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투고] 사시폐지와 유리천장(9)-김빠진 사이다 대선정국과 곪아가는 로스쿨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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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투고] 사시폐지와 유리천장(9)-김빠진 사이다 대선정국과 곪아가는 로스쿨제도
  • 이성진 기자
  • 승인 2021.10.14 17:13
  • 댓글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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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0여년간 법조인력선발 및 양성의 근간을 맡아왔던 사법시험이 2017년 12월을 끝으로 폐지됐다. 평균 경쟁률 20대 1, 평균 합격률 3~5%라는 일회성 시험에 의한 선발을 지양해 고시낭인 및 다른 학부전공의 황폐화를 방지하고 교육에 의한 양성이라는 기치아래 2009년 3월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이 출범했기 때문이다. 이같은 로스쿨제도를 두고 고비용, 입시 불공정 등에 문제가 많다며 사법시험 존치 또는 예비시험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반면 이미 사법시험은 역사적 소명을 다했고 입법부가 새로운 제도를 정립한 만큼 더 이상의 사시존치 주장은 없어야 하며, 로스쿨에 문제점이 있다면 점진적으로 개선해 나가는데 사회적 힘을 모아야 한다는 반론도 적지 않다. 전자의 입장에서, 그동안 익명으로 사법시험 존치 운동을 해 왔다는 한 수험생이 ‘기회공정’이라는 이름으로 본지에 “사법시험 존치와 유리천정”이라는 글을 지난 여덟 번에 걸쳐 보내온 바 있다. 그가 아홉 번째 글을 보내왔다. 내용 전문(全文)을 게재한다. 본지는 이에 대한 반박 또는 이해를 달리하는 독자투고도 열려 있음을 재차 밝힌다. - 편집자 주 -
 

기회공정
(직장인, 전 사법시험 준비생)

1. 프롤로그

4월 7일 서울특별시장과 부산광역시장 보궐선거가 여당의 참패로 끝난 지 반년이 지났다. 제20대 대통령 선거일까지 채 5달도 남지 않아 정치 시계는 빠르게 돌아가고 있다. 상반기 정치권의 핫한 키워드는 독일어 ‘Sternstunde(슈테른슈튼데)’에서 비롯된 ‘별의 순간’이었다. 한국어로 ‘운명적 시간, 결정적 순간’이라고 번역이 된다고 한다. 여기에서 ‘별’은 신성(神聖)한 느낌을 준다. 천문학자들은 우리 은하계에 1,000~4,000억 개의 별이 있다고 추정한다. 세계 인구가 기껏해야 80억이니 한 사람 한 사람의 인생이 천하보다 귀하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세상사 익숙해지면 긴장의 끈이 풀리는 것은 당연지사일지 모른다. 이슬만 마실 것 같던 연인이 긴장이 풀리면 방귀도 시원하게 트고, 합격만 하면 정의를 위해 한 목숨 불사르겠다는 초심도 일단 합격해서 배에 기름칠하면 합격할 때 절정을 이뤘던 지식과 동시에 잊어버리기 십상이다. 현재 제20대 대선에서 당선이 유력시되는 여야의 3명 후보 모두 공교롭게도 사법시험 출신이다. 여당의 대통령 후보로 확정된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야당의 유력한 후보인 홍준표 의원은 사법시험부활을 공언한바 있다. 윤석열 후보는 아직까지는 명확한 입장 표명을 하지 않았다. 아직까지는 검증을 한다며 후보 간 각종 게이트와 의혹제기가 난무하면서 정책대결은 ‘김빠진 사이다’처럼 산뜻함이 없다. 이제 사법시험이 부활되더라도 다시 공부할 자신이 없는 전 사법시험수험생의 관점에서 왜 현재의 곪아 터져가는 로스쿨제도의 개선을 위해 사법시험부활을 비롯한 법조인양성제도 개선안이 ‘공정’과 ‘정의’라는 시대적 소명의 과제로 회자되는지 간단히 짚어보려 한다.
 

2. 변호사수 급증에도 고사(枯死)하는 법학, 풍요 속의 빈곤

(1) 등록변호사 2006년 1만명에서 현재 3배 늘어

1906년 대한제국 시절 제1호 변호사가 등록된 이후 2006년 1만명이 되었고, 또 8년 만인 2014년 2만명을 넘어섰다. 특히 로스쿨 도입 이후 2009년 1만1,000명이던 변호사 수는 10년 만에 3만명으로 3배 가까이 늘었다.1) ‘적정 변호사 공급규모에 관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변호사시험 합격률을 현행과 같이 입학정원 대비 75%로 유지할 경우 변호사 수는 △2020년 2만7917명 △2030년 3만7628명 △2040년 4만6281명 △2050년 5만3977명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2)

(2) 고사(枯死)하는 법학

사법시험제도는 양질(?)의 법학지식습득인력을 사회의 적재적소에 공급하는 인력인프라의 측면에서 우위에 있었다. 지금은 폐지된 사법시험 1차시험 지원자 수는 로스쿨 도입 이후 지속적인 감소세를 이어갔었다(2009년 21,156명으로 정점을 찍은 이래 2010년 20,907명, 2011년 17,498명, 2012년 12,756명, 2013년 9,232명, 2014년 6,848명, 2015년 5,768명, 2016년 5,763명). 이는 사법시험 응시자의 로스쿨 입학, 치열해진 사법시험 경쟁률에 따른 진로변경 등의 사유가 그 원인으로 분석된다. 한편 2021년 변호사시험 응시자는 3,156명이었다. 응시제한이 없었던 사법시험 1차 시험의 허수를 일부 감안하면 2009년 사법시험 1차 응시자의 약 6분의 1 정도만 법조인이 될 수 있는 시험에 응시할 기회를 제공받는 것이다. 수험생 수가 많을수록 경쟁을 통해 대학교의 정규 커리큘럼 뿐 아니라 사학도 활성화되어 상향평준화가 되는 선순환이 일어날 것이다. 그런데, 현재의 로스쿨제도에서는 로스쿨학생이 아니면 치열하게 법학을 공부할 동기부여를 받기가 쉽지 않다. 더구나 로스쿨 인가대학에서는 법학과를 폐지했기 때문에 실력 있는 법학전공 학부생의 씨가 마르고 있고, 로스쿨생들은 변호사시험 준비에 급급해 학원 강사들이 만든 얄팍한 요약집 소화하기에도 급급하다.

(3) 풍요 속의 빈곤

변호사 수는 급증했지만, 대법원이 집계한 2020년 민사 본안 1심 사건 총 91만2,971건 가운데 변호사가 선임되지 않은 ‘나홀로 소송’ 비율은 71.2%(65만408건)에 달한다. 민사보다 까다로운 형사사건의 1심 형사 재판 ‘나홀로 소송’ 피고인 비율도 44.1%에 그쳤다. 변호사 선택권은 풍요로워졌지만, 변호사들의 호주머니는 빈곤해진 것이다. ‘나홀로 소송’ 비율이 높은 이유가 소송가액 3000만원 이하의 소액사건과 정식 재판을 거치지 않아도 되는 검찰의 약식기소처분이 많기 때문이라고는 하지만, 스마트폰만 열면 쉽게 검색할 수 있는 법률정보의 홍수도 한 몫 하리라 생각된다. 대선정국에서 법조인양성제도에 관해 정책토론을 한다면 로스쿨 도입 명분이었던 시대에 부합하는 법률가 양성, 시험에 의한 선발로부터 교육을 통한 양성, 다양한 출신과 전공을 가진 법률가 배출, 법률가의 직역 확대, 지역간 균형 확대, 경제적?사회적 약자의 진출 가능성이라는 풍요했던 핑크빛 기대가 국민들의 법률서비스 빈곤에 대한 갈증을 얼마나 해소했는지에 대한 성찰은 고사하더라도 10여년간 곪아터진 로스쿨제도의 문제점을 허심탄회하게 논의해야 할 것이다. 곪아터진 것을 그냥 방치한다면 로스쿨제도는 썩어 문드러져 대한민국 법치주의의 근간을 흔들 수 있을 정도로 시나브로 사회를 오염시키게 될 것이다.

3. 에필로그

시계추는 좌우로 왕복한다. 시계추가 중심을 통과할 때의 기세는 다시는 반대쪽으로 갈 일이 없을 것처럼 거침없이 상승한다. 그러나 운동에너지가 중력에 힘을 뺏겨 시계추가 정점에 달하면 다시 내려오기 시작해 이내 반대편으로 옮겨간다. 세상의 이치가 시계추와 같을지 모른다. 한 때 사법시험 존치운동을 할 때 로스쿨세력들은 사법시험 폐지에 승전가를 올리고, 일부 극단적인 로스쿨출신 법조인들은 갈 곳 잃은 사법시험수험생들의 소통장소인 커뮤니티까지 잠입해 온갖 패악질을 일삼기도 했었다. 사법시험이 폐지되고 3년의 시간을 ‘꿈을 잃은’ 폐인으로 지냈다. 그러나 사회의 소시민으로 자리를 잡아가는 현재 시점에서 돌아보면, 법조인이라는 목표를 위해 편하게 공부할 수 있는 기회조차 향유했던 사람이었다는 것에 감사한 마음이 든다. 제20대 대통령에 당선되는 어느 후보이든지 수준이 높아진 국민들의 ‘공정’과 ‘정의’에 대한 소망을 잘 읽어 법조인양성제도를 비롯한 계층이동의 사다리를 잘 설계했으면 좋겠다. 이제는 사법시험존치운동가가 아닌 소시민으로서, 아들만큼은 손에 흙 안 묻힐 수 있는 법조인 만들어보겠다고 인고의 시간을 함께해준 농사꾼 부모님의 원을 이루어드리지 못한 못난 자식으로서 간청한다.

주)-------------------

1) 한국일보-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201912181328320863
2) 법률신문- https://m.lawtimes.co.kr/Content/Article?serial=163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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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해지자 2021-11-29 10:42:31
솔직히 로스쿨 출신하고 사시출신하고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다.
교과서 펴놓고 수술하는 의사랑 뭐가 다르냐
인생 꽁으로 먹은 것들이지 뭐
사시를 부활하든 예비시험을 도입하든 변시 빡쌘 시험으로 다시 바꿔야 한다.
그리고 왜 꼭 로스쿨을 졸업해야만 변시 라이센스를 딸 수 있는 건지 이해도 안간다.

ㄹㄴㅁㅇㄹㅇ 2021-11-23 01:35:18
이런 글을 받아다 거니까 법률저널이 2류신문에 그치는듯...

ㅇㅇ 2021-11-11 06:28:02
이딴것도 글이라고 씨부려놨다고 실어주는 법률신문수준하고는ㅉㅉ이름은 기회공정이 또뭔지?지금은어디서뭐하는직장인임?ㅉㅉㅂㅅㅅㅋ

ㅇㅇ 2021-11-09 14:35:29
윤석열 국민의힘 대통령후보 "사시부활 어렵다" "로스쿨 보완으로 가야"

해피미 2021-10-22 14:53:43
깊이 공감합니다.
구구절절 마음에 와 닿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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