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홈리스 지원체계 평가와 재편을 위한 토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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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홈리스 지원체계 평가와 재편을 위한 토론회
  • 장서연
  • 승인 2021.11.12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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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서연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
장서연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

“「노숙인복지법」제정 10년, 홈리스 지원체계 평가와 재편을 위한 토론회”가 지난달 5일 개최되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빈민사목위원회와, 홈리스행동, 한국도시연구소, 정의당 심상정‧이은주 의원실에서 공동주최한 이번 토론회는, 2011년에 제정된 노숙인복지법과 한국의 홈리스 정책을 평가하고, 그 대안을 마련하기 위한 자리였다.

현행 노숙인복지법의 문제점: 현행 노숙인복지법은 시설보호 중심의 지원체계로 대부분의 예산을 노숙인시설 운영에 편성하고 있다. 중앙정부가 아닌 지방자치단체의 사업으로 진행되다 보니 지역 간 격차도 심하다. 거리 노숙인에게 지원되는 임시주거비지원 사업의 경우, 2~3개월이라는 짧은 지원기간과 2~30만원 수준의 낮은 지원비 때문에 갈 수 있는 곳은 대부분 쪽방이나 고시원 등이고 그마저 장애인이나 여성의 경우는 갈 만한 곳을 찾기가 어렵다. 또한 주거취약계층 주거지원사업의 경우 대상자는 많은데 공급물량이 부족하다보니, 개인의 성향, 능력을 판단하여 주택을 제공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알코올 문제가 있거나 정신장애가 있는 만성 홈리스들은 지원에서 밀리는 경우가 많다.

“주거우선(Housing First)” 정책의 도입 필요: 홈리스 지원체계 재편방안으로 참고할 만한 해외 사례로 핀란드의 “주거우선(Housing First)” 정책이 있다. 핀란드는 EU국가 중 홈리스가 감소하고 있는 유일한 국가로, 2008년 주거우선 정책을 도입한 이래 약 3,500명이었던 만성홈리스가 2019년 기준 961명으로 감소하였다. “주거우선” 정책의 기조는, 홈리스들에게 집을 ‘자신의 자립과 자활 가능성을 증명해내고 보상으로 얻는 것’이 아니라 ‘인간으로서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로서 보장하는 것이다. 안정적인 주택을 바로 제공하고, 필요한 서비스와 다양한 지원을 제공하는 것이다. 핀란드는 주거우선 정책으로 전환하면서 임대주택과 지원주택의 수를 늘렸고, 이를 거치면서 응급쉼터를 제외한 다른 시설들은 폐쇄되었다. 주거우선 전략에는 4가지 원칙이 있는데, 안정적인 주거보장을 통한 독립적인 삶 보장, 홈리스 당사자의 선택권 존중, 당사자의 재활 및 권리부여, 지역사회 및 사회로의 통합이다.

한국에도 주거우선 정책을 도입하기 위하여 몇 가지 제도적인 정비가 필요하다. 현재 홈리스 지원체계의 주무부처가 보건복지부이다 보니 주택 공급을 관장하고 있는 국토교통부의 역할이 미흡하다. 국토부의 주거지원 의무를 강화하고, 주거기본법의 주거지원 필요계층에 홈리스 등을 명시할 필요가 있다. 임대주택의 공급량을 늘리고, 지원주택 사업을 서울시뿐만 아니라 전국 단위에서 시행할 수 있도록 중앙정부가 나서야 하고 현재 발의되어 있는 「주거약자 주거유지 지원서비스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어야 한다. 또한 영국의 ‘홈리스 예방 전략’과 같이 홈리스가 될 위험에 처한 이들에 대한 예방적 지원도 도입되어야 한다.

당사자들의 이야기: 이번 토론회에는 홈리스 경험이 있는 당사자 5분의 증언이 있었다. 이들의 증언을 통해, 현행 노숙인 복지 지원체계의 한계가 고스란히 드러났을 뿐만 아니라, 단순히 물리적 주택의 제공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복잡한 욕구가 있음을 살필 수 있었다. 주거우선 모델은 영구적이고 즉각적인 주택을 제공하고, 지원서비스에 대한 통제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복잡한 욕구를 가진 홈리스에게 맞춤형 집중 지원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10살 때 고아원으로 가게 되었다는 전도영 씨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만 18세가 되던 해에, 친구들과 함께 어느 길가에 내려졌다고 한다. 일을 했지만 집을 구할 수 없었고, 일세 3만원을 내고 여인숙에서 기거를 하게 되었는데, 건강이 좋지 않아 일을 계속할 수가 없어서 여인숙과 노숙을 반복해야 했다. 서울시에서 2개월의 주거지원비를 받아 고시원에서 거주하였고, 주거지원기간이 끝날 무렵 용산자활에서 4년간 일을 했다. 빅이슈 판매 등을 거쳐 매입임대주택에 입주하게 되었는데, 식사를 해결하기 어렵고 아는 사람이 한 명도 없어서, 지금도 매일 동자동 쪽방촌에 간다. 전도영 씨는 이사한 집은 좋지만 아는 사람이 한 명도 없는 곳, 찾아오는 사람은 3개월에 한 번 LH공사에서 주거확인을 위해 나오는 사람뿐이라며, 새로운 곳에서 잘 적응하면서 정착할 수 있는 지원들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서연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

<공감 뉴스레터 2021년 10월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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