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범 변호사의 '시사와 법'(88)-고(故) 변희수 하사 전역처분취소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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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범 변호사의 '시사와 법'(88)-고(故) 변희수 하사 전역처분취소 판결
  • 신종범
  • 승인 2021.10.15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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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범 변호사
신종범 변호사

얼마 전 대전지방법원은 성전환 수술을 한 뒤 강제 전역 조치를 당한 고(故) 변희수 육군 하사가 육군참모총장을 상대로 낸 전역처분취소소송에서 “전역처분을 취소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변 하사는 기갑병과 전차승무특기 남군으로 임관해 경기 북부의 한 부대에 전차 조종수로 복무하던 중 휴가 기간을 이용하여 해외에서 성전환 수술을 받고 복귀했다. 복귀 후 변 하사는 법원에 성별정정 신청을 하고, 군에는 여군으로 복무를 이어가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육군은 성전환 수술을 한 변 하사가 ‘심신장애로 인하여 현역으로 복무하는 것이 적합하지 아니한 사람’이라고 판단해 강제전역처분을 했다. 심신장애 유형과 장애등급을 규정하고 있는 군인사법 시행규칙에는 성전환 수술의 경우 직접 적용되는 내용은 없지만, 육군은 변 하사가 남자임을 전제로 성전환 수술로 인하여 ‘음경상실’, ‘고환결손’의 장애를 입었다고 본 것이다.

변 하사가 법원에 성별정정 신청을 하고, 그 결정이 있기 전까지 전역심사를 연기해 줄 것을 요청하고, 국가인권위원회까지 군에 전역심사위원회 개최를 연기할 것을 권고했지만, 군은 신속하게 전역심사위원회를 개최하여 강제전역을 결정했다.

이에 변 하사는 국방부에 강제전역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인사소청을 냈으나 기각되자, 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변 하사는 첫 변론기일을 앞둔 지난 3월 자택에서 극단적 선택을 해 숨진 채 발견됐고, 이후 소송은 변 하사의 유족이 원고 자격을 승계해 재판을 진행해 왔다.

재판에서는 먼저, 변 하사가 사망했음에도 강제전역처분의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이 있는지가 문제되었다. 이에 대하여 법원은 “전역처분이 취소되면 변 전 하사의 급여청구권을 회복할 수 있어 법률상 이익이 있다”고 했고, 나아가 “성정체성 혼란으로 성전환 수술을 하는 사람들이 있고 동일한 이유로 위법한 처분이 반복될 위험도 있어 그 위법성 확인이 필요하다” 며 소송 수계를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전역처분이 취소되면 전역처분 이후 지급받지 못한 급여를 유족들이 상속받을 수 있고, 변 하사의 사망에 대한 전공상 여부도 판단받을 수 있는 등의 법률상 이익이 있다는 점에서 법원의 판단은 타당하다. 나아가, 법원은 위법한 처분이 반복될 위험을 제거하기 위해 위법성 확인이 필요하다며 적극적으로 소의 이익을 인정한 것으로 보인다.

다음으로, 전역처분의 근거로 인정된 변 하사에 대한 심신장애(‘음경상실’, ‘고환결손’) 판정에 대하여 법원은 “성전환 수술을 통한 성별의 전환이나 정정이 허용되고 있는 점, 성전환 수술 뒤 변 전 하사의 성별을 여성으로 평가할 수 있는 점, 변 전 하사가 성전환 수술 직후 청주지법에 성별정정 신청을 한 뒤 이를 군에 보고했고 이후 법원이 변 전 하사의 성별정정을 허가한 점을 고려할 때, 전역처분 당시 군인사법에 따라 심신장애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할 때도 성별이 전환된 여성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하면서 “(성전환 뒤 변 전 하사의 성별은 여성이므로) 남성의 성징인 신체 일부가 없는 상태를 심신장애 사유에 해당한다고 본 이 사건 처분은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위법하다”고 밝혔다.

육군은 변 하사가 성전환 수술을 하였지만 남성이라는 전제하에 심신장애 판정을 내리고 강제전역처분을 했다. 그러나, 법원은 변 하사는 성전환 수술 등을 통해 성별이 여성으로 전환되었음을 이유로 육군의 강제전역처분이 위법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한편, 재판부는 “남군으로 입대해 군 복무 중 성전환 수술을 받아 여성이 된 경우, 여성으로서 다른 심신장애 사유에 해당하는지, 전환된 여성으로서 현역복무에 적합한지는 궁극적으로 군의 특수성과 병력 운용, 국방과 사회 전반에 미치는 영향, 성소수자의 기본적 인권, 국민적 여론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국가 차원에서 입법·정책적으로 결정할 문제”라고 밝혀 군에 숙제를 남겼다.

성전환자 뿐만 아니라 군내 동성애자 처벌(군형법 제92조의6) 등 성소수자 인권 문제에 대해 이제 군내에서도 답을 내놓을 때가 되었다. 군대라는 특수성과 소수자의 인권을 어떻게 조화롭게 보호할 수 있을 것인지 깊은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신종범 변호사
http://blog.naver.com/sjb629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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