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급 공채 2차 선택과목 편중 현실로…응시자·합격률 첫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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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급 공채 2차 선택과목 편중 현실로…응시자·합격률 첫 공개
  • 이상연 기자
  • 승인 2021.10.14 15: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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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행정, 정보체계론·지방행정론에 편중 심화
재경, 통계학에 몰빵…합격비율 96.3%로 압도
2020년 응시인원 없는 선택과목 54개로 40.6%

[법률저널=이상연 기자] 5급 공채 제2차 시험에서 특정 선택과목에 대한 수험생의 편중 현상으로 선택과목 폐지 등 개선의 목소리가 높았지만, 여전히 개선이 불투명한 상태다. 인사혁신처가 올해 초 제도개선에 나섰다가 학회 등 이해관계자의 반대에 부딪혀 잠정 중단됐다.

선택과목 편중 문제는 최근 인사혁신처 국정감사에서도 도마 위에 올랐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형석(광주 북구을) 의원은 지난 8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혁신처 국정감사에서 선택과목 편향에 대해 개선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이날 이 의원은 국정감사에서 “5급 공채 재경직에서 선택과목 6개 중 통계학 선택 비율이 79.9%이고, 이들의 합격률이 96.3%다. 기술직에서도 토목이나 건축직의 선택과목에서 철근콘크리트공학이 89.4%이고 합격률은 100%에 달한다”며 선택과목 편중 현상을 지적했다.

이어서 이 의원은 “이 같은 과목 편향 문제는 해당 과목의 난도가 낮고 합격률이 높기 때문이 아니냐”라며 “선택과목의 문제점에 대해 개선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지난 8일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의 인사혁신처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이형석(광주 북구을) 의원이 김우호 인사혁신처장에게 질의하고 있다. /국회인터넷의사중계시스템 화면 캡처
지난 8일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의 인사혁신처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이형석(광주 북구을) 의원이 김우호 인사혁신처장에게 질의하고 있다. /국회인터넷의사중계시스템 화면 캡처

이형석 의원이 인사혁신처로부터 받은 국정감사 자료인 5급 공채 2차 선택과목 현황을 분석한 결과, 선택과목의 편향성과 합격률 편차가 사실인 것으로 드러났다. 그동안 인사혁신처는 5급 공채 선택과목 현황을 일절 공개하지 않아 수험생들 사이에서 입소문으로만 알려져 왔다.

수험생들은 정보공개청구 등을 통해 2차 선택과목에 관한 자료의 공개를 요구하고 있지만, 인사혁신처는 시험의 공정한 관리 등의 이유로 공개하지 않고 있다.

법률저널을 통해 처음으로 공개되는 이번 5급 공채 2차 선택과목 현황을 보면, 2017년부터 2021년까지 25개 직류에서 124∼133개에 달한다. 이 같은 선택과목 중 매년 32∼54개 과목은 응시인원이 없고, 재경 직류의 경영학을 포함한 13개 직류 27개 과목은 2017년부터 2019년까지 3년 동안 응시인원이 전혀 없는 상태다. 지난해도 선택과목 133개 중 응시인원이 없는 선택과목 수는 54개로 40.6%에 달했다.

지난해 직렬별 선택과목 현황을 보면, 일반행정에서는 응시자 729명 중 정보체계론이 392명으로 53.8%로 절반 이상을 차지하며 쏠림이 가장 컸다. 이어 지방행정론이 19.9%(145명)이었으며 조사방법론 16.3%(119명), 정책학 9.5%(69명) 순으로 나타났다. 일반행정 6개 선택과목 중 정보체계론과 지방행정론 두 과목이 전체의 73.7%(537명)로 압도적이었다. 이에 반해 정책학은 69명, 민법은 4명에 그쳤고, 국제법은 응시자가 한 명도 없었다.

일반행정 선택과목별 합격자 수를 보면 125명 중 정보체계론이 57명으로 45.6%를 차지하면서 가장 많았지만, 선택 비율보다는 낮았으며 응시자 대비 합격률은 14.5%로 6과목 중 네 번째로 낮았다. 이어 지방행정론이 36명으로 28.8%로 뒤를 이었으며 선택 비율보다 10%포인트 가까이 더 높았다. 또한 합격률도 24.8%로 가장 높은 과목에 들었다.

일반행정 지역모집에서도 정보체계론이 49.4%(87명)로 거의 절반을 차지했다. 이어 지방행정론 28.4%(50명), 조사방법론 10.8%(19명), 정책학 9.7%(17명) 등의 순이었다. 선택 비율은 정보체계론이 가장 많았지만, 합격 비율은 지방행정론이 35.7%로 가장 많았으며 정보체계론 32.1% 순이었다. 응시자 대비 합격률은 민법이 2명 중 1명이 합격해 50%로 가장 높았으며 정책학(23.5%), 조사방법론(21.1%), 지방행정론(20%) 등으로 나타났다.

재경은 일반행정보다 특정 과목 쏠림현상이 더 심화했다. 선택과목 6개 중 통계학이 79.9%(369명)로 ‘열의 여덟’에 달할 정도로 압도적이었다. 이어 국제경제학 19.5%(90명)로 뒤를 이었다. 재경직은 응시자 462명 중 이들 두 과목의 응시자가 459명으로 전체의 99.4%에 달해 과목 편중이 심했다. 합격자 81명도 모두 두 과목에서만 나왔다. 이중 통계학이 96.3%(78명)로 압도적이었다. 특히 통계학은 선택 비율보다 합격 비율이 무려 16.4%포인트나 높았다. 응시자 대비 합격률도 21.1%로 단연 앞섰다. 반면 국제경제학은 3명에 그쳤으며 합격률은 3.3%였다.

법무행정 역시 과목 쏠림이 뚜렷했다. 응시인원 16명 중 상법이 11명으로 68.8%를 차지했으며 노동법이 4명으로 25.0%였다. 나머지 4과목 중 경제학에서 1명 응시했다. 합격자 수는 선택 비율과 달리 노동법이 2명으로 66.7%를 차지했으며 상법은 1명으로 33.3%였다. 합격률도 노동법은 50%에 달했지만, 상법은 9.1%에 그쳤고 나머지 과목에서는 합격자가 없었다.

교육행정 또한 응시자 쏠림이 나타났다. 응시자 49명 중 교육심리학이 43명으로 87.8%에 달했다. 다수의 선택과목을 운용하는 취지와는 거리가 멀었다. 최종 합격자도 8명 모두 교육심리학에서 나왔다. 합격 비율이 100%로 선택 비율보다 다소 높았으며 합격률은 18.6%였다.

사회복지도 편중이 여전했다. 응시자 12명 중 9명(75%)이 사회문제론을 선택했다. 이 밖에 조사방법론(2명)과 행정학(1명)에서 응시자가 나왔다. 사회문제론의 경우 합격 비율은 50%에 달했지만, 합격률은 11.1%로 저조했다.

검찰직에서는 선택과목 7과목 중 법의학이 5명으로 절반을 차지했으며 민법 3명, 경제학과 노동법이 각 1명이었고 나머지 3과목은 응시자가 한 명도 없었다. 합격자는 법의학과 민법에서 각 1명이 나왔으며 합격률은 민법이 33.3%, 법의학이 20%였다.

선택과목이 12개에 달하는 출인국관리는 민법이 11명으로 68.8%로 대부분 차지했다. 이어 정치학과 중국어 각 2명, 행정학 1명뿐이었으며 12과목 중 응시자가 없는 과목은 8개에 달해 다양한 선택과목을 둔 취지를 무색하게 했다. 최종 합격자도 3명 모두 민법 선택자였으며 합격률이 27.3%였다.

선택과목이 3과목뿐이 보호직에서는 사회학이 8명으로 61.5%를 차지했으며 교육학이 5명(38.5%)으로 뒤를 이었다 사회복지학 응시자는 없었다. 합격자는 2명 모두 사회학 선택자였으며 합격률을 25.0%였다.

선택과목 관련 설문조사에서도 제도의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45.9%에 거의 절반에 달했지만 ‘필요없다’는 부정적인 의견은 14.4%에 불과했다.

설문조사는 인사혁신처가 올해 4월 8일부터 14일까지 사이버국가고시센터를 통해 온라인으로 이루어졌다. 응답자는 1580명이었으며 응시 분야별로는 행정직군이 1240명으로 78.5%였으며 기술직군은 340명으로 21.5%였다.

선택과목 제도의 보완이 필요한 이유를 묻는 말에는 응답자(1457건)의 30.7%가 ‘과목에 따라 점수의 차이가 발생’이라는 이유를 밝혔다. 이어 ‘과목에 따라 학습량 및 난이도 등 수험부담의 차이’라는 응답도 29%에 달했다. ‘일부 과목 편중 현상으로 선택과목 제도의 취지를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는 응답도 26%에 달했다.

또한, 제도개선 시 중점적인 고려 사항을 묻는 설문에는 응답자(1958건) 중 ‘형평성 문제 해결 측면’이 40.8%로 가장 많았으며 ‘수험부담 완화 측면’도 31.8%에 달했다.

‘선택과목 폐지에 대한 의견’에서는 응답자(1580명) 중 ‘적극 찬성’ 27.8%, ‘찬성’ 30.3%로 찬성의견이 58.1%에 달했다. 하지만 ‘적극 반대’(3.2%)와 ‘반대’(7.9%) 등 반대의견은 11.1%에 불과했다.

선택과목의 편중과 형평성 문제는 이미 2019년 감사원 감사에서도 지적받았다. 5급 공채시험의 공정성과 타당성이 훼손될 우려가 있을 뿐만 아니라 다양한 전문 인재 선발이라는 선택과목 제도의 운용 취지 또한 제대로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

감사원은 감사 결과, 선택과목 간 점수 편차 및 수험생 편중 문제를 완화하기 위한 실효성 있는 개선방안을 마련하라고 인사혁신처에 통보했다.

인사혁신처도 감사 결과에 공감하면서 수험생, 전문가, 관계부처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소통하며 종합적으로 대안을 모색해 나가겠다는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올해 초부터 적극적으로 개선방안 마련에 나섰다가 관련 단체 등의 반발로 현재 잠정 연기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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