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수험생을 위한 칼럼(160) / 수험생이 되면, 共感(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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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수험생을 위한 칼럼(160) / 수험생이 되면, 共感(1)
  • 정명재
  • 승인 2021.10.19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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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재 정명재닷컴
(정명재 공무원 수험전략 연구소, 공무원시험 합격 9관왕 강사)

날씨가 금세 겨울처럼 바뀌었다. 계절의 변화무쌍함이란 인간의 마음만큼이나 그 속내를 알 수 없을 것 같다. 연중 공무원 시험의 끝자락인 10월은 갈무리의 계절이다. 지난 시간을 돌아보고 이제 앞으로 어떤 시간을 계획할지를 잠시 멈춰 살펴야 한다. 아쉬운 시간이었다고 느꼈고 이후에는 슬픈 감정이 복받쳐 뜨거운 눈시울을 발견하더라도 놀라지 말라. 누구나 그런 때가 있었고 단지 이번에는 그대의 차례인 것뿐이니.
 

시련이란 것이 한 번뿐이면 얼마나 좋으랴. 찬 바람이 몰아치고 그 삭풍에 멀쩡하던 가지가 꺾여 제 살을 잃더라도 나무는 고요하다. 자신의 한 부분이었던 이파리의 물기를 쏙 빼서 내어 주고, 앙상한 자태를 들어내더라도 서럽게 울지 않고 거기 그대로 서 있을 뿐이다. 시간을 음미하고 세월을 견디며 살아갈 뿐이다. 많은 말을 쏟아내는 것 아니며, 부족한 것을 나무라지 않는다. 그저 묵묵히 자신의 자리에서 그 자리에 안분(安分)하며 매 순간 태양을 향해 머리를 젖힌다. 하늘은 그에게 열매를 주었고, 비를 내려 갈증을 달랬으며 새들의 지저귐을 들려주었으니 하늘은 없어서는 안 될 절대적인 존재였다. 몸은 땅에 뿌리를 두고 다가가지 못할 하늘을 그리워하고 경배하는 일에 멈춤은 없었다. 계절이 바뀌고 신록(新綠)을 잃어가는 지금도 그저 순리(順理)에 순응하며 정해진 길을 향해 조금씩 조금씩 야위어 간다.

세상을 살다 보니 수험생이 되어 있었다. 수험생이란, 기회의 또 다른 이름이라고 여기며 기쁜 마음으로 나 자신을 돌아본 적도 많았다. 바쁜 세상에서, 시간이 돈이라고 부르짖는 각박한 세상에서 세월을 낭비하는 것이라는 뼈 때리는 소리도 들었다. 돈의 시대에 야위어가는 나의 인간성 회복을 위해 시작한 공부라고 힘주어 말해 본다. 시험에 합격하여 인간답게, 적어도 남에게 신세를 지지 않을 인생을 살아가려 한다는 소박한 소망 하나를 이루고 싶었을 뿐이라고. 나 스스로에게 그리고 세상에 선전포고(宣戰布告)를 한 것이다.

하지만 시험이 끝나면 마주하는 현실을 차다. 오늘처럼 바람이 찬 가을날의 스산한 바람처럼 말이다. 합격을 기다리는 시간은 길고도 지루할 것이다. 잠시 머리를 식히고 마음을 가라앉히고 아무 생각 없이 하루를 보내는 연습도 해야 한다. 잠시 네가 공부를 시작한 그 첫날을 떠올려 보자. 무턱대고 시작한, 충동적으로 도전한 첫날은 아니었다. 심사숙고(深思熟考)하던 어느 하루, 결심이 섰고 수험서를 구입하고 책 표지에 나의 이름을 한 자씩 옮기며 합격을 다짐하였다. 공부를 방해하는 녀석들은 왜 이리 많은지? 핸드폰은 늘 나의 벗이지만 공부에겐 적이다. 볼거리, 읽을거리는 넘쳐난다. 카카오톡으로 쉬지 않고 전해지는 문자도 공부에는 큰 도움이 안 된다. 친구의 안부, 바깥세상의 분주함은 이제 조금씩 먼 세상이 되어 간다. 조용하고 아늑한 곳을 찾아 책가방을 챙기고 이내 책을 펼치면 노곤한 졸음이 찾아오기 일쑤다. 수험서는 참 재미없게도 쓰여 있다. 딱딱한 그 느낌 너도 알고 나도 아는 수험서의 무미건조함. 도표는 왜 이리 많은 것이며, 풀이는 봐도 봐도 이해가 안 되니 문제집은 하나, 둘 늘어만 간다.

하루 종일 공부만 해도 재미있던 날도 있었다. 바닥에 머리를 떨구고 아무것도 모를 때는 참 재미없다고 생각한 공부를 조금씩 알아가는 재미도 쏠쏠하다. 도표(圖表)가 눈에 선하게 익어가고, 암기할 사항이 딱딱 입력되는 날에는 기분이 좋다. 시험에 단골처럼 등장하는 문제는 이제 눈감고도 맞힐 만큼 명중률이 높다. 기분이 좋은 날에는 나무도, 하늘도, 바람도 나를 반기는 듯했다. 공부를 시작한 게 잘한 일이다. 시험을 보려 마음을 먹은 게 기특하고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자평(自評)한다. 조금만 기다려라, 조금만 참아라, 조금만 지나면 나는 합격을 할 것이고 내가 그리던 꿈의 직장에서, 꿈의 직업을 가지고 살아 가리라.

늘 지나던 놀이터 그 나무가 없다. 공원정비사업이라고 한창 분주하게 움직이던 포클레인이 범인이다. 며칠 전부터 불안하던 마음이 현실이 되었다. 온종일 의자에 앉아 있던 허리를 펴리라 운동복을 갈아입고 놀이터로 향한다. 여름에는 그늘이 되어 주고, 봄이면 활짝 핀 꽃으로 나의 마음을 달래고 위로하던 친구였는데, 오늘은 그가 없다. 나무를 보며 계절을 알았고, 나무를 보며 인생을 배웠는데 그가 없어진 날,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내가 필요할 때면 늘 그곳에 있던 사물이 어느 날, 갑자기 없어질 수도 있다는 사실. 사람도 그렇다. 내가 늘 의지하고 마음을 전하던 사람도 어느 날, 갑자기 내 주변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영원한 것은 없다. 영원할 수도 없다. 수험생이 된다는 것은 적어도 감성지수는 꽤 높아지는 건 분명하다. 혼자 우두커니 세상을 바라보는 것도 어렵지 않다. 혼자 밥을 먹는 일, 혼자 영화관에 가는 일, 혼자 인터넷에 빠져 벤치에 앉아 시간을 보내는 것도 어렵지 않다. 혼자라서 겁이 난 적도 있었지만 이젠 혼자도 괜찮은 것이란 걸 알았다. 수험생은 혼자서 걸어가는 존재인가 보다.
 

나는 수험생이다. 혹시 너도 수험생이니? 그렇다면 말하지 않아도 눈빛만 보고도 아니면, 잠시 대화를 나누면 내가 어떤 심정인지, 내가 어떤 그리움을 안고 사는지 너도 알 수 있으련. 시험을 보러 떨리는 마음을 진정시키고 긴 심호흡을 너도 해 본 적이 있겠지? 시험이 끝나고 바라본 하늘은 왜 이리 예쁘고 아름다운지 너도 알 수 있지? 그날은 뻥 뚫린 허전함을 채우려 온종일 거리를 돌아다녀도 가슴은 먹먹하더라. 하루가 이리도 길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아 버린 날이었지.

너는 수험생이니? 나는 합격을 해 보았다. 합격을 하고, 내가 그리도 원하던 일을 하는데 가끔은 수험생이었던 내가 그립다. 그때는 꿈이 있었고, 그리움이 있었고, 사색(思索)이란 게 있었는데 말이지. 현실은 꽃길도 아니었고 무지개 색깔로 형형색색 펼쳐진 세상도 아니었다. 그냥, 분주하고 바쁜 세상일 뿐이야. 모처럼 찾아오는 휴일은 잠으로 몸보신(保身)을 하는 것으로 유일한 낙(樂)을 삼기도 한다. 만일 내가 다시 수험생으로 돌아간다면 나는 그날을 즐기고 있을 거야. 공부하는 것이 결코 헛되지 않았으며 그날이 얼마나 아름다운 날이었는지를 나는 이제야 알아간다. 그때 이것을 알았으면 좋으련만, 조금은 아쉬운 마음이다. 수험생 친구! 너는 최고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거야. 부디, 힘을 내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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