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희섭의 정치학-미사일 경쟁의 국제정치 : 한국의 핵탄두 없는 SLB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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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의 정치학-미사일 경쟁의 국제정치 : 한국의 핵탄두 없는 SLBM
  • 신희섭
  • 승인 2021.10.01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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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 정치학 박사 한국지정학연구원 원장 / 베리타스법학원전임 /『일상이 정치』 저자
신희섭 정치학 박사
한국지정학연구원 원장 / 베리타스법학원전임 /『일상이 정치』 저자

2021년 9월 27일 미국 국방성은 미국이 ‘극초음속’ 미사일 시험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극초음속’ 미사일이란 음속의 5배 이상의 속력을 내는 미사일을 말한다. 소리가 초당 340m를 이동할 수 있으니 계산해보면 음속은 한 시간에 1216km를 갈 수 있고, 이 속도의 5배면 시속 6,000km를 날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엄청 빠른 것이라 뉴스에 나왔을 텐데, 우리가 아는 상식과 충돌한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경우는 러시아에서 발사할 경우 30분 정도면 10,000km를 날아 미국 땅에 도달한다. 그런데 왜 이 속도보다 낮은 속도인데 이것을 의미 있게 보도할까 싶다.

극초음속 미사일도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단순하게 분류하면, 대기권을 넘어서 지구로 다시 진입하는 대륙간‘탄도’ 미사일(탄도미사일)에 극초음속을 활용하는 미사일과 대기권에서 이동하는 극초음속 미사일(순항미사일)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번 미국이 실험에 성공한 것은 대기권 밖에서 낙하하면서 마하 20 이상의 속도를 내는 탄도미사일 아니라 대기 중에서 비행하여 상대 목표를 맞추는 순항미사일이다. 그간 이런 용도의 미사일에서는 마하 5를 넘는 것이 기술적으로 어려웠는데, 이것에 성공했다는 것이다.

극초음속 미사일 분야에서 미국은 러시아와 중국보다 뒤처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분야에서 가장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이는 러시아는 마하 20의 속력을 내는 아반가르드 미사일을 이미 2019년에 실전 배치하였다. 이 미사일은 탄도미사일로 수직 낙하하는 미사일 임에도 글라이드 기능이라고 하는 수평 이동기술과 방어 미사일에 대한 회피기동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2021년 3월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가 마하 10의 속도로 2,000km 이상을 비행할 수 있는 ‘킨잘’ 발사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공중에서 순항하는 미사일이 과연 이 속도로 이 정도 거리까지 비행할 수 있는지는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러시아가 이 분야에서 가장 빠르게 기술진전을 이루어가고 있는 것으로는 볼 수 있다.

중국 역시 2014년 둥펑 미사일을 개발하면서 극초음속미사일 분야에 뛰어들었다. 2015년에는 ‘능운’이란 이름의 스크램제트 엔진을 탑재한 비행체를 공개하기도 했다. 중국의 발표와 달리 중국의 기술력이 과연 어느 선까지 진행되었을지 의문이 있지만, 중국도 이 분야를 빠르게 발전시키고자 한다.

러시아와 중국의 의도는 분석하기 쉬운 편이다. 이들은 새로 개발한 빠른 미사일에 핵무기를 탑재했다. 회피기동과 엄청난 속도를 이용해서 자신들이 만든 비싼 미사일의 생존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다. 군사력과 경제력을 모두 갖춘 미국과의 경쟁에서 불리한 위치에 있는 이들은 자기 무기의 생존력을 높이는 것으로 억지 전략을 달성하고자 한다. 특히 러시아는 경제력이 뒷받침해주지 못하기 때문에, 최대한 기술력을 높여 미국을 상대로 공포의 균형을 맞추려고 한다.

그런데 1인당 국민소득 1,300불에 불과한 북한이 이 극초음속 미사일 분야에 뛰어들었다. 2021년 9월 28일 새로 개발한 극초음속 미사일인 ‘화성-8형’을 시험 발사했다. 그리고 북한은 이를 ‘극초음속활공체’라고 지칭했다. 이것은 탄도미사일과 같은 원리를 가졌지만, 중간에 순항미사일처럼 수평으로 기동하는 글라이딩 기능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9월 15일에도 탄도미사일을 열차를 이용해 발사했다. 당일은 한국이 처음으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잠수함에서 시험 발사에 성공한 날이기도 하다. 9월 15일, 한국은 전 세계 7번째로 SLBM을 개발한 국가가 되었을 뿐 아니라, 고위력 탄도미사일과 공중발사 미사일도 공개했다. 이후 한국 역시 극초음속미사일을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2021년 5월 한미간에 미사일 지침이 종료된 이후, 한국의 미사일 전력은 마치 기다리기라도 했다는 듯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최근에는 탄두 중량을 8t으로 하는 미사일을 만들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미사일 사거리에 제한이 사라진 상황에서 미사일 출력을 높이고 탄두를 다탄두화하면서 한국은 현재 군사 강국들이 사용하는 미사일 기술을 거의 모두 구현하고 있거나, 뛰어넘고 있다.

대한민국과 북한이 동시에 미사일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해서, 둘의 입장이 같은 것은 아니다. 북한은 2006년부터 핵실험을 했고, 운반수단을 확보하기 위해 사활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한발에 1조 원에 육박해 북한 경제력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장거리 미사일을 열병식마다 들고나온다. 또한, SLBM을 개발하고자 한다. 북한의 기술력으로 볼 때 이들 미사일의 정확도는 매우 떨어질 것으로 보이지만, 핵탄두를 달 수 있는 상황에서 공산오차(미사일의 실제 탄착지점과 목표물과의 거리 차이)가 크게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런데 한국은 입장이 다르다. 한국은 북한과 달리 핵무기를 갖추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은 미사일 전력을 억지 전략의 주된 수단으로 삼고 있다. 즉 전 세계 어떤 국가도 시도하지 않는 정도로 탄두 중량을 늘리고, 높은 고도에서 추락시켜 운동에너지를 통해 핵무기급의 파괴력을 만들어내려고 한다. 또한, 현재 3,000톤급의 도산 안창호급 잠수함에서 6개나 발사할 수 있는 SLBM을 이용하여 언제 어떤 장소에서 공격할지 알 수 없게 만들고자 한다. 또한, 극초음속 무기를 이용해 요격을 불가능하게 만들어 상대를 무력화하고자 한다.

이런 한국의 전략은 장기적으로 중국에 대한 억지 전략으로도 사용될 것이다. 중국과의 관계 때문에 공개적으로 발표하기는 어려워도, 한국이 비싼 미사일을 반드시 북한에만 사용할 이유는 없다.

한국의 미사일 기술이 발전은 ‘재래식 억지 가능성’의 새로운 시도로 볼 수 있다. 한편으로는 ‘핵무기를 탑재하지 않은 유일한 SLBM’이라는 미답지를 만들어 둠으로써 향후 전략적 상황이 도래하고 한국도 핵무기를 선택하지 않을 수 없을 때를 대비한다고 볼 수도 있다. 즉 기술은 이미 끝이 났다. 다만 지도자와 국민의 의지만이 남을 뿐인 것이다.

CF. 지난 칼럼들을 좀 더 보기 편하게 보기 위해 네이버 블로그를 만들었습니다. 주소는 blog.naver.com/heesup1990입니다. 블로그 이름은 “일상이 정치”입니다.

신희섭 정치학 박사
한국지정학연구원 원장 / 베리타스법학원전임 /『일상이 정치』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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