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2021년 제39회 법원행시 최연소 합격 조은별씨 “항상 마지막 시험이라는 생각으로 최선 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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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2021년 제39회 법원행시 최연소 합격 조은별씨 “항상 마지막 시험이라는 생각으로 최선 다해”
  • 안혜성 기자
  • 승인 2021.12.22 16: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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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법원행시 최연소 합격 조은별씨한국외국어대학 중국언어문화학부 졸업
2021년 법원행시 최연소 합격 조은별씨
한국외국어대학 중국언어문화학부 졸업

“1점이라도 더 좋은 점수 받을 수 있는 답안 작성하려 노력”
“합격 전의 간절했던 마음 기억하며 봉사하는 공무원 될 것”

[법률저널=안혜성 기자] 수험가에서는 흔히 ‘법원행정고등고시 합격’을 ‘낙타가 바늘구멍 통과하기’에 비유하곤 한다. 이는 법원행시가 여러 고시, 자격시험, 공무원시험 중에서도 선발인원이 극히 적고 공부할 분량이 많을 뿐 아니라 시험 문제 자체도 어렵고 난해해 합격하기가 굉장히 어렵다는 것을 표현하는 말이다.

법학을 전공하고 몇 년이나 수험에만 몰두를 해도 합격을 장담할 수 없는 법원행시의 높은 장벽에 도전해 3년여 만에 최연소로 합격한 주인공이 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 영광의 주인공은 조은별씨로 중국언어문화를 전공한 법학 비전공자라는 점에서 더욱 놀라운 성과다.

커다란 성과에도 불구하고 조씨는 “2차를 잘 봤다고 생각하지 않아 큰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최연소로 합격하게 되어 기쁘고 감사한 마음뿐이다. 큰 운이 따라주어 합격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며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법학 비전공자가 여러 고시 중에서도 문턱이 높은 법원행시에 어떻게 도전하게 됐는지 궁금했다. 조씨는 한국외국어대학교에 재학하던 중 법학 교양수업을 듣게 됐던 것이 계기였다고 답했다. 그는 “수업을 들으면서 법학에 흥미가 생겼고 교내 고시반 실장님을 통해 법원행시라는 시험을 처음 알게 돼 도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2018년 8월 처음 공부를 시작해 첫 도전에서는 1차에서 고배를 마셨다. 다음해에는 1차에 합격했지만 2차의 벽을 넘어서지 못했다. 조씨에게 실패의 경험은 다음 단계로 올라서기 위한 밑거름이 돼 주었던 것 같다. 그는 불합격의 원인을 분석해 부족했던 부분을 보완하고 시험의 특성에 맞는, 또 자신에게 맞는 공부법을 찾으며 노력한 결과 올해 세 번째 도전에서 마침내 최종합격의 기쁨을 누리게 됐다.

단순히 수치만 놓고 보면 3년이라는 시간이 길어 보이지만 법원행시 수험에서는 상당히 단기간에 합격한 편이다. 게다가 법학에 대한 사전 지식이 없는 상태에서의 도전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혹시나 뭔가 특별한 비법이 있지는 않을까 해서 물었더니 아쉽게도 “없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하지만 이어진 “매번 시험에 임할 때마다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최선을 다했던 것 같다”는 말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가장 단순하지만 성공적인 수험의 본질을 나타내는 대답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특별한 공부 비법은 없었다지만 법원행시라는 시험 자체는 다른 시험과는 다른 특징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때문에 수험 준비에서도 남다른 특성을 반영해야 한다는 게 많은 합격자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한 부분이다.

조씨는 “우선 적은 선발인원 외에도 1차시험과 2차시험 사이에 기간이 상당히 짧아 1차와 2차를 동시에 준비해야 한다는 점이 특이점이라고 생각한다. 또 1차 지문 길이가 상당하고 시험에서 흔히 볼 수 없는 판례가 출제된다는 것도 특이점”이라는 의견을 보였다.

다만 “100점을 받아야 하는 시험이 아닌 만큼 이런 판례들을 대비하려고 하는 것보다는 중요하고 기본이 되는 판례라도 정확히 아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는 의견을 덧붙였다.

구체적인 각 단계별 공부 방법을 살펴보면 먼저 1차시험의 경우 민법, 형법, 헌법 각 과목의 기본강의를 듣는 것으로 시작했다. 강의를 들으며 매일 진도에 맞춰 기본서를 읽고 기출문제를 풀었다. 기출 문제는 법원행시, 법무사, 변호사시험 뿐 아니라 거의 모든 직렬의 기출문제를 5~10개년 정도 푸는 등 많은 공을 들였다.

기출문제를 풀다가 틀리는 부분은 기본서에 적거나 체크를 하는 방식으로 단권화를 하며 반복해서 읽었다. 조씨는 “법원행시 1차는 개수형이 많고 지문이 긴 것이 특징이기 때문에 문제를 빠르게 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판례를 정확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기출문제의 판례 원문을 찾아 정확히 이해하려고 노력했다”는 노하우를 전했다.

1차시험에서 가장 어려웠던 과목으로는 민법을 꼽았다. 그는 첫 번째로 도전한 1차시험에서 민법에 사례형 문제가 대량으로 출제되면서 시간 조절에 실패해 불합격했다. 이에 재시부터는 사례형에 대비하기 위해 기본서를 천천히 정리하는 시간을 충분히 가졌고 기본서에 있는 사례 문제도 꼼꼼히 봤다. 그는 “법행 민법은 사례형을 많이 내기 때문에 기출만 외워서는 합격하기 어렵다”며 “인강을 듣더라도 반드시 혼자 기본서를 천천히 정리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는 의견을 보였다.

2차의 경우 기본서와 사례집을 참고해 시험에 나올만한 논점과 판례를 뽑아 암기장을 만드는 방식으로 대비했다. 암기장을 반복해서 보면서 논점만 보고 판례를 현출할 수 있을 정도로 암기하려고 했으며, 답안작성의 경우 스터디원을 구해 시간을 정해서 답안을 쓴 후 각자의 답안을 돌려보며 피드백 하는 방식으로 연습했다.

2차시험에서는 민사소송법이 가장 난관이었다. 실무를 겪어보지 못한 상황에서 접한 민소법은 개념도 낯설고 난해해 이해하기가 쉽지 않았다고. 그래서 택한 전략은 ‘선 암기 후 이해’였다. 일단 암기부터 하고 보자고 생각하고 출제될 수 있는 모든 논점을 암기장으로 만들어 반복해서 봤다. 특히 절차법의 특성상 답안지에 의의와 취지를 적시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기에 다른 과목보다 의의와 취지를 암기하는 데 더 집중했다.

답안 작성에서는 ‘최대한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는 답안’을 쓰는 것에 중점을 뒀다. 이는 평균 3점차로 2차에서 고배를 마셨던 쓰라린 경험이 반영된 것으로 그는 이 때 ‘점수 1, 2점의 중요성’을 깨닫게 됐다.

조씨는 “답을 맞히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시험의 당락은 1, 2점, 적게는 소수점 차이로 결정되기 때문에 최대한 점수를 받을 수 있는 방식으로 답안을 작성하려고 노력했다”며 “재시 때와 달리 삼시 때에는 논점 정리와 소결, 결론을 빠뜨리지 않고 쓰려고 했으며 조문과 의의, 취지를 되도록 전부 쓰려고 했다”고 말했다. 또 기본적인 판례라고 하더라도 최대한 풍부하고 자세하게 쓰는 등의 노력도 기울였다.

마지막 관문인 면접은 2차시험 합격자들이 함께하는 스터디를 통해 준비했다. 합격자 발표 이틀 후 스터디가 꾸려졌고 면접 전날까지 실전처럼 연습을 했다. 그는 “작년에도 안타깝게 면접 탈락자가 많이 나와 올해도 면접 시험날까지 긴장의 연속이었던 것 같다. 실제 면접에서도 너무 긴장해서 면접이 어떻게 끝난 지도 모르게 지나갔다”며 면접시험의 높은 부담감에 대해 전했다.

이 시기는 조씨의 수험생활 중 가장 힘들었던 순간으로 기억되기도 했다. 조씨는 “수험생활의 매 순간이 쉽지 않았지만 2차 합격 후 3차 발표 전까지가 가장 힘들었던 것 같다. 2차 공부 과정이 너무나도 힘들었고 감히 기대하지 않았던 합격이라는 행운이 찾아왔기 때문에 3차에 대한 부담이 더욱 심했다”며 “쉽지는 않았으나 결과를 걱정하기보다는 현재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면서 부담을 이겨내려고 노력했다”고 전했다.

이 때의 경험은 면접시험을 준비할 수험생들에게 전하는 조언에도 담겼다. 그는 “무척 어렵겠지만 면접에서 너무 많이 긴장을 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면접도 요식행위가 아닌 만큼 2차 발표 후 스터디에 참여하는 등으로 실전에 충분히 대비하는 것이 필요할 것 같다”며 만반의 준비는 하되 긴장은 덜어낼 것을 조언했다.

법원행시처럼 수험기간이 긴 시험의 경우 공부 방법 못지않게 건강이나 스트레스 관리도 매우 중요하다. 조씨의 경우 시험이 임박한 상황이 아닌 이상 가벼운 산책을 하며 건강을 관리했다. 주로 집 주위를 한 두 시간 정도 걷는 식으로 산책을 했는데 스트레스 해소에도 큰 도움이 됐다. 그는 “걱정이 많은 성격이어서 합격에 대한 스트레스가 굉장히 컸는데 그럴 때마다 몸을 움직여서 최대한 다른 생각이 들지 않도록 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집중력을 유지할 수 있는 수면시간 확보에도 신경을 썼다. 그는 “재시 때는 잠을 줄여가며 공부를 했는데 다음날이 되면 전날 암기한 내용을 모두 까먹을 정도로 좋지 않은 영향을 미쳐 올해는 수면시간을 최소한 6시간 이상 확보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법원행시라는 시험이 얼마나 힘겨운 도전인지 아는 조씨이기에 수험생들에게 전하는 응원의 메시지에도 경험에서 녹아나는 진심이 가득했다. 그는 “수험 생활이 얼마나 힘들고 불안한 것인지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바뀌는 시험 경향이나 일정과 같이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일로 불안해하기 보다는 현재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한다면 반드시 합격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다들 건강 잘 챙기시고 끝까지 힘내셨으면 좋겠다”는 응원을 전했다.

길고 험난했던 여정은 이제 끝났다. 하지만 어쩌면 진짜로 힘든 여정은 지금부터일지도 모른다. 수험생일 때와는 차원이 다른 커다란 책임과 역량이 요구되는 공직의 길 앞에서 조씨가 장착한 무기는 ‘초심’이다. 그는 “역량과 전문성을 키워 어려운 상황에 있는 국민께 실질적인 도움을 제공할 수 있는 법원공무원이 되고 싶다. 합격 전 간절했던 마음을 기억하면서 국민께 봉사하는 책임감 있는 공무원이 되도록 노력했다”는 포부를 나타냈다.

마지막으로 그가 쉽지 않은 도전을 결심하고 노력을 거듭해 오늘의 영광을 차지하기까지 곁에서 그를 돕고 응원해 준 이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남겼다.

“우선 어려운 시험을 같이 준비하며 많은 도움을 주신 2차 스터디원분과 면접 스터디원분들, 법원행시라는 시험을 처음 알게 해 주시고 수험생활에 많은 도움을 주신 한국외대 고시반 의향재 실장님께 감사드립니다. 무엇보다도 수험기간 내내 믿고 기다려준 가족에게 고맙고 미안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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