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수험생을 위한 칼럼(164) / 지금 곁에 누가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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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수험생을 위한 칼럼(164) / 지금 곁에 누가 있습니까?
  • 정명재
  • 승인 2021.11.19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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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재 정명재닷컴
(정명재 공무원 수험전략 연구소, 공무원시험 합격 9관왕 강사)

낙엽이 떨어져 길가에 흩날리는 그들도 한 때는 푸르른 생명을 자랑하는 젊음이었다. 시간의 섭리에 맞춰 몸을 낮추고 그 온기를 다한 낙엽 하나를 주어본다. 가을은 사색(思索)의 시간이다. 지난 주말 수험생들을 만났다. 강사는 안내자이며 수험생은 구도자(求道者)이다. 먼저 알았기에 길을 인도할 뿐이지 구별은 크지 않다. 종교적 덕망이 높은 스승들이 있고, 학문적으로 큰 업적을 이룬 학자들이 있다. 우리는 그들을 의지하고 그들의 안내에 따라 인생의 의미를 배우기도 한다.
 

아무 생각 없이 살다가 문득 나이가 들었음을 인지한다. 수험생도 아무 생각 없이 지내다가 문득 오래된 장수 수험생으로 접어든 사실을 깨닫는다. 무언가에 도전하고 열정과 의지로 마음을 다잡았던 순간이 푸르고 싱그러운 잎의 찬란함이었다면 두렵고 지친 일상에서 찌들어가는 모습은 낙엽처럼 애처롭다. 무엇이 두렵고, 무엇이 아픈지를 모를 때에는 초보자의 무지함에 더해 용기 또한 충만했다. 그렇지만 세상의 풍파와 시련을 겪은 이는 두려움이 먼저 앞서는 게 현실이다. 성공보다 실패에 익숙한 이들은 새로운 도전에 망설이는 마음이 앞선다. 나이가 들수록 이러한 두려움과 망설임은 더 커진다. 나 역시 그랬다.

그렇다면 어떤 마음으로 시험에 도전해야 하며 어떤 자세로 시험공부에 임해야 할까? 마음은 하루에도 열두 번 바뀐다고 한다. 사람의 마음이 변치 않기를 바라는 것은 많은 수행(修行)을 이룬 뒤에야 가능한 것인데, 이것을 시행착오(試行錯誤)라고 해도 좋다. 겪어야 할 고생이나 고통은 피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모두 겪은 후에야 그 가치를 깨닫기 일쑤다. 지내다 보면 소중한 것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었음을 안다. 이미 오랜 시간이 지나고 오랫동안의 고생을 한 이들에게 물어보면 그렇다. 일에만 빠져 살았던 인생에게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물어보면 가족이다. 가족은 늘 곁에 있었지만 그 소중함을 경시(輕視)하다 보니 행복을 행복이라 여기지 못한 채 살아가는 일이 흔하다. 가족은 그동안 당신을 무한히 신뢰하고 기다렸다.

유일하게 한글로 전해지는 백제의 문학 작품은 바로 ‘정읍사(井邑詞)’이다. 백제 시대의 민간가요로서 첫 구절은 다음과 같다. “달아! 노피곰 도다샤 머리곰 비취오시라.” 행상 나간 남편을 기다리는 아내의 걱정하는 마음을 다룬 작품으로 이를 보면 예나 지금이나 가족에 대한 사랑과 걱정은 다르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당신 곁에서 당신의 안부와 건강을 걱정하는 소중한 가족들이 있다면 당신은 이미 행복한 사람이다. 시험공부를 하는 것도,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 시간을 쪼개 자기개발에 투자하는 것도 사실은 가족을 위한 배려의 마음이 담겨 있다.

불교에서는 ‘많음’의 의미를 ‘팔만 사천’으로 표현한다. 유네스코 기록유산의 하나인 해인사의 팔만대장경은 유구한 역사와 기록물로서도 우리의 자랑거리이지만 그 방대한 내용을 아는 이들은 많지 않다. 팔만대장경의 내용을 정리하여 단 두 문장으로 요약한 진리가 대장경판전 기둥에 쓰여 있다. 원각(圓覺: 깨달음이나 행복)도량하처, 현금생사즉시(現今生死卽時) 즉, 이를 해석하면 ‘행복한 세상은 어디에 있을까 하니, 지금 생사(生死)가 있는 이곳, 내가 발을 디디고 있는 지금이다.’라고 정도로 풀이할 수 있다. 그렇지만 조금 더 깊이를 더해 의미를 파악해 보면 바로 마음(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행복을 멀리서 찾지 말고 지금, 이 자리에서 찾으라는 것이다. 하지만 많은 이들은 가까운 곳이 아닌 멀리서, 지금이 아닌 미래에서 행복을 찾으려 애쓴다.

지금, 당신 곁에는 누가 있습니까? 이 질문에 우리는 여러 가지로 답을 할 수 있다. 내 곁에 누가 있는지를 돌아보게 된다. 늘 무던하게 나를 지켜봐주며 안부를 걱정하는 이들이 스쳐 지난다. 사람에게 상처받고 다시 사람을 통해 상처를 치유하지만 세상은 늘 만만치 않다. 하지만 마음은 온전히 내 안에 있는 것이어서 조절이 가능한 영역이다. 외부적인 환경이란 것은 유동적이어서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영역의 밖에 위치하는 것이지만, 마음은 내 안에서 스스로 조절할 수 있다. 헛된 마음을 통제하며 참된 마음으로 돌릴 수 있으며, 실패와 좌절의 편에 설 수도 있지만 반면 도전과 성공의 길로 향할 수도 있는 것이다. 공부를 할 때도 마찬가지란 생각이 든다. 실패와 좌절을 먼저 생각하며 아예 시작도 안 하는 이들이 있는 반면, 힘들고 때론 실패하더라도 노력하고 인내하며 그 길을 따라 걸어가는 이들도 있다. 어느 쪽으로 갈 것인지는 오롯이 그대에게 달렸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65세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를 넘는 것을 ‘초고령사회’라고 하는데 2025년에 대한민국은 이 단계에 진입한다. 60세가 되면 다니던 직장에서 퇴직을 하게 된다. 하지만 대부분의 직장에서는 이보다 훨씬 앞서 퇴직을 하는 실정이다. 퇴직 후 삶을 걱정하는 것은 공무원이나 군인도 예외가 아니다. 퇴직 후 삶의 불안감은 경제적 걱정과 더불어 남은 시간을 무엇을 하며 보내야 하는가이다. 자신만의 특화된 기술이나 영역을 확보하지 못한 채 수동적인 삶에만 익숙한 이들에게는 은퇴 후의 삶은 지옥으로 변할 수 있다. 그 많던 지인(知人)들은 하나 둘 멀어지고 실세(實勢)가 없는 신세가 되면 사람들은 떠난다. ‘은퇴 후 파산’이 현실화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노인 빈곤비율은 세계 1위로 두 명 중 한 명은 빈곤층(중위소득 50% 이하)에 속한다. 전 세계에 유례없는 빠른 비율이다. 현재 만65세가 되면 받는 기초노령연금 금액은 월 30만원이다.
 

세상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으며 그 변화에 뒤처지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쓴다. 내가 만난 수험생 중 65세 이상의 수험생도 많다. 그들은 나이가 들었을 뿐 청춘들과 다르지 않았다. 오히려 더 많은 인내심과 배려로 세상을 대하기도 한다. 대부분은 자격증을 새롭게 공부하기 위해 나를 만났다. 공부를 하는 그들의 자세는 겸손했다. 살아온 연륜(年輪)이 가르치는 지혜를 담고 있어 실패하는 것에 두려움이 적었다. 실패를 통한 성공이야말로 진정한 행복이란 것을 아는 것이다. 쉽게 온 것은 쉽게 사라지며, 쉽게 얻은 기쁨은 빨리 사라지는 법이다. 고통스럽지만 이를 견디고 얻은 것들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알아야 한다. 그렇게 수험생인 그들에게 나는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

우리는 저마다 꿈을 안고 살아가지만 각자에게 맞는 꿈과 희망을 찾으려 노력하고 이를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하는 존재들이다. ‘왜 사냐고 묻거든 그냥 웃지요’ 라고 말한 유명한 시 구절은 나이가 들수록 그 가치와 멋을 더한다. 지금 곁에 있는 그들과 함께 희망을 노래하고 웃음을 선사하며 행복을 찾아보자. 공부하는 것이 그 행복으로 가는 관문(關門)이 된다면 기꺼이 수험생들과 함께 안내자로서의 삶을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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