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호영 판사의 판례 공부 39-6개의 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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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호영 판사의 판례 공부 39-6개의 C
  • 손호영
  • 승인 2021.10.01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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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호영 서울회생법원 판사
손호영 서울회생법원 판사

인류에게 오랫동안 고통을 안겨준 여러 질병 중 천연두가 있습니다. 1700년대 이미 천연두에 걸린 사람의 고름을 사람에게 넣어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이 알려지기는 하였으나, 실제로 천연두에 걸릴 위험이 있었습니다. 에드워드 제너는 당시 소 젖을 짜는 사람은 왜인지 천연두에 걸리지 않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가정을 세웁니다. ‘소와 접촉해 우두를 앓은 사람은 천연두에도 면역력을 갖게 된다.’

우두는 천연두와 유사하면서도 덜 치명적이었습니다. 우두를 앓는 사람의 고름을 소년에게 주입해보았더니, 정말로 효과가 있었습니다. 제너의 연구 결과는 1798년 발표되었고, 이로 인하여 수많은 사람을 구했다고 여겨집니다. 그는 소를 의미하는 라틴어 vacca에서, Variolae vaccinae(우두)라는 단어를 만들었고, 여기서 vaccine(백신)이라는 단어가 파생되었다고 합니다. 세계보건기구는 1980년 천연두의 종식을 선언했습니다. 에드워드 제너는 현대 면역학의 아버지라 불리게 되었습니다.

20세기 초까지만 해도 수혈의 결과는 운이었습니다. 수술을 할 때 불가피하게 수혈을 한다 하더라도 어떤 이는 성공적이었고 어떤 이는 맞지 않았습니다. 운의 정체가 ‘혈액형’이라는 것을 최초로 밝혀낸 이는 카를 란트슈타이너입니다.

그는 의학과 화학을 두루 섭렵한 뒤, 다시 병리생태학을 전공하다가 혈청학에 몰두합니다. 그는 깨어있는 시간의 90%를 연구에 쏟아부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는 ‘한 사람의 혈청이 다른 사람의 혈청에 가해지는 경우, 적혈구가 뭉쳐서 덩어리를 이루는 현상’을 발견했습니다. 연구를 거듭한 그는 혈액의 종류가 서로 다르기 때문이라는 결론을 내립니다. 1901년 그는 사람의 혈액형을 A형, B형, C형(뒷날 O형으로 변경)으로 분류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합니다. 그리고 1902년 그의 제자들에 의해 AB형도 밝혀집니다. 그가 구한 생명은 1955년 이래 약 11억 명으로 추산된다고 합니다.

1955년까지 소아마비는 심각했습니다. 당시 사회는 ‘소아마비에 떨고 있다.’고 표현될 정도였습니다. 1952년 한해에만 미국에서 약 5만 8,000건의 소아마비가 보고되었습니다. 희생자는 대부분 어린이라는 점이 더욱 문제였습니다.

조나스 소크는 소아마비 국제 기금이 설립한 프로젝트를 맡게 되면서, 7년 동안 헌신합니다. 하루 16시간씩 휴일 없이 일했습니다. 심신이 지쳐 수도원에 들렀던 그는 높은 천장을 바라보고 불현듯 영감이 떠올라 백신 대량생산의 단초를 찾아냅니다. 그는 스스로를 대상으로 최초로 시험을 실시하고, 가족을 접종시킴으로써 사람들의 참여를 독려합니다. 여러 시험 접종 이후 1955년 소크는 연구 결과가 성공적이라고 발표했고, 2만 명의 의사, 공무원, 6만 4,000명의 학교 직원, 22만 명의 자원봉사자 등이 모두 참여한 거대한 역사적 프로그램이 마무리됩니다. 그날은 국가적 경축일이 됩니다. 한 TV 인터뷰에서 그에게 물었습니다. “누가 이 백신의 특허를 갖는가요?” 소크는 반문합니다. “특허는 없습니다. 태양에도 특허를 낼 것인가요?”

에드워드 제너, 카를 란트슈타이너, 조나스 소크는 자신의 재능과 노력으로 인류에 기여하였습니다. 그들이 살린 생명의 가치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입니다. 존경할 수밖에 없는 그들을 바라보면서, 그들이 가진 자질은 어떤 것이 있었을지, 무엇이 그들을 이렇게 이끌었을지 궁금해지기도 합니다.

면역을 억제하는 기능을 하는 단백질(PD-1)을 발견하여, 면역학을 새로운 단계로 도약시켰다는 평가를 받는 일본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 혼조 다스쿠가 이 질문의 답에 단서를 제공합니다. 그는 시대를 바꾸는 연구에는 6개의 C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호기심(Curiosity), 용기(Courage), 도전(Challenge), 확신(Confidence), 집중(Concentration), 지속(Continuation)이 바로 그것입니다. 이 여섯 가지가 모두 충족될 때, 시대를 구하는 연구가 빛을 보게 된다는 것입니다.

‘호기심’으로 연구를 시작하되, 거듭된 고난과 역경에도 ‘용기’를 잃지 않고 ‘도전’하며, 자신의 길이 틀리지 않았다는 ‘확신’을 가지고 하는 일, 하고자 하는 일에 ‘집중’하며, 멈춰서지 않게 ‘지속’한다. 듣기만 해도 어렵고, 고되며, 쉽지 않습니다. 호기심에 발을 들여놓아도, 스스로를 의심하고 금세 용기를 잃으며, 딴청을 피우게 되는 일들이 많은 것이 현실입니다. 하지만 어려운 만큼, 기필코 헤쳐나가는 것의 의미는 더욱 무거워진다고 생각합니다.

6개의 C는 법학을 공부해나가는 법조인들에게도 울림을 줍니다. 크건 작건 6개의 C를 조화롭게 충족시켜 나갈 때, 성취가 있고, 그 성취가 사회에도 기여가 되는 순간이 오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손호영 서울회생법원 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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