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업 변호사의 법과정치(243)-대선, 선택의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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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업 변호사의 법과정치(243)-대선, 선택의 기준
  • 강신업
  • 승인 2021.12.24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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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업 변호사, 정치평론가
강신업 변호사, 정치평론가

누가 더 나은 대선 후보인지를 놓고 검증이 한 창이다. 판단 기준은 여럿일 수 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후보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그가 어떤 정치 철학을 견지하고 있는지 하는 것이다.

대선 후보 선택의 기준은 먼저 수신의 하나로서 ‘신독(愼獨)’이다. 신독은 공직자에게 가장 중시되는 덕목이다. 사마광은 『자치통감』에서 신독의 전형으로 밤에 홀로 들고 온 황금 10근의 뇌물을 거부한 동한 시대의 양진을 든다. 양진은 “밤이라 아는 사람이 없다”며 황금 10근을 바치는 지인에게 “하늘이 알고, 땅이 알고, 내가 알고, 자네가 아는데 어찌 아는 사람이 없다고 하는가?”(天知, 地知, 我知, 子知, 何謂無知者?)라고 반문했다. 수신이 ‘신독’의 경지에 오르면 남이 보든 않든 경계하고 삼가는 태도를 견지할 수 있다. 대통령이 남의 눈을 의식해서 바르게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본심에서 옳고 바름을 지키는 모습을 보이면 이는 정치인의 윤리는 물론이고 사회 윤리로 정립될 수 있다.

두 번째는 ‘천하위공(天下爲公 천하는 만인의 것)’의 자세다. ‘천하위공’은 『공자가어』에 나오는 말로, 군주의 권력은 사리사욕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며, 사(私)에 치우치지 않고 공(公)을 지향해야 한다는 말이다. 한편 이 문장에는 천하위공의 반대 격인 ‘천하위가(天下爲家 천하는 개인의 것)’가 등장한다. 공자는 ‘천하위가’의 세상을 “세상 사람들이 각자 제 부모만 아비 어미로 여기고, 제 자식만 자식으로 여긴다. 재물이란 재물은 모두 자기 한 몸만을 위해 저축하고, 힘든 일은 자기가 하지 않고 남에게 넘겨버린다”고 설명했다. 천가위가의 세상에서는 권력은 사유화되고 만인은 자신의 안락과 물질적 욕망을 좇아 끝없이 생존게임을 펼친다. 하물며 대통령이 ‘공’과 ‘사’를 구별하지 못하고 그 스스로가 정치 질서뿐 아니라 사회 질서를 훼손하게 되면 국가는 쇠퇴한다.

좋은 대통령이 되기 위해선 실천적·실용적 전략 전술도 필요하다. 그 첫째는 임기응변(臨機應變)이다. 변화하는 상황을 좇아 늦지 않게 그에 부응하는 전술을 구사해 판세를 장악할 줄 알아야 하고 전황의 유리함과 불리함을 따져 나아가고 물러남을 정할 줄 알아야 한다. 예기치 않은 상황에서 원칙과 전형을 찾기만 해서는 승리가 요원하다. 유리하게 돌아가는 상황변화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싸움의 주도권을 장악하는 인리제권(因利制權)은 꼭 필요하다. 그 둘째는 조삼모사(朝三暮四)다. 정치인은 때로는 도토리를 아침에 세 개, 저녁에 네 개씩 주는 대신 아침에 네 개, 저녁에 세 개를 주어 원숭이를 만족시킬 줄도 알아야 한다. ​조삼모사는 상대를 속이지 않고 상대에게 원망을 듣지 않고 상대를 만족시키는 고도의 정치술이다. 셋째는 눌언민행(訥言敏行)이다. 정치인의 말은 한 박자 늦추고 행동은 민첩해야 한다. 말은 시공에 따라 그 색깔을 바꾼다. 언시공(言時空)의 변증법은 말을 하기 전에 항상 그 말이 ‘지금’ ‘여기서’ 하는 것이 맞는지를 고려할 것을 요구한다. 행동보다 말이 지나치게 빠를 때는 언행 불일치의 문제가 발생하기 쉽다. 넷째는 견강부회(牽强附會)다. 견강부회가 때로 좋은 공격과 방어의 술책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전혀 가당치도 않은 말이나 주장을 억지로 끌어다 붙여 조건이나 이치에 맞추는 것은 득보다 실이 크다. 마찬가지로 도리나 이치와는 상관없이 자신의 주장만을 내세우면서 합당하다고 우기는 사람, 지나치게 자신의 의견만을 고집하면서 다른 사람들의 견해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는 사람은 조직을 망치고 목표 달성을 방해하니 이런 자를 걸러내는 것 역시 꼭 필요한 정치적 자질이다.

바야흐로 대선의 계절이다. 이제 우리는 대통령이라는 가장 중요한 정치인을 선택해야 한다. 그 선택에 따라 국민의 삶과 미래가 전혀 다른 방향으로 전개될 수 있다. 유권자들이 선택의 그 날까지 올바른 판단을 위해 눈을 크게 뜨고 귀를 활짝 열어야 하는 이유다.

강신업 변호사, 정치평론가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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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cmaca 2021-12-25 15:12:45
유교경전이나, 세계사, 중국사, 서양사, 한국사에 나오는 정론을 근거자료로 하는게 좋습니다. 잘못하면, 임의적 판단을 해서, 엉뚱한 결과를 낳게 되어서 그렇습니다. 공자가어는 위서입니다.
삼국시대 위(魏)의 왕숙(王肅 195~256)이 편찬한 책. 10권 44편. 공자의 후손 공맹(孔猛)의 집에서 발견한 책 등에서 공자와 제자와의 언행에 관한 기사를 바탕으로 쓴 설화집인데, 당(唐)의 안사고(顔師古) 이래 위작(僞作)이라고 악평을 받았음.

.출처: 공자가어 (한자성어•고사명언구사전, 2011. 2. 15., 조기형, 이상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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