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희섭의 정치학-우크라이나를 둘러싼 러시아와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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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의 정치학-우크라이나를 둘러싼 러시아와 미국
  • 신희섭
  • 승인 2021.12.10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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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 정치학 박사 한국지정학연구원 원장 / 베리타스법학원전임 / 『일상이 정치』 저자
신희섭 정치학 박사
한국지정학연구원 원장 / 베리타스법학원전임 / 『일상이 정치』 저자

2021년 12월, 우크라이나에는 말 그대로 전운이 감돈다. 12월 1일, 워싱턴포스트는 러시아 침공설을 발표했다. 같은 날, 우크라이나 국방장관도 러시아의 2022년 1월 공격계획을 언급했다. 12월 7일, 이 사태를 진화하고자 바이든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과 화상으로 121분짜리 정상회담을 가졌다. 2014년과는 다른 강경조치를 취하겠다는 발표가 나왔다. 12월 6일, 언론들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경우, 미국 정부가 국제결제 망에서 러시아를 배제하고 러시아 은행의 거래를 차단할 수 있다고 보도를 쏟아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대립하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러시아로서는 완충지대의 국가들의 나토 가입과 완충지대 상실이 크다. 자연국경선이 없다는 지리적 약점이 러시아를 괴롭히는 것이다. 이 와중에 우크라이나의 친서방화가 진행되고 있다.

종족(ethnie) 문제도 있다. 같은 국가로 시작한 같은 종족이지만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다른 민족국가를 이루고 있다. 스탈린의 인구정책이 현재도 영향을 미친다. 우크라이나의 동부지역은 친러시아계열이, 서부진영에는 친서방계열이 포진하고 있다. 여기세 더해 2014년 크림반도 합병 시기 러시아의 지원을 받은 분리주의자들로 지금까지 내전 중에 있다. 마지막으로 1994년 부다페스트 각서문제가 있다. 이 각서를 체결할 당시 우크라이나에 남겨진 1400개로 추정되는 핵탄두를 우크라이나가 넘겨주면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독립과 주권을 존중”하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위협이나 무력사용을 자제”한다고 약속하였다.

이런 상황은 두 가지 질문을 하게 만든다. 첫째, 러시아는 실제 군사공격을 감행할 수 있는가? 좀 더 구체적으로 전쟁할 수 있을까? 둘째, 만약 러시아가 전쟁을 개시하면 미국은 어떤 방식으로 대응할까?

먼저 러시아는 군사적 공격을 감행할 수도 있다. 우선 러시아로서는 친러시아계의 독립을 달성하는 제한적 목적과 국지적인 양태의 전쟁을 감행할 수 있다. 나토 가입을 공식적으로 추진하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쟁은 러시아에 세 가지를 안겨줄 것이다. 첫째, 러시아 주변 국가에게 나토 가입이 위험한 선택이라고 알려줄 것이다. 또한, 위협(threat)의 극대화를 통해 주변 국가들이 유럽보다는 러시아에 편승하는 정책을 강요할 수 있다. 둘째, 러시아는 서방국가들 사이에서 자신의 위상과 위신을 강화할 수 있다. 중국보다 못한 처지가 된 러시아는 초강경정책을 통해서 ‘이 동네 미친 X’가 누군지를 각인시켜 줄 수 있다. 이는 러시아의 중국에 대한 위상도 강화하게 될 것이다. 셋째, 러시아 국민과 주변 국가 내 친러시아계 주민들을 결집하게 할 것이다.

게다가 몇 가지 조건은 푸틴이 초강경책을 사용할 수 있게 해주고 있다. 첫째, 천연가스 가격이 올라 러시아의 영향력이 막강하다. 특히 유럽 천연가스의 40%를 제공하는 만큼 유럽국가가 러시아에 대해 강경 대응을 할 수 없을 것이다. 둘째, 푸틴이 그동안 만들어 둔 이미지와 전례들이 작동하고 있다. 그는 2008년 조지아와의 전쟁, 2014년 크림반도 합병을 통해 강한 지도자(strong man)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약해빠진 러시아를 현재 자리까지 오게 한 푸틴이 앞으로 일정 기간 러시아를 끌고 간다면, 이 시점에서 강경책 선택은 정치적으로 많은 자산을 만들어줄 것이다.

만약 러시아가 제한적인 수준에서 우크라이나를 공격한다면 미국은 반드시 대응할 것이다. 2014년 크림반도 합병 당시 오바마 대통령은 우크라이나를 지원하지 않았다. 2009년부터 2017년까지 부통령이었던 현 바이든 대통령은 같은 일을 반복하지는 않을 것이다. 반면, 동맹이 아닌 우크라이나를 위해 미국이 군사력을 동원해 러시아와 전쟁을 수행하지는 않을 것이다. 미국은 강력한 경제제재와 그 이상의 행동으로 행동이 제한된 것이다.

힘이 약화하였다고 해도 패권국가인 미국은 자신에 대한 ‘평판’을 신경 써야 한다. 어떤 국가가 나토에 가입을 희망한다는 이유로 공격받고 미국이 이를 방치한다면, 미국과 NATO의 위상은 바닥으로 곤두박질칠 것이다. 게다가 중국견제에 들어간 상황에서 미국의 유약한 태도는 중국의 대만 강경책 사용으로 이어질 것이다. 북한과 이란이 약탈적으로 그 뒤를 이을 것이다.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군사 무기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러시아를 괴롭힐 수 있다. 러시아가 전쟁터에서 나가지 못하게 함으로써 자신의 ‘아프가니스탄 전철’을 밟게 할 수도 있다. 물론 맥락이 다르지만. 하지만, 전체 병력이 25만에 불과하고, 전체 전차 2400대 중 155대만이 그나마 최신형인 T-84형이고, 42대의 전투기를 가진 우크라이나가 상비군 78만 명에 3세대 전차를 930대 보유하고 전투기가 총 1800대가 넘는 군사력 2위의 러시아와 전쟁을 하는 것을 돕고, 전쟁의 결과를 바꾸는 것은 생각하기 어렵다.

다만, 러시아도 전쟁보다는 강력한 위협으로 우크라이나의 나토 행을 막고, 우크라이나와 같은 완충지대 국가들에 미국산 신형무기를 배치하는 것을 포기하는 조건을 미국이 받아들이게 하고, 분리주의자들의 자치를 보장해 주는 것으로 우크라이나가 체면치레를 받아준다면 이번 사태를 마무리 지을 수도 있다. 미국도 이런 상황이 되면 자신의 부담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생각해 볼 수 있는 가장 낙관적인 그림일 것이다.

그러나 전쟁은 도박과 같은 것이다. 호전적 지도자는 도박사보다 더 승부사다. 그래서 이러한 예측은 우습게 빗나가곤 한다. 1914년 6월 28일 오스트리아 황태자를 암살한 총성이 4년짜리 전쟁의 서막인 것을 누가 알았는가!

CF. 지난 칼럼들을 좀 더 보기 편하게 보기 위해 네이버 블로그를 만들었습니다. 주소는 blog.naver.com/heesup1990입니다. 블로그 이름은 “일상이 정치”입니다.

신희섭 정치학 박사
한국지정학연구원 원장 / 베리타스법학원전임 / 『일상이 정치』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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