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변호사의 세무대리 일부 제한은 시대에 대한 역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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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변호사의 세무대리 일부 제한은 시대에 대한 역행이다
  • 법률저널
  • 승인 2021.11.11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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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법률 세무 업무를 변호사가 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의 세무사법 개정안(대안)이 1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개정안은 세무사 자격을 보유한 변호사에게 1개월 이상의 실무교육을 거쳐야만 세무대리 업무를 허용하되, 장부작성 대행과 성실신고 확인 등 버법률 사무 2가지는 제외했다. 또 개정안에는 세무 대리 업무를 소개·알선 행위를 금지하고 이에 대한 처벌 조항을 신설하고, 5급 이상 공직자가 퇴임 후 세무 대리 업무를 하는 경우 1년간 국가기관의 사무를 수임하지 못하도록 해 전관예우를 방지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 법안은 상임위 심사 과정에서 위헌 논란이 불거지며 오랜 진통을 겪었다. 변호사 업계에서는 제외된 2가지 업무가 사실상 세무의 기초라는 점에서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법안에 반대해 왔다. 변호사 업계의 반대에 개정안은 지난 7월 기재위에서 통과됐으나 같은 달 22일 법사위 체계·자구 심사에서 율사 출신 의원들을 중심으로 ‘위헌 소지가 있는 법안이므로 더 심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우세해 통과하지 못했다. 이후 3개월 이상 계류된 개정안은 지난 9일 법사위에 다시 상정, 통과했다. 당시에도 찬반양론이 거세게 맞붙었다. 박광온 법사위원장은 계속된 논쟁에 “기재위에서도 장시간 다룬 사안이다. 결론을 내야 한다”며 “통과시키되 반대 의견을 회의록에 기재할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전주혜, 유상범 의원은 표결 처리를 요구하며 반발했지만, 여야 간 고성 끝에 유상범, 전주혜 의원이 퇴장한 채 개정안은 법사위를 통과했다.

장부작성 대행과 성실신고 확인은 비법률 사무이긴 하지만, 변호사의 세무 업무를 제한한 세무사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까지 통과하면서 변호사 단체가 위헌소송 등 강경 대응을 예고하고 나섰다. 개정안이 통과함에 따라 변호사들의 ‘직업영역(직역)’이 일부 줄어들게 되는 것으로 변호사와 세무사 업계 간 갈등이 최고조에 이를 전망이다. 이날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하자마자 대한변협(협회장 이종엽)은 규탄 성명을 내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를 주축으로 한 국회의 무책임한 입법 행위를 다시 한번 강력히 규탄한다”면서 “해당 조항에 대해 즉각 위헌소송과 집행정지 신청 등을 제기하여 위헌적 세무사법 개정안의 문제점을 명명백백하게 따지는 등 강력한 법적 투쟁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나아가 변협은 “국회는 자격사 업무의 세분화와 전문화라는 실체 없는 명분을 내세워 세무사회의 입장만 일방적으로 수용했다”며 “헌법재판소의 결정 취지를 뒤엎고 입법재량의 범위를 현저히 일탈하여 위헌성 높은 법안을 통과시켰다”고 주장했다. 이어 “현재 세무사로 등록하고 ‘장부작성 및 성실신고 확인 업무’를 충실하게 수행하고 있는 많은 변호사의 업무가 갑작스레 중단되는 등 법적 안정성의 근간이 크게 훼손됐다”고 비판했다. 서울지방변호사회도 이날 입장을 내고 “본회의 통과 시 헌법 소원을 통해 직역이기주의에 매몰된 위헌적 법안을 바로잡을 것”이라며 “개정안이 금지하는 두 가지 업무는 세무대리 업무 중 가장 단순한 업무로 이를 제한할 합리적인 근거가 없고, 가장 ‘돈’이 되는 업무를 세무사에게 독점적으로 허용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변협과 서울변회가 법적 대응을 예고하면서 세무사 업계와의 대립이 더욱 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세무사법 개정안은 국민에게 법률과 세무 전문성을 두루 갖춘 변호사로부터 세무 관련 조력을 받을 선택권을 박탈한다는 점에서 위헌성이 다분히 크다. 특히 기장 및 성실신고 확인은 세무대리 업무 중 가장 단순한 비법률 사무여서 변호사에게 해당 업무를 제한할 합리적인 근거가 없다. 만약 변호사가 세무 업무의 첫 단계인 기장 및 성실신고 확인 업무를 제한당한다면 그 이후 법률적인 세무대리 업무에 있어 일관성과 계속성이 부족해지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에 따라 국민의 관점에서는 처음부터 세무 조력자로서 변호사를 선택하고 싶어도 선택할 수 없게 되므로 자칫 세무대리 업무의 장기화와 그에 따른 비용의 증가를 초래하게 된다. 국민의 선택권을 제한하는 법은 시대에 역행하는 악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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