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희섭의 정치학-서평 : 『해리 S. 트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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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의 정치학-서평 : 『해리 S. 트루만』
  • 신희섭
  • 승인 2021.11.12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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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 정치학 박사 한국지정학연구원 원장 / 베리타스법학원전임 / 『일상이 정치』 저자
신희섭 정치학 박사
한국지정학연구원 원장 / 베리타스법학원전임 / 『일상이 정치』 저자

‘한국전쟁’하면 떠오르는 미국의 인물은 누구인가? 아마도 많은 사람은 더글라스 맥아더 장군을 답할 것이다. 그는 인천상륙작전으로 전쟁 역전을 이끈 장군이자, 키가 크고 잘 생긴 스타 장군이다. 그런데 맥아더 ‘장군’보다 트루만 ‘대통령’을 먼저 떠올리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정작 한국전쟁에 미군의 개입을 결정했고, 맥아더 장군의 작전을 승인해준 결정자가 바로 해리 트루만 대통령인데 말이다!

아마 트루만 대통령처럼 짧은 기간에 많은 정책을 결정한 이도 드물 것이다. 1945년 4월 12일 루즈벨트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사망으로 부통령이었던 트루만은 대통령직을 승계하자마자, 우리 시대의 국제기구이자 평화의 상징인 ‘국제연합(UN)’창설을 마무리했다. 또한, 1945년 8월 6일과 8월 9일 일본에 대한 원자탄 투하 결정으로 태평양전쟁을 앞당겨 종결지었다. 1947년 그리스와 터키에서 사회주의자들이 정부를 전복하고자 할 때, 그는 이 지역을 사회주의로부터 보호하겠다면서 ‘트루만 독트린’을 발표했다. 이 정책은 기존 고립주의 전통을 포기하고, 전쟁이 아닌 상황에서도 미국이 다른 지역을 위해 개입하는 이례적인 전례를 만들었다. 자신의 국무장관인 조지 마샬이 ‘마샬플랜’이라는 유럽부흥계획을 세웠을 때 이를 채택했다. 이 정책은 이후 개도국에 대한 공적개발원조(ODA)로 이어졌다. 또한, 이스라엘이 국가를 만들 때 산파 역할을 하였다. 1948년 1차 베를린 위기상황에서 공수작전을 통해 서구 국가들의 자유민주주의 수호 의지를 과시하였고, 소련에 대해 승리했다. 1949년 서유럽을 보호하기 위해 그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를 창설하였다. 1949년 중국이 공산화되고 소련이 원자탄을 보유하게 되자, 1950년 그는 수소탄 개발을 결정한다. 실제 수소폭탄은 1954년에 만들어졌지만, 이 결정은 미국의 소련에 대한 핵우위를 유지하게 만들어 결과적으로 냉전 승리까지 이어진다. 1950년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그는 즉각적으로 미군 파병을 결정하였고, 그 결정으로 대한민국은 공산화를 피할 수 있었다.

한 문단으로 담기에도 버거울 정도로 트루만 대통령은 냉전사에서 중대한 결정을 많이 내렸다. 하지만 트루만 대통령처럼 존재감이 별로 없는 대통령도 드물다. 특히 그의 파병 결정으로 체제 붕괴를 피할 수 있었던 한국에서는 더욱 그렇다. 이렇게 된 원인은 단순하다. 리더십 교육을 안 하기 때문이거나, 기호에 맞는 리더들만을 선정해서 교육했기 때문이다.

트루만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대부’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중요도에 비해서는 인지도와 인기도는 떨어진다. 마치 (많은 이들에게) 수학 과목처럼 말이다.

지도교수님이신 강성학 고려대학교 명예교수님께서 트루만 대통령에 대해 다룬 『해리 S. 트루만』 (박영사)을 출간하셨다. 출판되자마자 책을 구매했는데, 바쁜 일정에 치이다가 이제야 독서를 마쳤다. 한편 수학처럼 중요하지만 크게 인물에 대해 구미가 당기지 않다 보니 독서가 미루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성취감을 넘어 크게 3가지를 얻을 수 있다.

첫째, 왜 저자가 ‘트루만’이란 인물을 선정했는지 이해할 수 있다. 이 책의 부제는 “평범한 인간의 비범한 리더십”이다. 그렇다. 인간 트루만은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났고, 평범한 교육을 받았다. 시력이 나빠 원했던 사관학교에 입학할 수 없었고, 가정 형편으로 대학에 진학하지 못했다. 부족한 공부를 독서와 자기 학습을 통해 채웠고, 못 이룬 군인의 꿈을 공직 출마로 대체했다. 상원의원이 되었고, 이후 1944년 민주당의 부통령으로 지명되었다. 그리고 그에게 우연히 기회가 왔다. 루즈벨트 대통령이 서거한 것이다.

이 책은 1장 프롤로그에서는 트루만이 대통령이 되기 전까지를 다룬다. 그리고 2장부터 12장 피날레까지 대통령이 된 트루만에 대해 다룬다. 이 부분을 읽다 보면, 평범한 인간이 최고정책결정자가 되었을 때 어떻게 비범한 리더십을 발휘하는지를 생생하게 이해하게 된다.

바로 이 지점이 저자의 지적 호기심에 불을 켠 것이 아닌가 짐작된다. ‘역사 창조적(history-making)’인 개인들이 있다. 그 중에는 마치 신화 속 인물처럼 비범한 인물이 비범한 업적으로 기록된 이들이 있다. 반면 평범한 인물로 태어나 자기 주도 학습과 성찰을 통해 비범한 리더가 되는 이들도 있다. 이 두 유형의 인물을 모두 배우는 것이 민주주의 체제 내 교육이다. 비범한 인물을 제거하려는 사회주의적 시도도, 평범한 인물을 제거하려는 전체주의적 시도도 거부하는 것이 민주주의 시민들을 건강하게 만든다. 그런 점에서 저자가 앞서 다루었던 위대한 인물들인 조지 워싱턴, 윈스턴 처칠이 전자에 해당한다면, 링컨과 트루만은 후자에 해당한다. 그런 점에서 저자의 지치지 않는 리더십 연구와 저서들은, 투키디데스를 빌리자면, 민주주의 시민에 대한 ‘영원한 교육’이라고 할 수 있다.

둘째, 두 개의 그림자를 안고 살아가야 하는 정치지도자의 삶과 미덕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정치인으로서 트루만은 불운하다. 그는 4선 대통령인 루즈벨트 대통령의 후임이었다. 전임의 그림자가 너무 강하다. 대통령 재직 중에는 스타 장군들인 조지 마샬,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더글라스 맥아더의 그림자가 강력했다. 트루만 대통령이 장군들을 통제 못 하진 않았지만, 상대적으로 주목을 많이 못 받았다.

트루만이 내린 정치적 결정의 무게는 그 어떤 지도자도 경험하기 어려웠던 것들이다. 그러나 그는 스타 플레이어들에 상대적으로 가려있었다. 반면에 트루만은 이런 상황을 ‘겸손’이라는 덕목으로 풀어나갔다. 이 부분이 ‘평범한’ 인간 트루만을 ‘비범한’ 지도자로 만든 것이다. 누구나 주인공이 되려는 세상에서 겸손하게 주변 인물들을 드러나게 하는 것은 그때나 지금이나 어려운 일이다.

셋째, 인생에서 롤 모델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성찰하게 된다. 트루만 대통령도 워싱턴 대통령처럼 공직에서 물러났을 때 시민의 삶으로 돌아갔다. 이들은 모두 로마의 킨키나투스를 롤 모델로 삼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미국의 많은 미래 지도자들은 이런 롤 모델을 배우면서 정치에 입문한다. 한국에서 정치지도자다운 지도자가 아쉽다고 하는 이유 중 하나다.

리더십을 다루는 책은 진중하다. 유튜브에서 10분 정도 요약해주는 리더십과는 다르다. 그래서 다소 손을 대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살아있는 지도자를 만나고, 대화하고, 그러면서 이해하게 되는 것은 독서만이 줄 수 있는 온전한 기쁨이다. 그래서 이 책의 일독을 주저하지 않고 추천한다.

CF. 지난 칼럼들을 좀 더 보기 편하게 보기 위해 네이버 블로그를 만들었습니다. 주소는 blog.naver.com/heesup1990입니다. 블로그 이름은 “일상이 정치”입니다.

신희섭 정치학 박사
한국지정학연구원 원장 / 베리타스법학원전임 / 『일상이 정치』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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