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휴대폰 속 추가 범죄 정황, 새 영장 없으면 증거 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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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휴대폰 속 추가 범죄 정황, 새 영장 없으면 증거 불가”
  • 이성진 기자
  • 승인 2021.11.19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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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합의체, "정보저장매체 제한없이 압수수색 시 인격 침해 우려 커" 판단

수사기관이 임의로 제출받은 피의자의 휴대전화에서 원래 수사 대상과 다른 범죄 혐의를 발견하고 이를 새로운 사건의 증거로 활용한다면 어떻게 될까.

이럴 경우, 새로운 압수수색 영장이나 피의자의 포렌식 참관 등 정당한 절차 없이는 휴대전화를 증거로 쓸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지난 18일 준강제추행 등 혐의로 기소된 남성 교수 A(47)씨의 상고심에서 벌금 3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A 교수는 2014년 12월 자신의 오피스텔에서 함께 술을 마시던 남성 제자의 나체 사진을 촬영하고, 한 해 전인 2013년 12월에는 또 다른 남성 제자 2명의 몸을 더듬거나 나체 사진을 촬영한 혐의를 받았다.
 

대법원

1심은 A 교수 혐의를 모두 유죄로 봐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2심에서는 2013년 혐의가 무죄로 바뀌었고 총 형량은 벌금 300만원으로 감경됐다. 법원이 A 교수 일부 휴대전화에 담긴 자료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2014년 12월 범행의 피해자는 자신을 찍은 기종을 포함한 A 교수의 휴대전화 2대를 탈취해 경찰에 임의 제출했다.

경찰은 A 교수에게 동영상·사진 확인을 요청했고 그는 휴대전화 1대만 임의로 확인시켜줬다. A 교수가 숨기는 게 있다고 판단한 경찰은 휴대전화 2대를 모두 포렌식하기로 했다. A 교수는 자신이 먼저 확인해준 휴대전화 압수수색에는 참여하겠다고 했으나 다른 한 대는 불참 의사를 밝혔다.

분석 결과, A 교수가 포렌식 참여를 하지 않은 휴대전화에서 새로운 동영상과 사진 정보가 나오면서 경찰은 그가 2013년에도 유사한 범행을 한 사실을 파악했다.

며칠 뒤 경찰은 2014년 범행 혐의에 대한 압수수색검증영장을 발부받고 A 교수 입회하에 영상물 증거를 압수했다.

2심은 “수사기관으로서는 우연히 발견한 다른 범행에 관해서는 추가 탐색을 중단하고 별도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은 때에만 압수수색을 할 수 있다”면서 “여기에 더해, 임의 제출로 확보한 두 번째 휴대전화에는 2013년 범행 정황이 기록돼있긴 하지만 포렌식 과정에 A 교수의 참여권이 보장되지 않았으니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라고도 지적했다.

2심 재판부는 A 교수가 포렌식에 참여할 의사가 없다고 하긴 했지만 처음 드러났던 혐의는 2014년 범행뿐이었다며 경찰에 책임이 있다고 봤다. 뒤늦게 압수수색검증영장을 받은 것 역시 이미 위법한 압수수색이 이뤄진 뒤이므로 절차적 하자는 그대로라고 판단했다.

상고심에서, 대법원 전원합의체도 만장일치로 2심 판단이 옳다고 판단했다. 전원합의체는 “피의자가 소유·관리하는 정보저장매체를 피해자 등 제삼자가 제출한 경우 내부에 저장된 전자정보의 제출 범위에 관한 특별한 의사 표시가 없으면 전자정보의 제출 의사를 압수의 동기가 된 범죄 혐의사실 자체와 구체적·개별적 연관관계가 있는 전자정보로 제한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또한 “정보저장매체 탐색·복제·출력 시에는 피의자에게 참여권을 보장하고 압수한 전자정보 목록을 교부해야 한다”고 했다.

전원합의체는 특히 “정보저장매체에는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정보에 대한 자기결정권 등 인격적 법익에 관한 모든 것이 저장돼 제한 없이 압수수색이 허용될 경우 피의자의 인격적 법익이 현저히 침해될 우려가 있다”고 했다.

대법원은 “임의 제출 방식으로 확보된 전자정보의 압수 범위가 명확하지 않은 경우 수사기관은 ‘범죄 혐의사실과 관련된 전자정보’에 한해서만 압수할 수 있다”면서 “임의 제출 정보저장매체에서 압수 대상 전자정보 범위를 초과해 탐색·복제·출력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위법한 압수수색”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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