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희섭의 정치학-중국의 공동부유(共同富裕) 선언 : 회고(retrospection)와 기대(prospection)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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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의 정치학-중국의 공동부유(共同富裕) 선언 : 회고(retrospection)와 기대(prospection) 사이
  • 신희섭
  • 승인 2021.09.17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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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 정치학 박사 한국지정학연구원 원장 / 베리타스법학원전임 /『일상이 정치』 저자
신희섭 정치학 박사
한국지정학연구원 원장 / 베리타스법학원전임 /『일상이 정치』 저자

시진핑 주석은 덩샤오핑 주석이 만든 중요한 3가지 정책을 뒤집고 있다. 첫째, 정치적 차원에서 ‘격대지정(隔代指定)’을 폐기하였다. 마오쩌둥의 장기집권으로 인한 권력 교체문제를 해결하고자 주석 임기 중 열리는 당 대회에서 차차기 후계자를 지정하는 것이 격대지정이다. 그러나 시진핑 주석은 2017년 당 대회에서 차차기 권력자를 지정하지 않았다. 오히려 2018년에는 헌법을 수정하여 3번째 연임을 가능하게 했다.

둘째, 외교적으로 ‘도광양회(韜光養晦)’ 전략을 폐지하였다. 도광양회는 “빛을 감추고 어둠 속에서 밝음을 준비한다”라는 의미다. 이는 중국이 역사적으로 대국으로 평가를 받아왔기 때문에 실력이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중국의 힘을 드러내지 말라는 전략이다. 1978년 개혁개방정책 이후 중국 성장을 중국 위협으로 간주해 타 강대국이 공세적으로 나올 때를 대비한 포석이다. 그러나 시진핑 주석은 자신의 외교 목표를 ‘주동작위(主動作爲)’로 설정하고 적극적인 외교를 수행하고 있다.

셋째, 경제적으로 ‘선부론(先富論)’을 폐기하고 있다. 선부론은 1985년 덩샤오핑이 제시한 것으로 개혁개방을 위해는 ‘능력 있는 사람부터 먼저 부자가 되라’는 정책이다. 이 논리를 기초로 중국은 연해부에서부터 개방정책을 통해서 부를 확대하는 정책을 사용했다. 그러나 최근 시진핑 정부에서 ‘공동부유(共同富裕)’를 선언했다. 다 같이 부유하게 만들겠다는 것이다.

공동부유론이 공개적으로 나온 것은 1985년 전국과학기술공작 회의에서다. 이 회의에서 덩샤오핑이 사회주의 목표를 ‘공동부유’로 규정했다는 점에서는 시진핑 주석이 덩샤오핑 정책을 맞받아쳤다고 만은 할 수 없다. 하지만 선부론이 강조했던 ‘우선적 성장’정책을 ‘분배’정책으로 바꾸었다는 점에서는 행보를 달리한 것이다.

공동부유론의 등장은 아직 국가이념으로 사회주의(국가에 의한 경제운영원리)를 가지고 있으면서, 자본주의(개인에 의한 경제운영원리)를 사용하는 혼란스러운 중국 체제에서 사회주의가 아직 죽지 않았음을 알릴 뿐 아니라 다시 좌클릭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낳고 있다. 농민을 중심으로 한 ‘평등’한 세상을 만들겠다는 마오쩌둥에서 경제적 생존을 위해서는 ‘성장’ 위주의 실용주의가 더 유용하다는 덩샤오핑의 전략적 전환을 지나 다시 평등주의로 회귀하는 것으로 본다면 역사의 후퇴로 단순히 치부해버릴 수도 있다. 또한, 모순되고 실패한 사회주의 체제원리에 대한 광신적 추종이라고 비난할 수도 있다.

이런 비판과 비난을 넘어서면 중국이 처한 현 상황에서의 전략적 선택으로 볼 수도 있다. 중국 전문가 전병서 소장(중국경제금융연구소)이 분석한 대로 중국은 ‘현 상황을 전시상황으로 인식’하고 이에 대한 대응책으로 만든 측면이 강하다고 볼 수 있다. 몇 가지 측면에서 전략적 선택을 볼 수 있다.

첫째, 가장 단기적 관점에서 볼 수 있는 것은 시진핑 주석 개인의 정치적 명분과 정당화에서 필요하다. 2022년에는 당 대회가 열린다. 아직 새로운 지도부를 제시하지 않은 시진핑 주석은 3기를 연임할 것으로 보인다. 장쩌민 이후 이어져 온 격대지정의 전통을 깨는 것인 만큼 시진핑 정부는 그 명분과 정당화의 논리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 가장 중요한 정치 이슈는 양극화 해결이다. 중국 양극화는 너무 흔한 이야기가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그 수치는 여전히 놀랍다. 중국 상위 10%의 자산이 하위 20% 자산의 36배가 될 정도고, 상위 1%가 전체 부의 30% 정도를 차지한다. 소득불평등도를 나타내는 지니계수의 경우 0.465라고 하지만 중국 정부는 0.4를 통과한 2000년 이후 발표하지 않고 있다. 중국이 자료를 누락하거나 조작했을 것으로 보고 실제로는 0.6 정도로 추정하는 이들도 있다. 지니계수가 0.5를 넘어서면 폭동이 일어나는 정도의 수준이라는 점에서 중국의 불평등은 매우 심각한 것이다. 사회주의 명패를 여전히 달고 있는 중국 정부 입장에서 자본주의 본산인 미국(0.41에서 0.48로 추산됨)보다 더 불평등하다는 것은 정치적으로 치명적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시진핑 정부의 ‘공동부유’론은 내부적 양극화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노력하고 있다’라는 것을 보여주는 측면이 크다. 공동부유론과 함께 ‘정신문화주의’를 강조하는 점도 공산당이 ‘여전히’ 통제 관리가 가능하다는 것을 내외적으로 보여주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둘째, 중기적으로는 산업구조의 개편을 목표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번 공동부유론을 제시하면서 중국 정부는 4개의 규제산업을 발표했다. 데이터를 불공정하게 사용하는 산업, 반독점 산업, 사교육 시장처럼 인구감소를 가져올 산업, 부채비율이 높은 탄소 발생산업이 여기에 해당한다. 반면 향후 육성할 산업도 4개도 규정했다. 고품질발전산업, 도농격차 축소를 위한 농업육성과 같은 공동뷰유산업, 국가안전 산업, 신에너지와 환경 보호 산업이 여기에 해당한다. 즉 서비스 위주의 산업에서 제조와 첨단 기술산업으로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중국이 먹고사는 경제 패러다임의 전환을 외친 것이다.

셋째, 장기적으로는 미·중 대립에서 중국의 생존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볼 수 있다. 미국은 트럼프 정부의 대중 중국 정책을 바이든 정부에서도 이어가고 있다. 베트남 전쟁 이후 깨진 외교의 초당적 합의를 이루어낸 것으로 볼 수 있다. GDP 기준 미국 경제 규모의 70%에 육박할 정도로 성장한 중국의 군사력 증강과 기술 도전은 이제 초당적으로 견제해야 할 대상이 된 것이다. 이런 견지에서 중국은 미국에 대한 대응전략이 필요하다.

실제 미·중 간 탈동조화(decoupling)의 논의가 나오고 있고, 중국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미국의 노력도 눈에 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은 체제 유지를 위해 미국의 영향력 감소가 필수적이다. 그 핵심은 중국 자체의 시장을 키워 중국 자체의 소비시장을 만드는 것이다. 인구 15억 명의 중국은 5억 7천만 명의 유럽연합보다 거의 3배에 가까운 잠재적 시장규모를 보여준다. 그러려면 소비력을 갖춘 중산층이 필수적이다. 만약 중국공산당이 8억 명 이상의 중산층을 형성하게 되면, 이는 하나의 독립된 시장으로의 의미가 있을 수 있다.

1921년 창당한 중국공산당은 올해 7월 1일 자로 100년이 되었다. 2049년이면 중화인민공화국이 만들어진 100년이 된다. ‘중국 탄생 100년’에 ‘중국몽’을 만들고자 하는 시진핑 정부는 현시점에서 모두가 부유한 ‘대동’사회로 가기 전 단계인 ‘소강’사회를 이루었다고 본다. 따라서 다음 단계를 위한 ‘공동부유’를 기치로 하여 중국인들의 에너지를 모으려 한다.

갑작스러운 공동부유 정책에 텐센트와 같은 기업들이 몇조씩이나 하는 기부금을 내고 있다. 그러나 미국 증시에 상장한 중국 기업들 가치가 대폭락하는 것을 막을 수는 없었다. 문제는 중국의 새로운 정책이 과연 시장을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지에 있다. 한편 시장이 어찌 반응할 것인지에도 달렸다. 시장이 반응하는 것과 시장을 만드는 것 사이에서 중국 정부의 명운이 달렸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자칫 이 정책은 시장의 급격한 변화와 축소로 이어져 중국 공산당 정부에게 새로운 급소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CF. 지난 칼럼들을 좀 더 보기 편하게 보기 위해 네이버 블로그를 만들었습니다. 주소는 blog.naver.com/heesup1990입니다. 블로그 이름은 “일상이 정치”입니다.

신희섭 정치학 박사
한국지정학연구원 원장 / 베리타스법학원전임 /『일상이 정치』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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