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화천대유 일확천금에 엮인 법조인들, 법조윤리 바닥 드러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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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화천대유 일확천금에 엮인 법조인들, 법조윤리 바닥 드러내
  • 법률저널
  • 승인 2021.09.30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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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천대유라는 작은 지역의 개발회사가 언론의 사회면을 연일 장식하고 있다. 화천대유란 이름도 생소했던 신생기업이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으로 정치권을 강타하고 있다. 대장동 사건의 본질은 특혜 제공으로 화천대유가 적게는 7000억 원 많게는 1조 원 정도 천문학적 거액을 챙겼다는 것이다. 이익을 챙기는 데는 더욱 교묘한 기법이 동원됐다. 민간사업자를 대표해 택지 분양을 받을 수 있는 권한을 행사하는데 민간 7개 법인 가운데 금융기관을 6개로 하고 화천대유만 건설 관련 사업자로 지원했다. 그래서 화천대유는 단돈 5000만 원(보통주 1%) 투자로 5개 주택필지(총주택용지 30%)를 몽땅 챙겨 3000억 원의 떼돈을 벌게끔 설계했다. 성남시가 공공개발이라며 헐값에 수용해서 그냥 넘겨준 땅이므로 땅 짚고 헤엄치기로 일확천금을 벌었다. 화천대유의 본질은 국민의 삶의 터전인 집과 논밭을 강제로 수용해서 아파트를 짓고 고가에 분양해서 일부 개발업자들에게 천문학적인 이익을 안긴 약탈 행위나 다름없다.

여기에 고위직을 지낸 법조인들이 엮였다. 일반적으로 부동산 개발 프로젝트에서 법조인들, 그중에서도 사회적으로 지명도가 높은 법조인들이 등장하는 사례가 많지 않다. 그런데 특이하게 화천대유에는 최고 고위직을 지낸 법조인들이 대거 등장한다는 점이다. 대게 규모가 작은 회사는 고문 변호사 한 명도 위촉하기 버거운데 이 작은 지역 개발 회사에 소위 ‘전관’ 대접을 받는 유력 법조인들이 관련을 맺고 적지 않은 보수를 챙겼다니 상식적으로는 이해 불가다. 권순일 전 대법관, 김수남 전 검찰총장, 박영수 전 특검, 강찬우 전 검사장 등 이름만 대면 다 알 만한 유력 법조인들이다. 이들 고위 법조인을 고문 등으로 내세워 사업 추진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위험 요인을 줄이려는 의도였을 것이다.

권순일 전 대법관은 지난해 9월 대법관에서 퇴임한 뒤 두 달이 지난 시점에 화천대유 고문으로 위촉됐다. 권 전 대법관은 월 1천500만 원의 고문료를 받다가 최근 대장동 의혹이 불거지면서 고문 자리에서 물러났다. 지난해 7월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할 때 다수의견 편에 섰다. 특히 대법관 퇴임 이후 정식 변호사 등록을 하지 않은 채 자문한 사실까지 알려지면서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고발까지 당했다. 이재명 지사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변론을 맡은 강찬우 전 수원지검장도 화천대유에 법률 자문을 제공했다.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의혹 사건을 수사한 박영수 전 특별검사도 2016년 상임고문을 맡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특검은 화천대유 관계사 천화동인 4호의 소유주이자 대장동 개발 당사자인 남모 변호사가 로비 혐의로 재판을 받을 때 변호를 맡았다. 김수남 전 검찰총장 역시 대장동 지역을 관할하는 수원지검장을 지냈다.

화천대유는 아무리 돈이 보인다고 해도 고위직을 지낸 법조인이 발을 들여선 안 되는 곳이었다. 부동산 개발을 핑계로 천문학적인 돈을 노린 약탈자였기 때문이다. 전관과 토착의 힘을 이용하려는 부동산 개발 업체의 의도를 모를 리 없을 법조인들이 발을 들였다. 창과 방패로 대립한 법조인이 불과 몇 년 후 피고인의 관계사에 함께 이름을 올리고 보수를 받은 걸 보니 이익 앞에서는 상식도 무너지는 듯하다.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 사건의 피고인과 변호인, 검찰 수사 책임자가 모두 화천대유 관련 업무를 맡은 것 역시 법조 윤리의 바닥을 드러낸 일이다. ‘사회정의를 실현하는 것을 사명으로 한다’는 변호사법을 무색하게 하는 우리 법조계의 민낯이다. 직업윤리로서 법조 윤리를 요구하는 근본 이유 중의 하나는 법조에 대한 사회적 신뢰 유지다. 이번 화천대유 의혹은 대한민국 고위 법조인의 직업윤리 문제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법조 윤리를 더욱 강화하는 제도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또한, 전관들이 고액의 자문료나 고문료를 챙기는 관행을 막기 위해서는 일정액 이상의 자문이나 고문 계약의 경우 변호사협회에 신고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전관예우라는 후진적 행태와 이를 매개한 부패 고리는 반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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