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접견에 소송계속 사실 소명자료 제출 요구’는 헌법 위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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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접견에 소송계속 사실 소명자료 제출 요구’는 헌법 위반
  • 이성진 기자
  • 승인 2021.10.29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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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 “변호사와의 접견은 일반접견보다 두텁게 보호해야”
형집행법 시행규칙 ‘소송계속 소명’ 부분, “직업수행 자유 침해”

[법률저널=이성진 기자] 소송대리를 맡은 변호사가 수형시설에서 의뢰인을 일반접견 아닌 ‘변호사접견’을 하려면 소송계속 사실 소명자료를 반드시 제출하도록 한 것은 헌법 위반이라는 결정이 나왔다.

변호사접견은 일반접견보다 두텁게 보호해야 하고 특히 소송제기 전이라도 변호사의 직업수행의 자유와 수형자의 재판청구권 보호를 위해 변호사 접견제도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취지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28일 재판관 8대 1의 의견으로, 소송사건의 대리인인 A변호사가 수용자를 접견하고자 했지만 교도소에서 소송계속 사실 소명 자료 제출을 요구하며 거부하자 변호사의 직업수행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낸 위헌법률심판청구에 대해 이같이 결정했다.

대상 법규는 소송사건의 대리인인 변호사가 수용자를 접견하고자 하는 경우 소송계속 사실을 소명할 수 있는 자료를 제출하도록 요구하는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제29조의2 제1항 제2호 중 ‘수형자 접견’에 관한 부분이다.
 

헌법재판소

A변호사는 살인죄 등으로 징역 13년을 선고받고 화성직업훈련교도소에 수용된 수형자 B씨의 재심을 위해 변호사접견을 신청했으나 교도소측이 위 형집행법 시행규칙을 들어 거부하자 형일반접견만을 할 수 있었다.

이에 A변호사는 직업수행의 자유를 제한한다며 해당 규정의 위헌확인을 구하는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변호사접견을 담은 해당규정은, 헌법재판소가 2015년 11월 26일 소송대리인인 변호사와의 접견 시간 및 횟수에 대한 별도의 규정을 두지 않고 일반접견에 포함시켜 이를 제한하는 것은 수형자의 재판청구권을 침해한다며 헌법불합치(2012헌마858) 결정을 하면서 2016년 신설됐다.

‘일반접견’은 접촉차단시설이 설치된 일반접견실에서 10분 내외 짧게 이뤄지고 대화 내용은 청취·기록·녹음·녹화의 대상이 된다. 반면 ‘변호사접견’은 시간이 60분, 횟수가 월 4회로 한정되지만 ‘일반접견’에 비해 접견권을 두텁게 보호하고 있다.

A변호사의 청구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소송계속 소명자료를 제출토록 규정한 것은 집사 변호사의 접견권을 남용해 수형자와 접견하는 것을 방지함이 목적이지만 실효성은 의문”이라며 “진지하게 소 제기 여부 및 변론 방향을 고민해야 하는 변호사라면 일반접견만으로는 수형자에게 충분한 조력을 제공하기가 어렵고, 수형자 역시 소송의 승패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접견마저 충분하지 않다면 변호사를 신뢰하고 소송절차를 진행하기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면서 수단의 부적합성을 지적했다.

헌재는 일반접견보다 더 강하게 보장함으로써 수형자의 재판청구권이 억울하게 침해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 변호사접견이라는 선례를 언급하면서 “소송사건의 대리인인 변호사라 하더라도 변호사접견을 하기 위해서는 소송계속 사실 소명자료를 제출하도록 규정함으로써 이를 제출하지 못하는 변호사는 일반접견을 이용할 수밖에 없게 된 결과를 초래했다”고 설명했다.

헌재는 “이는 단순히 변호사 개인의 직업 활동상 불편이 초래되는 차원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변호사의 도움이 가장 필요한 시기에 접견에 대한 제한의 정도가 커 수형자의 재판청구 또한 심각하게 제한하고 법치국가원리로 추구되는 정의에도 반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면서 과잉금지에 해당해 청구인의 직업수행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판시했다.

반면 이종석 재판관은 소송계속 소명은 변호사와 수형자 사이의 접견을 제한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헌법불합치결정 취지에 따라 일반접견과 구별되는 변호사접견제도를 처음 도입, 시행을 위해 필요한 신청요건을 규정한 것에 불과하다며 청구인의 직업수행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 재판관은 “변호사가 수형자를 대리하는 외의 다른 목적으로 접견을 이용하려는 것이 아님을 확인하기 위함”이라며 “법원에서 제공하는 사건검색 결과 등으로 손쉽게 소송계속 사실을 소명할 수 있는 반면 한정된 접견시설 내에서 미결수용자의 변호인접견과 소송위임장을 받은 수많은 변호사들의 접견을 모두 원활하게 실시하기 곤란한 면이 있다”고 했다.

이번 결정에 대해 헌법재판소 관계자는 “헌법불한치결정에 따라 변호사접견제도가 만들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소를 제기하지 않았다는 등의 사정으로 이를 제출하지 못하는 변호사는 다시 일반접견을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며 “위헌결정을 선고함으로써 추후 소송사건의 대리인인 변호사가 소를 제기하지 아니한 단계에서도 수형자와 충분한 접견 시간을 가질 수 있게 됐고, 그 결과 수형자의 재판청구권 행사가 충실히 보장받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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