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 성폭력 피해자 진술 영상물, 반대신문권 없인 증거 불가”
상태바
“미성년 성폭력 피해자 진술 영상물, 반대신문권 없인 증거 불가”
  • 이성진 기자
  • 승인 2021.12.27 18:3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성폭력처벌법 30조 6항 ‘19세 미만’...헌재, 과잉금지원칙 위배 “위헌”
피해자의 2차 피해 방지도 중요하지만 가해자 공정한 재판권도 중요
조사 초기단계에서 피해사실과 반대신문 등 조화로운 방법활용 필요

[법률저널=이성진 기자] 성폭력범죄 사건 조사과정에 동석했던 신뢰관계인의 진술에 의해 성립의 진정성이 인정되는 19세미만 피해자에 대해 촬영한 영상물을, 일방적 증거로 할 수 있도록 한 법규정은 위헌이라는 판단이 나왔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23일 재판관 6대 3의 의견으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성폭력처벌법)30조 6항 가운데 19세 미만 성폭력범죄 피해자에 관한 부분이 헌법에 위반한다고 결정(2018헌바524)했다.

성폭력처벌법 30조 1항은 성폭력범죄 피해자가 19세 미만이거나 장애로 인해 사물 변별 능력이나 의사 결정 능력이 미약한 경우 그 진술을 촬영해 보존하도록, 6항은 이렇게 촬영된 동영상이 조사에 동석한 신뢰관계에 있는 사람 또는 진술조력인으로부터 ‘진정한 것’이라고 인정되면 증거로 쓸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같은 성폭력처벌법에 의해 피해자의 진술 없이 1·2심 모두 유죄가 인정돼 징역 6년의 실형을 선고받은 A씨의 변호인은 상고심에서 위헌소원을 제기했다.
 

성폭력범죄 피해자가 미성년자인 경우 피고인으로서는 피해자에 대해 반대신문권을 행사하지 못하게 돼 있어 부당하다는 것이 A씨 측 주장이다.

헌재는 성폭력처벌법 30조 6항에 대해 “보호 필요성이 큰 미성년 피해자가 법정에서 피해 경험을 진술하거나 반대 신문을 받는 과정에서 입을 수 있는 심리적·정서적 고통 등 2차 피해를 막기 위한 것”이라며 입법 목적의 정당성, 수단의 적절성을 인정했다.

다만 헌재는 “피고인의 반대신문권을 보장하면서도 미성년 피해자를 보호할 수 있는 조화적인 방법을 상정할 수 있는데도 반대신문권을 실질적으로 배제해 방어권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은 피해의 최소성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며 A씨의 손을 들어줬다.

헌재는 “성폭력범죄의 특성상 영상물에 수록된 피해자 진술이 핵심 증거인 경우가 적지 않고 진술증거를 탄핵할 필요성이 인정된다”며 “심판대상 조항은 증거 왜곡이나 오류를 탄핵할 효과적 방법인 반대신문권을 보장하지 않고 대체 수단도 마련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이 규정이 달성하려는 공익이 제한되는 피고인의 사익보다 우월하다고 쉽게 단정하기도 어렵다”며 법익의 균형성도 갖추지 못했음을 꼬집었다.

결과적으로 해당 조항은 과임금지원칙을 위반해 청구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미성년 피해자가 자신의 피해사실과 피고인 측의 반대신문 등에 관해 사건 초기에 증언함으로써 법원의 판단에 필요한 증거를 충분히 제공하거나, 비디오 등 중계장치에 의한 증언 등 여러 증인지원제도 활용 등을 조화적인 방법으로 제시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미성년 피해자의 진술 동영상이 법정에서 증거로 쓰이는 것을 가해자가 반대할 경우 검찰이 다른 증거들로 혐의를 입증하거나 피해자가 직접 법정에 출석해 증언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반면 이선애·이영진·이미선 재판관은 이 조항이 피고인의 재판 받을 권리를 침해하지 않아 헌법을 위반하지 않는다며 반대 의견을 냈다.

이 재판관들은 “피해자 진술의 약점을 지적해야 할 반대신문이 피해자를 향한 공격의 방식으로 이뤄지면 반대신문에 기대하는 기능과 달리 피해자에게 수치심과 곤혹, 공포 등 2차 피해만 발생시킬 수 있다”고 이유를 들었다.

또 “성폭력범죄의 미성년 피해자는 증언 때 스스로 감당할 수 없는 심각한 심리적·정서적 충격이나 후유 장애를 입을 개연성이 있어 사법절차 남용으로부터 특별히 보호할 필요성이 충분히 인정된다”고 강조했다.

xxx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전달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 기사를 후원하시겠습니까? 법률저널과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기사 후원은 무통장 입금으로도 가능합니다”
농협 / 355-0064-0023-33 / (주)법률저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공고&채용속보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