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차별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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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차별유감
  • 조미연
  • 승인 2021.10.15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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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미연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
조미연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

국어사전에 의하면, ‘차별(差別)’이란 ‘둘 이상의 대상을 각각 등급이나 수준 따위의 차이를 두어서 구별함’을 뜻하는 명사이고 ‘유감(遺憾)’은 ‘마음에 차지 아니하여 섭섭하거나 불만스럽게 남아 있는 느낌’을 의미하는 명사입니다.

이러한 차별유감이라는 글의 제목은 문유석 작가(전 판사)의 저서 ‘판사유감’에서 아이디어를 얻었습니다. 그는 판사라는 직업으로 사람과 세상을 배우고 있다고 하였는데, 저 또한 공감 구성원으로서, 공익변호사라는 직업으로 그렇습니다. 아래에서는 요즘 제게 ‘장애인차별금지법의 의미’를 곱씹게 만든 ‘장애인 차별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이야기 하나, 신장장애인에 대한 부당해고 사건에서의 일입니다. 다행히 원고는 1심에서 승소하였으나 상대방의 항소로 인해 2심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종사자 수 500명 이상 규모의 회사는 원고에게 ‘끝까지 가겠다’라는 의지를 피력하며 생계를 위해 임시직으로 일하고 있는 원고의 고통을 가중시키고 있습니다. 회사의 핵심 주장은 원고가 자신의 신장장애사실을 회사에 고지하지 않았고 이로 인해 상호 신뢰가 훼손되었으므로 해고가 정당하다는 것입니다. 참고로 원고는 버스운전기사의 자격을 모두 갖추었을 뿐만 아니라 회사가 요구하는 건강검진을 받아 결과를 제출하였습니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은 제12조 제1항에서 ‘사용자는 채용 이전에 장애인 여부를 조사하기 위한 의학적 검사를 실시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이야기 둘, 척추장애인을 차별한 대형마트에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에서의 일입니다. 회사는 원고의 의사와 장애를 고려하지 않은 채 부서배치를 진행하였고, 원고는 업무 중 척추부상으로 인해 병가 끝에 퇴사하였습니다. 소송에 앞서 국가인권위원회는 회사의 이러한 업무배치가 장애를 고려하지 않은 부당한 차별행위임을 인정하고 그 시정을 위한 권고 결정을 내렸습니다. 그러나, 1심과 회사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회사에는 500명이 넘는 장애인이 근무하고 있다는 점과 32명의 지체장애인이 원고와 같은 중량물 취급 파트에서 근무를 하였다는 점 등에서 원고가 근무한 파트가 특별히 지체장애인이 근무하기에 부적합한 부서라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차별 자체를 인정하지 않은 것입니다. 지체장애 유형은 다시 세부유형(팔, 다리, 몸통 등)으로 나누어지고 같은 지체장애인이라고 하더라도 장애 특성과 정도가 같지 않다는 공지의 사실은 고려되지 않았습니다. 공감은 2심에서 원고를 대리하게 되었습니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은 특히 제11조 제2항에서 ‘정당한 사유 없이 장애를 이유로 장애인의 의사에 반하여 다른 직무에 배치하여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야기 셋, 얼마 전 지하철 단차소송에 대한 쓰라린 2심 선고가 있었습니다. 이 사건은 관계법령에 위배되는 지하철 승강장과 차량 사이 넓은 간격, 큰 높이 차이에는 안전발판 등 안전설비를 설치하도록(법원의 적극적 시정명령) 하여 장애인의 대중교통 이동권 차별구제를 목적으로 한 소송입니다. 1심은 문제가 되는 역마다 1개씩 구비하고 있는 ‘이동식 발판 및 그 서비스’를 통해 서울교통공사가 이미 장애인에 대한 정당한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고 보아 차별행위의 존재부터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원고는 안전발판 등 안전설비에 이동식 발판 서비스와 같이 다른 사람의 도움을 전제로 하는 인적 서비스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하였으나 배제되었습니다. 2심은 관계법령에 위배되는 지하철 승강장 현황이 장애인 차별에 해당한다고 하였습니다. 다만, 서울교통공사에게 자동안전발판 등의 설치는 과도한 부담 또는 현저히 곤란한 사정이라고 할 수 있으므로, 이러한 안전발판 등 안전설비를 설치하지 않은 차별행위에는 장애인차별금지법상 예외로서 정당한 사유를 인정하여 이를 차별로 보지 않았습니다. 기각의 결론은 같지만, 그 사유를 달리 한 것입니다. 서울교통공사는 스스로 자동안전발판의 설치계획을 공표하고, 시범사업 예산비용을 마련했었으며, 운영하는 전체 역사에 스크린 도어 설치를 진행한 경험이 있습니다. 차별행위자의 과도한 부담 또는 현저히 곤란한 사정에 대하여 사업 성질을 변경하거나 위태롭게 할 정도라는 등의 구체적 기준은 설시되지 않았습니다. 장애인차별금지법 제48조는 분명 법원이 피해자 청구에 따라 차별적 행위의 중지, 그 시정을 위한 적극적 조치 등의 판결을 할 수 있는 근거로 도입되었습니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시행된 지 14년째, 우리는 장애인 차별이 법에서 금지하는 차별이라고 말할 수 있게 되었고, 법 제정 후 국가인권위원회에는 이법에 근거한 장애인 차별 진정이 폭증하였습니다. 반면,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법은 있지만 법에 위배되는 주장이 전면에 내세워지고, 법의 취지를 몰각하는 장애인에 대한 성급한 일반화가 여전하며, 차별행위가 존재하였음을 인정받더라도 반갑지 않은 예외적 사정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게 현재 주소입니다. 차별 구제의 실효성을 담보하기 위해 마련된 법원의 적극적 시정명령제도 활용을 놓고 보면, 그동안 장애인차별금지법에 근거한 소송이 다해봐야 30건 남짓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더욱 아쉽습니다. 그러나, 두드려야 열리겠지요. 차별을 차별로 인정하고, 차별을 금지하는 더욱 성숙한 사회질서를 만들어가는 과정, 구체적 차별사례를 충분히 법적으로 구제받을 수 있다는 신뢰가 쌓여가는 그 길에서 차별금지법의 의미를 공감하고, 유감스러운 차별사례는 마주하겠습니다. 계속 함께하겠습니다. 

조미연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

<공감 뉴스레터 2021년 9월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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