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희섭의 정치학-떠나는 메르켈 총리와 독일 총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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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의 정치학-떠나는 메르켈 총리와 독일 총선
  • 신희섭
  • 승인 2021.10.08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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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 정치학 박사 한국지정학연구원 원장 / 베리타스법학원전임 /『일상이 정치』 저자
신희섭 정치학 박사
한국지정학연구원 원장 / 베리타스법학원전임 /『일상이 정치』 저자

2021년 9월 26일 실시된 독일 총선의 결과가 나왔다. 메르켈 총리가 속한 중도우파인 기독민주당(CDU)·기독사회당(CSU) 연합이 정당 득표에서 24.1%(2017년 총선 시 32.9%)로 2위로 내려앉았다. 중도좌파인 사회민주당(SPD)이 25.7%(2017년 20.5%)로 1등을 차지했다. 올해 초반 돌풍을 몰고 왔던 녹색당이 14.8%(2017년 8.9%로 5위)로 3위를 차지했고, 자유민주당이 11.5%(2017년 10.7%로 4위)로 4위를 차지했고, 극우 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AID)이 10.3%(2017년 12.6%)로 5위를 차지했다.

의석수별로는 사민당이 206석, 기독민주당(CDU)ㆍ기독사회당(CSU) 연합이 196석, 녹색당이 118석, 자민당이 92석, AID가 83석, 좌파당이 39석을 차지했다. 그래서 전체 735석이 되었다. 원래 독일 의회 규정된 의석은 598석이니, 초과의석만 137석이 늘어난 것이다.

이번 독일선거는 다른 국가의 관심을 많이 받은 선거다. 우선 메르켈 총리가 16년의 임기를 마치기로 해서 차기 독일 정부는 누가 이끌어갈 것인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두 번째는 코로나 사태로 정부와 정치에 대한 불만이 극에 달한 독일에서 과연 어떤 선거결과가 나올 것인지 때문이다.

독일인들은 정부의 코로나 대응실패와 재정지출 실패 등으로 현 정치권에 극단적인 불만을 드러냈다. 총선 전까지 각 정당이 얻는 지지율이 너무 낮아, 정상적으로 선거가 치러질까를 걱정하기도 했다. 게다가 메르켈 총리는 3년 전 이번 임기를 마치고 총리직을 사임하겠다고 발표한 상태라 유권자들은 더욱 우왕좌왕하였다.

이번 선거에서 확인할 수 있는 첫 번째는 독일 정치도 투표 유동성이 강하다는 점이다. 투표에서 지지 정당을 교체하는 유권자들이 많은 것이다. 올해 초 여론조사에서 녹색당이 정당 지지 1위를 기록할 정도로 기성 정치와 기성정당에 대한 불만도 높다.

두 번째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중도진영의 정당 지지율이 빠졌다는 것이다. 2017년 현 연립정부를 구성한 ‘기독민주당(CDU)·기독사회당(CSU) 연합’과 ‘사회민주당(SPD)’의 정당득표율은 53.4%이고 의석 비중은 전체 709석에서 399석으로 56% 정도 되었다. 그런데 이번 선거에서 두 정당이 받은 득표율은 49.8%이고, 의석비율은 전체 735석 중 402석으로 54%로 축소되었다. 그나마 이 결과도 선거 막판에 총리 후보가 될 인물들을 보고 유권자가 지지를 몰아줬기 때문에 얻을 수 있었다.

세 번째는 제도 정치와 인물 정치 사이의 관계다. 기성정당이라고 할 수 있는 중도 정당의 지지율이 추락한 것과 메르켈 총리의 지지율을 비교해 볼 필요가 있다. 16년째 총리직을 수행하고 있는 메르켈 총리에 대한 지지율은 현시점에서 80%대이다. 또한, 사민당이 제1당이 된 결정적인 이유가 올라프 숄츠 ‘개인’에 대한 지지율이 높았기 때문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잠정적인 결론을 하나 도출할 수 있다. 독일 정치도 제도정치는 관심이 적고, 인물밖에 기대할 것이 없다는 점이다.

선거 이전 독일 정치에서 불거진 문제들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다. 정치이념의 분극화 현상이다. 극우 정당 지지율이 높아진 것이나 좌파 정당 같은 이념 정당이 강세를 보인 것이 대표적이다.

독일 총선 결과를 바라보는 한국인들에게는 남의 이야기만 같지는 않다. 부동산문제로 대표되는 정부에 대한 불만, 제도 정당들에 대한 낮은 기대, 새로운 정치를 실현해줄 인물에 대한 갈급함, 정당 분극화 현상에서는 기시감마저 느낄 수 있다. 특히 2022년 3월 9일 대통령선거를 코앞에 두고 있어서, 한국 유권자도 제도와 인물 사이의 고민이 깊다.

한편으로는 한국과 독일 정치의 차이도 크다. 우선 한국에는 16년 기간 동안 미국경제위기, 유럽재정위기, 시리아 난민사태와 같은 커다란 시련을 헤쳐나가며 지속해서 70% 이상의 국민적 지지를 받은 ‘메르켈’이 없다. 사실 이것은 한국에 없다고 할 것이 아니다. 독일이 받은 ‘선물’이 맞을 것이다. 게다가 내각제 국가인 독일처럼 다당제에서 연립정부를 구성하기 위해 협상하고, 노력할 제도적 필요도 없다.

그런데도 선거 직전이 되면 제도와 인물 사이에서 고민하게 되는 한국정치 특성상, 메르켈 총리를 떠나보내며 새로운 연정을 구성해야 하는 독일 정치를 허투루 보기는 어렵다. 독일인들은 떠난 메르켈 총리 다음 자리를 걱정한다. ‘어떤 후임 총리가 들어와서 공백을 느끼지 않게 해줄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지면서. 그런데 ‘한국은 어떤 후보가 대통령 리더십의 조건을 채울 수 있을까’를 고민한다. 질문의 결은 다르지만 두 나라 모두 인물에 관심을 가진 것은 똑같다.

CF. 지난 칼럼들을 좀 더 보기 편하게 보기 위해 네이버 블로그를 만들었습니다. 주소는 blog.naver.com/heesup1990입니다. 블로그 이름은 “일상이 정치”입니다.

신희섭 정치학 박사
한국지정학연구원 원장 / 베리타스법학원전임 /『일상이 정치』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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