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5급 공채 폐지론에 대한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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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5급 공채 폐지론에 대한 단상
  • 이성진 기자
  • 승인 2021.11.12 11: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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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저널=이성진 기자] 중간 간부급에 해당하는 사무관을 5급 공개경쟁채용시험(구 행정고등고시)을 통해 선발하는 현 신규 공무원 채용 방식을 폐지하고 7‧9급 공채를 통해 인력수급을 하자는 주장이 나오면서 공직사회와 수험가가 술렁이는 분위기다.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가 최근 대선행보를 시작하며 공무원 개혁을 주제로 한 ‘1호 공약’을 발표했다. 공무원 철밥통을 깨고, 유연한 정부를 만들기 위해 시험 한 번으로 보장되는 공무원 정년을 폐지하고 5급 공채를 폐지하자는 것이다. 대신에 5급은 민간경력직과 내부승진으로 충원하고 7급 채용을 확대해 공직으로 입문할 기회의 문을 더 넓고 고르게 열어야 한다고 했다. 또 7‧9급 신규 채용에서는 일정 비율을 지역, 학력, 계층 등을 고려해 사회적 약자에 할당하고 현행 9등급인 공무원 직급을 6등급으로 축소하고, 공직 인사시스템을 개편해 공무원 순혈주의를 청산하겠다고 했다.

나아가 퇴직 공무원의 절반만 충원하는 방식으로 공무원 수는 20% 감축하되 일반 행정 공무원 수를 과감히 줄이고 또 존립 목적을 다한 공공기관은 일몰제를 적용해 소멸시킨다는 방안을 제시했다. 특히 공직을 ‘관리직’과 ‘전문직’으로 나누고 관리직은 정년을 폐지하겠다고 말했다. 수십 년간 공직에 있는 동안 공무원 개혁의 일부는 실천하고 노력했지만, 여전히 많은 과제가 미완으로 남았다면서 진보와 보수를 뛰어넘는 아래로부터의 반란을 통해 ‘기득권 공화국’을 ‘기회의 나라’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국회의원, 대통령 선거가 있을 때면, 어김없이 ‘공정사회’ ‘기회공평’ 등이 화두로 등장하고 이를 위한 정책들이 우후죽순으로 쏟아진다. 대입수학능력시험 재개편이 그랬고 공무원시험 제도 변경이 그랬고 사법시험 폐지와 법학전문대학원 제도 출범이 그랬고 다시 사법시험 부활론 등장도 그랬다.

좁게는 시험과목 개편이다. 공무원에게도 논리사고, 정보분석, 문제해결 등의 능력이 필요하다며 5급 공채 1차 전문과목이 2005년 외무고시에서부터 PSAT(공직적격성평가)로 변경됐고 2013년부터는 고등학교 졸업자들의 공직진출을 확대한다며 9급 공채에 사회, 과학, 수학 고교교과목을 선택과목으로 반영했다. 전자는 나름 호평 속에서 7급 공채로까지 확대시행된 반면 후자는 정작 고졸자들은 거의 합격하지 못하는 빛 좋은 개살구라는 지적과 함께 전문과목 재교육의 필요성마저 높아지면서 2022년부터 과거의 과목으로 회귀를 한다. 9급 과목개편 당시 정책자들은 대통령 한마디에 물불가리지 않고 무대포로 추진했다는 후일담이 전해올 정도다.

넓게는 판사‧검사가 되려면 로스쿨을 나와서 변호사시험에 합격해야 하는 것처럼 응시자격 제한 여부로 이어진다. 그 경계에는 공인회계사시험이나 사법시험에서처럼 회계, 법학 등 관련 과목 일정학점 이상 이수를 전제로 응시자격을 부여하는 경우도 있어 왔다.

사회가 진보하는 한, 인재선발 방법론도 진화하기 마련이다. 최우선적으로 과목이 개편되고 그래도 안되면 응시요건에서 특별한 자격이나 학위 등 전문성을 요구하는 등으로 재편되곤 한다. 종국적으로는 채용 및 선발분야를 폐지, 신설하기도 한다. 앞의 경우들은 미시적이라면 후자는 거시적인 변화라고 할 수 있다. 거시적이라고 함은 재개편의 충격이 굵직하고 공급자측에게도 파장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번 20대 대선에서는 김동연 후보자 외에도 이미 각 정당 내부경선에서 여럿 후보들도 공무원 제도 개편을 들고나왔다. 다만 김 전 경제부총리는 5급 행정고시 출신으로 34년간 공직에서 뼈가 굳은 베테랑 공무원 출신이어서 예사롭지 않는 반향도 있는 듯하다. 그럼에도, 지엽적인 과목 개편을 넘어 직급선발 폐지 여부는 매우 중차대한 사안이 아닐 수 없다. 신중에 신중을 기하며 다방면적인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5급 민간경력 확대는 소위 ‘스펙’이라는 또 다른 차별 요인을 부추기는 것은 아닌지, 7급 승진을 통한 충원은 공직사회의 노화를 재촉하는 것은 아닌지, 특히나 공직사회로의 우수인력 진입을 오히려 막는 것은 아닌지 등을 고민해야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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