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운명과 자유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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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운명과 자유의지
  • 안혜성 기자
  • 승인 2021.11.19 11: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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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저널=안혜성 기자] 지난 주말에는 새로 론칭한 디즈니플러스에 푹 빠져 지냈다. 어린 시절에는 매년 개봉하는 디즈니의 애니메이션을 꼭 챙겨봤었고 자라서는 마블 시리즈에 열광했다. 어벤져스 엔드게임의 엔딩 즈음에서는 수년간 지켜본 영웅들의 마지막 순간을 함께 하는 감동과 안타까움에 코끝이 찡해지기도 했더랬다. 그러니 그 모든 추억의 애니메이션과 영화들을 쉽게 볼 수 있는 서비스가 어찌 반갑지 않겠나.

설레는 마음으로 제일 먼저 선택한 작품은 엔드게임 이후의 이야기를 다룬 완다비전과 로키였다. 그 중 이번 기자의 눈에서 이야기하고 싶은 화두는 로키에서 나왔다. 앞으로 로키를 보게 될 독자들을 위해 도입부에 나오는 배경 설명 정도만 간단히 하면 우리는 모르고 있지만 사실 이 세상에는 시간의 흐름을 관리하는 세력이 있다는 설정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TVA라는 이름의 그 집단은 평행우주간의 전쟁을 막기 위해 시간의 흐름을 단 한 개로 정리하고 정해진 흐름을 벗어나는 존재와 그로 인해 발생한 또 다른 타임라인을 제거하는 업무를 수행한다. 즉, 드라마 로키의 세계에서는 온 우주의 모든 존재가 스스로는 자신의 자유로운 의지에 따라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은 오로지 정해진 운명 안에서만 살아가야 하는 셈이다.

로키를 보면서 기자는 한 때 깊이 천착했던 운명과 자유의지라는 화두를 새삼스레 떠올렸다. 단순히 논리적으로 생각해보면 정해진 운명이 있다는 것은 자유의지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과 같다. 내가 어떤 선택을 하든 또 어떤 행동을 하든 그 모든 게 이미 정해진 결말로 이어진다면 자유의지가 무슨 의미를 갖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은 운명과 자유의지를 동시에 믿는 것 같다.

그저 재미로 보는 운세라고는 해도 은근히 신경이 쓰이는 건 내심 정해진 운명이라는 게 존재한다고 믿기 때문이 아닐까. 진로 결정이나 이직, 이사, 결혼 등 인생의 중대한 결정을 앞두고 있을 때 점집이나 철학관을 찾는 이들도 생각보다 많다. 그렇게 운명론을 따르면서도 모든 행동과 선택은 본인의 자유의지에 의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믿는다면 다시 한 번 생각해보자. 운명과 자유의지는 반드시 대척해야 하는 개념인가.

한 때 운명과 자유의지라는 개념 사이에서 방탕의 이유를 찾곤 했다. 어차피 정해진 운명이 있다면 지금 내가 하는 모든 일들이 무의미한 게 아니냐며 스스로도 납득하지 못할 핑계를 댔다. 어쩌면 수험생들 중에도 비슷한 생각을 하는 이들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대부분의 수험생들이 열심히 공부에 매진하고 있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마음을 잡지 못하고 방황하는 이들도 있다. 정말 이 공부가 내 적성에 맞을까, 공부를 시작한 게 잘한 결정일까, 열심히 공부를 한다고 해서 합격을 할 수 있을까 등등 자유의지와 운명의 사이에서 갈등을 한다. 이는 수험생들만 겪는 일이 아니다. 시험에 합격한 후에 막상 일을 시작해보니 생각한 것과 다르고 적성에 맞지 않는다며 또 다른 선택에 직면한 이들도 종종 목격한다.

운명과 자유의지는 대척하는 개념이고 동시에 존재하지 못한다는 것이 진리라고 해도 우리는 이 세계가 운명에 의해 지배되고 있는지, 아니면 자유의지에 의해 무한히 확장될 수 있는지를 알 수 없다. 결국 결론은 하나로 수렴한다. 둘 다 믿는 거다. 스스로의 선택에 자유의지를 실현한 책임을 지고 최선을 다하되 그 결과는 내가 바라는 대로 이뤄질 운명이라고 믿어야 한다. 고로 운명과 자유의지는 병존할 수 있다.

어느새 한 해를 마무리 하는 시점이 됐다. 각종 시험들의 최종합격자 발표가 이어지고 누군가는 합격의 기쁨을 누리지만 그보다 더 많은 이들이 탈락의 아픔을 견뎌야 한다. 그리고 또 다시 고뇌가 시작된다. 포기하지 않고 공부를 이어갈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길을 모색해야 할 것인가 선택의 기로다. 모두들 모쪼록 자신의 의지대로 선택하고 그 길이 옳은 길이라는 믿음으로 씩씩하게 걸어 나가길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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