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기회는 공평한가? 법원행정처의 로스쿨 편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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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기회는 공평한가? 법원행정처의 로스쿨 편애
  • 이성진 기자
  • 승인 2021.12.03 10:54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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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저널=이성진 기자] 기회의 평등, 과정의 공정, 결과의 정의는 여전히 우리사회의 최대 덕목이며 이뤄 가야할 과제다. 아무리 노력해도 기회가 없으면 말짱 도루묵이며 과정이 공정하지 않으면 공든 탑이 무너지는 꼴이다. 이러하면 어느 누구도 그 결과를 수긍할 수 없을 것이며 ‘정의로움은 없다’는 체념의 사회가 된다.

늘 강조하는 의제이지만 수험생은 약자로서의 ‘乙’이다. 물론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넘사벽, 엄사친 같은 극히 뛰어난 이들이야 오히려 ‘甲’일 순 있지만, 그럼에도 수험생은 영원한 乙이라는 명제를 부정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선발 인원, 방식, 과정 등이 바뀐다고 한들 그에 맞춰 따를 수밖에 없어서다.

한편으로는 소통이 강조되고 상생이 새로운 사회적 가치로 주목 받으면서 취업 및 시험 제도에서도 많은 변화를 몰고 있다. 이젠 채용기관과 취업준비생이 갑과 을이 아닌 수요와 공급에 따른, 상호 협력관계로서 진일보하는 사회로 나아가고 있다는 것 또한 거부할 수 없다. 공공인재 선발에서도 많은 변화가 일고 있다. 공무원 선발에서 인사혁신처를 필두로 채용기관에서도 우수인재 선발을 위한 적극행정이 가시화하면서 선발방식에서도 수험생들에게 최대의 기회, 최대의 편의를 부여하기 위해 발버둥치는 모습들이 제법 눈에 띈다.

다만, 이러한 시류를 뒤로하는 수험행정이 있어 꼬집고자 한다. 최근 법원행정처가 2022년도 법원행정고등고시 선발계획과 관련한 제1차 필기시험 일정을 전국의 25개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에만 공지한 것이 확인됐다. 법원행정처는 “법원행정고등고시 시험일정 등 변경 재안내”라는 제하의 공문에서 ‘2022년 시행하는 시험부터 법원행정고등고시 시험일정 등을 아래와 같이 변경하여 시행할 예정이오니, 소속 재학생들에게 알리어 많은 학생들이 변호사시험 응시 후 법원행정고등고시에도 응시(2022. 2. 26.(토) 제1차시험 에정)할 수 있도록 안내해 주시길 바랍니다.’고 안내하며 변경 내용을 공지했다. 기존에는 8월에 제1차시험을 치른 것을 2월로 앞당겨 실시하며 이를 위한 원서접수를 1월 11일부터 19일까지 예정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그 외 영어, 한국사 능력검정시험의 성적유효기간을 각 5년으로 늘리는 내용과 1, 2차 시험 과목을 소개하고 있다.

이같은 내용을 일부 로스쿨은 교내 게시판에 게시하거나 자체 홈페이지에 올리는 등 로스쿨 재학생들이 볼 수 있도록 했고 일부 로스쿨은 공지의 필요성을 고민하고 있는 모습니다. 모 로스쿨의 한 관계자는 “변호사시험을 코앞에 둔, 또 법조인이 되고자 하는 로스쿨 재학생들이 법원행시에 얼마만큼 관심을 가질지 불투명하다”며 상황을 지켜보며 공지여부를 결정하겠다는 뜻을 기자에게 전했다.

최근 각종 모의법정대회, 변호사시험 등 로스쿨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공지사항에 대해서 각 기관들은 로스쿨에 사전 공지하는 경향이 있다. 특정집단을 대상으로 하는 만큼, 이에 대한 이의는 특히 없어 보인다. 하지만 법원행정고등고시는 공채라는 점이다. 특히 법원행정처는 지난 2월, 올해까지는 8월에 1차, 10월에 2차, 12월에 3차시험을 치르지만 내년부터는 1차를 2~3월경에 실시하고 나머지 일정도 함께 당길 것으로 시험일정 변경계획을 공지했다. 일정이 대폭 앞당겨질 것이니 수험생들은 이를 대비해서 준비하라는 의미로 해석됐다.

최근 인사혁신처는 내년도 국가직 5급 공채 1차시험을 2월 26일 실시하는 등의 일정을 예고했다. 하지만 앞당겨지는 것으로 예고된 법원행시는 2일 현재까지도 어떤 공지도 없는 상황이다. 기자 또한 수험생들로부터 종종 문의를 받는 것 역시 내년도 법원행시 일정이었다.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지난 11월 26일자로 전결된 일정공문이 전국 로스쿨에만 전달된 것이 알려지면서 수험생들이 공분을 터트리고 있다. “공채로서의 사법시험을 폐지하고 변호사시험은 로스쿨을 졸업해야만 응시하게 하더니 이젠 국가기관이 드러내 놓고 로스쿨생들만 법원행시를 보게 하려는 것이냐”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시험일정을 대폭 앞당기는 이유에 대해 법원행정처는 1월 초 변호사시험 시행 직후인 로스쿨생들에게 법원행시 지원 편의를 높이고 상반기에 실시되고 있는 5급 공채 등 다른 국가고시 1차시험과 일정을 맞추기 위해서라고 했다. 연간 10명 안팎을 선발하는 법원행시는 사법시험이 폐지되면서 차선으로 이에 응시하던 인원마저 빠져나가고 시험난도는 극히 높은 편이어서 해를 거듭할수록 지원자가 감소하고 상황이다. 대신 로스쿨 재학 및 졸업생들이 스펙쌓기 또는 변시 대안으로 부각하는 것도 사실이다. 법원행시 최종합격자 중 로스쿨 출신들도 눈에 띄기 시작하는 것도 사실이다. 법원행정처가 로스쿨에 관심을 갖는 것도 충분히 이해가 간다. 그럼에도 로스쿨에만 일정을 사전 공지한 것은 얼토당토않을뿐더러 단지 예정일정뿐이라는 핑계 또한 어불성설이다.

공채인 법원행시를 로스쿨생들만을 위한 시험으로 전락시키려는 꼼수가 아닌지 의구심마저 든다. 수험생들은 인생을 걸고 시험에 도전한다. 일분일초를 아껴가며 공부에 매진하는 수험생들에겐 시험일정 또한 시험의 한 영역이다. 이를 특정집단에만 사전에 공지하는 것은 엄연히 불평등 조치며 불공정 행정행위다. 공공행정서비스가 이러할 진데, 어찌 기회가 평등한, 과정이 공정한, 결과가 정의로운 대한민국이 될 수 있을까 싶다. 일반 수험생이 단 한명이라도, 기회는 평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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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 2021-12-03 12:24:48
동의합니다

문페미 2021-12-05 06:18:23
586권력자들, 불공정한 그들만의 세상, 1일 또 대재앙.

뭐여 2021-12-28 12:11:11
좋은 기사여 다맞는 말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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