립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피고인의 상고를 기각하였다.>; 대법원 2019.7.11.선고 2018도2614 판결.

■ 이창현 교수는...
현 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연세대 법대 졸업, 서울북부·제천·부산·수원지검 검사
전 법무법인 세인 대표변호사
이용호 게이트 특검 특별수사관, 아주대 법대 교수, 사법연수원 외래교수(형사변호사실무), 사법시험 및 변호사시험 시험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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