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업 변호사의 법과정치(234)-정치의 목적은 생민(生民), 정치의 방법은 소통(疏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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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업 변호사의 법과정치(234)-정치의 목적은 생민(生民), 정치의 방법은 소통(疏通)
  • 강신업
  • 승인 2021.10.22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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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업 변호사, 정치평론가
강신업 변호사, 정치평론가

“이익이 아니라 덕을 좇아야 한다.” 기원전 4세기 중국 140여 개에 달했던 도시국가들이 7개 강대국으로 정리된 후에도 치열한 전쟁이 끊이지 않던 전국시대 각자의 이익을 좇아 반복되는 전쟁 속에서 자신의 가르침을 전하고 다닌 맹자는 “왕이 지녀야 할 것은 덕이고, 덕은 타인의 불행에 공감할 수 있는 마음”이라고 했다.

맹자는 정치는 ‘이익을 좇는 행위’가 아니라 ‘덕을 추구하는 행위’가 되어야 한다고 봤다. 맹자는 “왕에게 필요한 것은 백성의 배고픔과 가난에 대해 공감할 수 있는 능력”이라면서, 모든 사람의 관심사는 욕망과 경쟁, 부와 권력뿐인데, 왕마저 생산 증대와 군대의 필승만을 원한다면 배고프고 가난한 사람들은 누가 살필 것인가라는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했다.

맹자(기원전 372~289년)는 공자(기원전 551~479년)가 세상을 떠난 지 100여 년 후에 태어났다. 당시는 힘만이 지배하는 혼탁한 세상이었다. 이때 맹자는 오히려 인간은 본성이 선하다는 성선설과 이를 바탕으로 인정(仁政)을 편다면 왕도정치(王道政治)를 구현할 수 있다는 정치사상을 설파했다. 맹자가 추구한 것은 문제가 해결된 유토피아가 아니라 사람이라면 누구나 바라는 가장 기본적인 일이 문제가 되지 않는 정치 공동체였다. 인간에게는 선한 본성이 있다고 믿고 당장 눈앞에 보이는 ‘힘’을 좇지 않고 장기적으로 세상을 구하는 ‘인정’에 호소한 것이다.

맹자는 왕도정치의 방법론으로, 먼저 형벌을 감면해주고, 세금을 경감해줘 백성들이 부모에게 효도하고, 윗사람이나 어른들을 공경하게 해야 한다고 했다. 맹자는 또한 사람이 먹고사는 데 불안하면 자신이 사는 곳을 원망하고 다른 곳으로 가면 상황이 나아질까 생각하게 되는 것이라며 백성들이 생활 터전을 떠나지 않고 먹고살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사람이 먹고사는 기본적인 일에 마음이 편해야, 다른 곳으로 떠나려는 마음을 먹지 않아야 인간의 인간다운 삶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사실 정치의 목적은 맹자가 살던 2300여 년 전이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다. 정치의 방법 또한 그때나 지금이나 하등 다를 것이 없다. 측은지심(惻隱之心)을 갖고 배고픈 사람을 먹이고, 병든 사람을 치료하고 집 없는 사람에게는 살 곳을 주는 것이 정치다. 이 때문에 맹자는 “어떻게 내 나라를 이롭게 할 것인가”라는 왕의 물음에 “어째서 이익에 대해서만 말씀하십니까”라고 되물었다. 그것이 개인의 이익이든 국가의 이익이든 이익을 논하기 전에 덕에 대해 논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맹자가 진정 추구하고자 한 것은 ‘인간의 인간다운 삶’이었다. 그의 민귀군경(民貴軍經) 사상은 “인간은 훨씬 더 숭고하다. 인간은 훨씬 더 고귀하다”라는 인간 존중의 마음에서 출발한다. 맹자는 “백성이 귀중하고 사직은 그다음이며 임금은 대단치 않다”며 왕의 자질 중 가장 중요한 한 가지 조건은 백성을 귀중히 여기는 마음이니 무엇보다 백성을 굶을 걱정에서 벗어나게 해야 하고, 배가 고파 죄를 짓게 한 뒤에 백성을 처벌하는 일은 하지 말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작금 대한민국 대통령을 뽑는 일정이 한창이다. 그런데 실망스러운 일이 한둘이 아니다. 몇몇 후보들의 행보를 보면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하겠다는 것인지, 권력을 차지해서 국민 세금으로 호의호식하며 자신과 일파의 이익을 취하겠다는 것인지 도무지 알기가 어렵다. 그들에게서는 국민에 대한 측은지심이 조금도 보이지 않는다. 정치의 도리는 온데간데없고 국민에 대한 예의도 찾아보기 어렵다. 오죽하면 대한민국 정치의 현주소가 과연 맹자가 살던 전국시대보다 나아진 것이 있을까 하는 의심마저 든다. 정치인들이여, 제발 기본으로 돌아가자. 정치는 목적은 생민(生民)이고 정치의 방법은 소통(疏通)이다. 정치인들은 이 점을 명심하고 제발 국민과 늘 소통하며, 국민이 굶지 않도록, 배고프지 않도록, 병마와 전염병으로 고통받고 죽지 않도록, 집도 절도 없이 밖에서 숙식하지 않도록, 이리저리 유랑하지 않도록 국민의 삶을 보살피는 일에 최선을 다해주기를 바란다.

강신업 변호사, 정치평론가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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