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성별정정 요건과 절차에 관한 인권위 진정 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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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성별정정 요건과 절차에 관한 인권위 진정 제기
  • 백소윤
  • 승인 2021.12.24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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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소윤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
백소윤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

지난 11월 16일 아침, 트랜스인권단체,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연대 단체들과 함께 인권위 앞에 모였습니다. 파스텔톤의 분홍과 파랑 색 띠와 흰 배경의 넓게 펼친 현수막에 선명한 문구가 박혀 있습니다. “트랜스젠더 성별정정 수술요건 폐지하라”

현행 「성전환자의 성별정정허가신청사건 등 사무처리지침(이하 ‘대법원 예규’라고 함)」은 2006년 성전환자 성별정정 허가에 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결정 이후에 제정이 되었고, 현재까지 일선 법원에서 성전환자 성별정정 사건의 주요 지침이 되고 있습니다. 대법원 예규는 성별정정 사건의 처리 근거와 기준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지만, 지나치게 엄격한 기준 요구로 인하여 제정 당시부터 비판을 받아왔습니다.

외부성기수술 및 생식능력 제거 강요

특히 외부성기 성형과 생식능력의 비가역적 제거 요구는 트랜스젠더 성별정정 허가의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 <트랜스젠더 혐오차별 실태조사>에 따르면 트랜스젠더 참여자 591명 중 성별정정을 완료한 사람은 47명(8.0%)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그 이유에 대해 229명(58.9%)은 ‘성전환 관련 의료적 조치에 드는 비용 때문에’라 했고, 150명(29.5%)은 ‘성전환 관련 의료적 조치에 따른 건강상 부담 때문에’라 답했습니다. 트랜스젠더들은 전문성도 안전성도 보장되지 않은 수술을 높은 비용을 지불하고 위험을 부담합니다.

의학적으로도, 사회생활 관계에서도 불필요한 기준

세계트랜스젠더보건의료전문가협회는 법적 성별정정을 위해 수술적 전환 요구를 하는 것은 개인의 신체 건강과 정신건강에 해악을 미칠 수 있다고 확인했고, 당사자가 호르몬 치료를 일정기간 지속할 경우 신체적 변화가 비가역적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추가적 수술을 요구하는 것이 무의미하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또 성별정정 신청에 이른 트랜스젠더들은 성전환수술 여부와 무관하게 일상에서 관계면에서나 수행하는 역할에서나 사회적 여/남성으로 살아가고 있더라도 이와 같은 구체적 삶의 양태와 무관하게 법적 성별정정을 위해 외과적 조치를 고민해야 합니다.

의학적으로도 사회 관계면에서도 불필요한 외과수술을 의사와 상관없이 대법원 예규 때문에 강행해야 하는 상황을 더 이상 놔둘 수 없습니다.

처리 기간, 기각 사유 미제시, 인권침해시 구제 근거 없는 절차 상 문제

이번 인권위 진정에는 가사비송 사건으로 처리되는 성별정정 신청 사건에 대한 구체적 사건 분류 및 사건 처리 경향에 대한 통계 등 구체적 대안 마련을 위한 대응을 요청하는 내용도 담았습니다. 특히 당사자 심문 시 인권침해적 질의(성관계 경험 유무, 입는 속옷, 성형수술을 더 하지 않는 이유 등을 묻는 식) 금지 의무와 위반 시 구제 절차 마련, 사건 처리 기간 명시, 불복을 위한 기각 사유 구체적 명시 등 사건 처리 절차에 대한 개편을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필수적 최소한의 안전망, 공부상 성별정정

예규가 마련된 지 15년이 지났지만, 관련 사건에 관한 통계조차 전무한 상황이 ‘투명인간’ 대우를 받는 트랜스젠더의 상황을 보여줍니다. 법적 성별정정은 최종 목표가 아니라 그/그녀/ 그들의 나은 삶을 위한 최소한의, 필수적인 안전망입니다. 매년 11월 20일은 트랜스젠더 추모의 날에는 세상을 먼저 떠난 이들을 기리는 행사가 열립니다. 소중한 이들을 잃지 않기 위해 무엇이 우선되어야 할까요? 노동권, 학습권, 의료접근권 등 기본적 권리 보장이 우선이며 법적 성별정정은 이를 위한 기본 중의 기본입니다.

수술요건 폐지를 비롯한 심사기준 완화와 절차 개선을 위한 인권위의 적극적 권고를 기대하며 연대 단체들과 함께 활동 하겠습니다.

백소윤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

<공감 뉴스레터 2021년 11월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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