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수험생을 위한 칼럼(171) / 걱정하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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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수험생을 위한 칼럼(171) / 걱정하지 마라
  • 정명재
  • 승인 2022.01.04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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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재 정명재닷컴
(정명재 공무원 수험전략 연구소, 공무원시험 합격 9관왕 강사)

새해가 밝았다. 제야(除夜)의 종소리를 듣지도 못했고 새해의 활기참도 없었지만 한 해의 끝과 또 다른 한 해가 만났다. 오랜만에 민철이와 성희가 내게 인사차 들렀다. 한동안 연락을 주고받진 못했지만 늘 안부를 걱정하고 서로를 생각해주는 선생과 제자의 만남이었다. 노량진에서의 추억도 많아 서로의 얼굴만 봐도 옛일들이 새록새록 생각났다. 춥고 힘겨운 시기를 웃음으로 지나고 서로에게 온기가 되어 준 시간만이 아름답게 남았다.
 

성희는 시험준비에 참 많은 시간을 보냈다. 합격과 불합격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들며 기쁨 조금, 슬픔과 걱정이 훨씬 많았던 수험생이다. 지금은 직장을 다니면서 공부를 이어간다고 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여전히 노력하는 자세는 다행히 보기 좋았다. 민철이는 순수한 마음이 돋보인다. 수험생이 아닌 생활인으로 열심히 그리고 활기차게 살아가는 그런 젊음이다. 그래, 이제 30대의 초반이니 무엇을 해도 괜찮다. 무엇을 꿈꿔도, 무엇을 찾아 헤매도 그곳에서 배우고, 돌아서서 깨닫는 것이 있음을 알 수 있을 테니. 하지만 그들의 눈빛에는 걱정이 살포시 자리하고 있었다. 아직 가보지 않은 세상으로 향하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걱정과 함께 두려운 마음을 갖는다. 민철이와 성희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그리고 한참을 지켜보았다.

누구에게나 힘겨운 시기는 있다. 나도 그랬고 내가 존경하는 선배의 이야기에도 그렇게 가슴 저리고 아픈 시간은 있었다. 인생을 먼저 살아보았으니 선배일 뿐 누구에게나 인생은 처음 맞이하는 길이고, 처음 맞는 수업시간이다. 처음이어서 서툴고 어색하다. 처음이어서 낯설고 생경한 등장인물과 환경에 어리둥절하다. 공부를 시작할 때도 그렇고 사람을 처음 만날 때도 그렇다. 그렇지만 친숙한 일상처럼 변하고 환경에 적응할 때 즈음이면 또 이처럼 편한 것도 없다.

‘기인지우(杞人之憂)’는 중국 고서인 열자(列子)에 나오는 이야기다. 중국 기(杞)나라에 살던 사람이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지지 않을까 전전긍긍 걱정하는 고사(故事)에서 나온 것으로 주로 일어나지 않을 일들에 대해 과하게 걱정하고 두려워할 때 인용하는 고사성어(故事成語)이다. 있을 수 없는 가능성에 얽매인 채 쓸데없는 생각을 하는 이를 비판할 때 주로 쓰인다. 걱정은 불신이고 게으름이다. 걱정은 우리가 행동에 나서는 걸 방해하며, 일을 미루게끔 만든다. 미래의 생각에 빠져있으면 지금 해야 할 일에 집중할 수 없다. 결국, 걱정을 핑계 삼아 오늘 할 일을 미루게 된다. 걱정 많은 사람 중에는 자신을 믿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내가 제대로 일을 해낼지 모르겠으니 염려되고, 내 운명을 믿을 수 없으니 이 또한 근심이다. 하지만 이렇게 걱정만 한다고 달라지는 것이 있을까?

걱정의 뿌리는 불안감에서 찾을 수 있다. 불안은 원시시대부터 존재했으며 자연에서 맹수들을 피하고 문명사회에서는 상대방의 공격이나 동업자의 배신,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불안감이 스트레스라는 이름으로 우리를 엄습하기도 한다. 불안은 그 자체로는 결코 나쁜 게 아니다. 하지만 이러한 본능이 이성을 만나면서 문제가 발생한다. 불안에 상상력이 발휘되면 실재(實在)하는 위험뿐만 아니라 위험할 수도 있는 것, 위험할지도 모르는 무언가가 머릿속을 잠식한다. 불안이라는 본능에 거머리처럼 딱 달라붙은 상상력이 걱정을 만드는 원천이 된다.

결국, 불안에 상상력이라는 생각이 만나 증폭되고 과장된 것이 걱정이다. 우리가 하는 걱정의 90퍼센트는 실제 일어나지 않는다고 한다. 일어나지도 않을 걱정을 분석해 보면 다음과 같다. 40퍼센트는 절대로 일어나지 않으며, 30퍼센트는 이미 일어난 일에 관한 것이고, 22퍼센트는 굳이 걱정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사소한 것이다. 그리고 4퍼센트는 걱정해봤자 어쩔 수 없고, 나머지 4퍼센트는 걱정해봤자 아무 소용도 없다고 한다. 결론적으로 걱정은 헛된 망상에 불과하다.

변화에 대한 두려움이 걱정을 초래하기도 한다. 만일 우리 머릿속에 ‘걱정’이란 알을 낳는 거위가 있다고 상상해 보자. 미래, 죽음, 상실, 헤어짐, 불합격, 실직 등 대부분이 궁극적으로 ‘변화’와 관련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변화에 대한 두려움은 머릿속에서 크건 작건 걱정을 낳는다. 그렇지만 변화란 피하고 싶다고 피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리스의 철학자인 헤라클레이토스는 “같은 강에 두 번 들어갈 수는 없다.”고 말했다. 처음 들어갔던 그 강물은 이미 흘러갔고 새로운 물이 강에 자리하고 있으며 내가 느끼는 생각과 느낌은 두 번째 들어간 강물에서는 앞선 경험과는 다르다는 것이다. 강물은 우리의 삶에 비유될 수 있다. 비슷한 상황을 마주해도 그것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나 그로부터 받는 영향의 정도는 매 순간 다를 수밖에 없다. 우리의 삶은 항상 변화하고 있는데 걱정 많은 사람만이 변화를 두려워하고 있다.
 

변화를 상실이란 두려움으로 생각해선 안 된다. 변화하면 무언가를 잃는다는 두려움에 많은 사람이 걱정하지만, 변한다고 해서 잃는 것은 사실 없다. 변화는 단지 변화일 뿐이다. 변화는 우리를 새로운 영역으로 눈을 돌리게 하고, 삶의 발전을 가져올 전환점으로 작동하기도 한다. 불안이란 감정은 우리 마음속에서 변화란 위험한 것이며, 익숙한 과거와 현재를 고수(固守)해야 안정된 삶을 누릴 수 있다고 유혹한다. 옛것이 옳고 새로운 건 틀리다 속삭인다. 하지만 변화 없는 인생이야말로 위험하다. 한 곳에 오랫동안 정체된 건 고이게 되며 결국 썩기 마련이다.

2022년이 시작되었다. 여전히 불안감을 조성하는 사회 분위기와 환경은 불확실성에 근거하여 예측하기 힘들다. 나의 통제 영역 밖에서 존재하는 불안의 요소들을 억지로 머릿속에서 상상력을 동원해 걱정거리로 만들고 있진 않은지 돌아봐야 할 때이다. 그래서 힘주어 말한다. 걱정하지 마라. 네가 걱정하는 90퍼센트는 실제로 일어나지 않는다. 지금은 걱정할 때가 아니라, 내가 해야 할 일과 내가 할 수 있는 일 그리고 내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을 생각하고 진지하게 고민할 때다. 우리 앞에 놓인 위기의 순간을 걱정이 아닌 변화의 시기로 생각하자. 환한 웃음으로 나를 찾은 새해 첫날의 태양을 보며, 그대의 얼굴에 걱정 아닌 아름다운 미소 가득하기를 소망해 본다.

정명재
정명재 공무원 수험전략 연구소 / 정명재 닷컴
2015년 지방직 일반행정직 9급 합격
2015년 국가직 방재안전직 7급 합격
2016년 서울정부청사 중앙재난안전상황실 근무
2016년 서울시 방재안전직 7급 합격
2017년 국가직 교정직 9급 합격
2017년 지방직 도시계획직 9급 합격
2018년 지방직 수산직 9급 합격
2019년 지방직 건축직 9급 합격
2000년 국가직 조경직 9급 합격
‘직장인에서 공무원으로 갈아타기’ ‘공무원시험을 위한 코칭’ ‘장원급제 독학용 학습지’ 대표저자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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