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드라마 『D.P.』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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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드라마 『D.P.』 단상
  • 송기춘
  • 승인 2021.10.08 12:1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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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기춘 전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 위원장
송기춘 전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 위원장

넷플릭스에서 사람들의 관심이 오징어게임으로 넘어가고 있지만, D.P.의 인기도 만만찮다. D.P.는 Deserter Pursuit의 약자라고 하는데 군대에서 탈영병체포조를 말한다. 이 드라마는 탈영한 군인들의 이야기면서 그들이 탈영을 하게 된 군대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그리고 있다. 이 드라마는 적지 않은 사람들에게 아직도 몸과 마음에 자리잡고 있는 상처를 후벼파고 있다고 한다. 환갑이 넘어서도, 이민을 가서도 군대 꿈을 꾼다 하니 군복무 중 겪은 고통은 단지 시간이 흐른다고 당연히 낫거나 사라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

이 드라마의 배경은 2014년 무렵으로 짐작된다. 이 해에는 흔히 ‘윤일병 사건’과 ‘임병장 사건’이라 불리는 사건이 발생하였다. 구타와 가혹행위, 왕따와 인격모독적 행위가 만연하던 시기다. 2005년 연천 내무반 총기난사사건 이후 인권증진을 위한 군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군의 모습은 많이 바뀌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시청자의 연령대와 상관없이 자신의 군복무 시절을 보는 듯하다 하니 ‘1953년’ 제작된 수통처럼 우리 군대는 아직도 근본적으로 변하지 않았는지 모른다. 필자도 D.P.를 보면서 관물대에 발을 올리고 ‘원산폭격’을 한 거며, 아스팔트 위에서 깍지 끼고 엎드려뻗쳐 하고 나중에 손가락에 박힌 모래알을 문구용 칼로 파내던 기억이 난다. 목을 주먹으로 패던 K대 수학과 출신의 조교나 전도사 하다 입대했다던 ‘황똘’이라 불리던 이들도 불가피하게 떠올리게 되었다. 그들은 선생이나 목사가 되었을 것이다. 지금은 그저 담담히 되새기는 옛날이야기가 되었지만 이들의 행태를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렸다. 그들도 어쩌면 폭력의 순환구조에서 피해자일 테니까. 그런데 그 시절 함께 근무하던 이들 가운데 누구는 지금이라도 만나면 패 죽이고 싶다는 말을 하는 이들이 있는 것은 새삼 놀랄 만한 일이었다.

국방부장관은 이 드라마에 대해 극화된 부분이 분명히 있다고 했다. 그는 애써 지금의 군대는 다르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실제 지금의 군대는 불과 7년 전의 모습이라는 드라마 D.P. 속의 군대의 모습과는 상당히 달라졌다. 생활관의 모습도 바뀌었다. 부대마다 편차가 있지만, 부대 안에 독서실이 있고 책 읽는 병사가 강군을 만든다는 표어도 붙어 있는 곳도 있다. 구타와 가혹행위도 많이 사라졌다. 이 점은 통계가 말해준다. 그러나 군대가 가지고 있던 폭력성이 근본적으로 변하였다고 할 수 있을까? 언어폭력은 증가하고 공개적으로 하는 모욕적 언사는 증가하고 있다. 맞는 것만큼 또는 그보다 힘든 게 인격을 모독하는 말이라고 하면 말로 입는 상처를 가볍게 볼 수 없을 것이다. 조직적으로 이뤄지는 왕따도 문제이다. 최근 발생한 여중사의 자해사망사건도 성폭력과 함께 집단적인 따돌림과 괴롭힘이 가까운 원인이다. 게다가 문제를 드러내고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가 의심되는 군수사기관의 카르텔은 군에 내재하는 폭력성을 더욱 위험한 것으로 만들고 있다.

가끔 그런 생각을 한다. 군인들은 왜 그렇게 군의 이상한 폭력의 순환구조에 쉽게 따르게 되었던 것일까? 처음부터 왜 맞는 걸 당연히 참아야 한다고 알고 있었을까, 부당한 명령이라도 군대에서는 따라야 한다고 왜 믿고 살았을까, 안 참으면 또는 신고하면 정말 손해보는 것이라고 왜 당연하게 생각했을까? 범죄행위인데.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너무나 당연한 현실이었기에 그러한 행태가 지혜로운(?) 것이었다고 말할 수 있을지 몰라도 어쩌면 그것은 우리들이 그러한 방식으로 살아가는 데에 너무나 익숙해진 탓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대학 신입생 엠티에서 복학생들이 후배들을 굴리고, 회사 신입사원 연수에서는 군대보다 더 강한 PT체조를 한다. 군말이 없다. 사회의 군기(?)가 군대보다 더 강한 것일지 모른다.

변화는 마땅히 없어져야 할 것을 거부하는 데에서 시작된다. 범죄행위라 할 행위들을 그대로 두지 말고 고소·고발하고, 특히 제대한 다음에도 처벌받게 해야 한다. 폐쇄적인 군 내부에서의 문제도 사회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있음을 알리고, 군인과 함께 사회에서도 함께 군의 문제를 감시하고 있음을 알도록 해야 한다. 꼭 닫힌 군대의 문을 안에서도 밖에서도 자꾸 열려고 해야 한다.

송기춘 전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 위원장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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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다 2021-10-22 18:45:10
뭔가 용두사미 같은 글이네요. 마지막 단락 직전까지 열심히 읽다가 마지막 단락에서 힘이 쭉 빠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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