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수험생을 위한 칼럼(165) / 위기가 주는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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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수험생을 위한 칼럼(165) / 위기가 주는 교훈
  • 정명재
  • 승인 2021.11.26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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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재 정명재닷컴
(정명재 공무원 수험전략 연구소, 공무원시험 합격 9관왕 강사)

한 나라와 마찬가지로 개인에게도 다양한 위기의 순간들이 찾아온다. 뉴스에서 접하는 위기의 순간은 대체로 사회 전체의 위기에 집중되어 있지만 이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개인의 곤란(困難)과 다르지 않다. 1997년 IMF 외환위기에서 많은 이들이 경제적 파탄과 경기침체(景氣沈滯)의 시간을 보냈고 자살률 또한 급격히 증가하여 하루 평균 30명에 치솟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안타깝게도 현재까지도 대한민국은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를 기록하고 있다.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필사의 노력을 펼치던 1960~70년대를 거치면서 자란 세대들은 부모들의 헌신적인 노력과 열정을 보고 자랐다. 자식을 굶기지 않으려고 이른 새벽부터 일터에서 땀과 눈물을 쏟으며 가난을 물려주지 않으려 무던히 애 쓰던 그 당시를 기억한다. 가난한 상황에서만 벗어나면 모든 것이 좋아지고 행복할 것 같았지만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를 달성한 우리들의 자화상(自畵像)은 그리 기쁘고 평화로우며 행복한 모습은 아닌 것 같다.

“여러분 모두 부자 되세요. 꼭이요” 이 광고 문구는 2002년 당시 상당한 반향(反響)을 일으키며 많은 이들이 경제적 위기에서 탈출하려는 마음에 불을 지폈다. 높은 경제성장률이 빈곤을 치료할 수 있지만 어느 순간 부자가 되는 것이 유일한 삶의 목적이 되었고 승리만 하면 과정의 정의로움은 질문하지 않는 사회, 이유도 모른 채 경쟁만 강요하는 사회에서는 불가피하게 병이 들 수밖에 없는 것이다. 사회도 개인도 마찬가지로 아노미(anomie) 상태에 빠지게 된다. 나무가 흔들리는 것은 나무가 저절로 흔들리는 것이 아니요, 바람이 불기 때문이다. 우리는 단지 흔들리는 나무를 쳐다볼 뿐 그 원인이 되었던 바람을 등한시하지 않았는가를 돌아보아야 한다.

현상 저편에 그 원인이 되는 근본적 해결책이 있음을 알아야 한다. 코로나 펜데믹과 함께 전 세계는 일찍이 경험하지 않은 못한 세상으로 빠져들었으며 사회 전체적으로도 혼돈의 시기를 겪고 있다. 위기의 대처는 역사에서도 배울 수 있다. 분명한 것은 나무를 흔드는 바람은 언젠가는 지나갈 것이라는 것이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만고불변의 명언(名言)처럼 말이다.

수험생이 겪는 고통을 오랫동안 지켜보았다. 우선 그들이 겪는 어려움 중 하나는 사회적 편견(偏見)이었다. 한두 번 실패했을 때, 그들의 아픔과 고통을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을 먼저 신경 써야 했다. 성공하는 것에만 열광하며 칭찬하는 사회에서는 실패(失敗)와 좌절(挫折)은 금기시되고 열등(劣等)한 것으로 치부되기도 한다. 학교에서부터 시작된 경쟁문화가 사회에 진출해서도 치열한 이유는 이러한 사회분위기가 한 몫을 하고 있다. 성공지향적인 사회, 돈을 많이 버는 것이 미덕인 사회에서 가치관은 흔들리며 마음은 병들기 마련이다. 뒤르켐(Durkheim)에 의해 주장된 아노미 현상은 목표와 수단의 불일치로 가치관이 붕괴되고 규범이 사라져 가치관의 혼란과 무질서를 경험하는 사회적 병리현상을 말한다.

미국의 사회학자인 로버트 머튼은 미국이나 우리나라는 성공의 잣대가 돈과 권력으로 획일화되어 있어 돈과 권력을 얻지 못한 대부분의 국민들은 패배자로 전락할 수밖에 없는 것을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한다. 아메리칸 드림으로 많은 이들이 미국으로 몰려든 것처럼, 지금 대한민국에는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모여 산다. 오로지 돈이 최고라는 황금만능주의가 되어 버린 대한민국 사회의 단면이다. 무능한 정치권력과 무책임한 경제적 지배세력이 득세할 때 위기가 찾아왔다. 평생직장의 개념이 사라졌고, 성실한 노동에는 정직한 보상이 따른다는 사회적 신뢰 또한 무너져 가고 있다. 공공개발 계획정보 등을 이용해 땅 짚고 헤엄치기식 부동산 투자로 천문학적 돈을 벌어들인 이들이 호의호식(好衣好食)하며 부와 권력을 과시하고 있다. 우리사회의 일그러진 슬픈 자화상(自畵像)이다.

새벽시간이면 길 고양이들에게 음식을 나누어 주던 할머니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걱정이 되어 며칠을 놀이터 고양이들 옆을 서성이다 우연히 할머니의 따님을 보게 되었다. 교통사고로 크게 다치셔서 할머니를 대신해 따님이 고양이에게 음식을 주고 있다고 한다. 자신만 챙기고 자신을 위해 살기에도 바쁜 지금, 나 아닌 다른 대상에게 헌신하는 것은 내 마음에 작은 울림으로 남았다. 14년의 세월을 길 고양이들을 지키며 하루도 빠짐없이 알뜰살뜰 챙기시던 할머니의 모습이 늘 어른거렸던 것이다. 배려와 헌신을 생각해 보자.

배려는 상대방을 존중하고 사랑받는 존재로 인식하게 한다. 배려는 타인을 도와주거나 보살펴 주려고 애쓰는 마음이다. 헌신은 몸과 마음을 바쳐 있는 힘을 다함을 말한다. 배려와 헌신으로 살아가는 일은 쉽지 않지만 이를 실천하려고 애쓰며 생활 속에서 이어가는 인생들도 적지 않다. 아노미 문제의 해결책은 가치와 성공 기준의 다양화를 들 수 있다. 남들보다 빨리 성공하고, 남들보다 많은 돈을 버는 것이 이슈가 되고 뉴스의 소재가 되어 버린 사회에서는 자연스레 돈을 최고의 가치와 목적으로 여기게 되는 것이다. 반면 약자를 위해 헌신하고 봉사하는 사람들의 미담(美談)을 소개하고 주변에 널리 알리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될 때 성공의 가치와 기준은 다양하게 정의(定義) 내릴 수 있다.
 

수험생을 바라보며 합격과 불합격의 갈림길에서 기쁨과 슬픔이 교차하는 순간을 아주 많이 목도(目睹)하였다. 그리고 그 이면(裏面)에 있는 그간의 사정과 고통을 알고 있기에 누구에게도 선뜻 축하와 위로를 건네기 어려웠다. 시간이 있지만 공부열정이 없는 이들이 있는 반면, 생활을 책임져야 할 형편에 놓인 수험생들은 열정은 있었지만 시간적 여유와 경제적 여유가 없었다. 똑같은 선상에서 출발하는 것이 인생이라면 좋겠지만 다름에서 출발하는 것이 인생이다. 불공평의 평등이다. 이를 받아들이며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다름을 인정하며 받아들일 때 배려와 이해의 마음이 자리할 것이다. 시험에 아직 합격하지 못한 이들을 곁에 두고 있다면 그들의 속사정을 잠시 들여다보고 경청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돈과 성공 이외에도 많다. 그것은 배려와 헌신, 칭찬과 격려, 믿음과 기다림일 수 있다. 수험생활은 외롭고 지칠 수도 있는 긴 터널을 건너는 시간이기도 하다. 수험생이 되면 지식을 배우는 시간이지만 지혜를 얻을 침묵의 시간 또한 많아진다. 수험생활도 나의 인생이거늘 배우고, 사랑하며 성장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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