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대선 후보 공개 면접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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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대선 후보 공개 면접 단상
  • 김용욱
  • 승인 2021.09.16 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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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rong>김용욱 <br></strong>인바스켓 대표, 변호사
김용욱
인바스켓 대표, 변호사

국민의 힘 대선 후보에 대한 공개 면접이 진행되었다. 진중권 교수, 김준일 기자, 박선영 교수가 패널(아니 면접관)이 되어 진행되는 프로그램이다. 대통령 후보자 면접이라는 형식을 빌리지만, 분위기는 무척 자유롭다. 실제 면접에서 면접관의 역할은 그저 질문하고 평가하는 것이 기본이지만, 여기서는 가끔씩 면접관이 장황하게 한참동안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한다. 면접관이 면접자와 논쟁을 하는 것은 금기시되어 있지만, 꺼리지 않고 논쟁을 벌이기도 한다. 정치판에서 오래 머물었던 후보자일수록 여유가 넘치고 인간적 면모를 드러내는데 강한데, 심지어 면접자들이 면접관들과 이전에 같이 출연했던 TV나 의정 활동에서의 에피소드까지 소환하면서 답변하기도 한다. 실제 면접이었다면 ‘기타 공정을 기하기 어려운 사유’에 해당되어 면접관 제척사유가 되었을 것이다. 대선 후보를 잘 뽑겠다는 의지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대선 후보자 공개 면접」이라는 이벤트를 통해 후보자의 인지도를 높이고 정당을 홍보하려는 의도가 있기 때문이다. 면접관이 대선 후보를 정하는 것도 아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해당 프로그램은 진짜 면접이 아니다.

그래서 부담없이 재미있게(?) 볼 수 있다. 다소 연로한 후보자들은 면접관들의 질문을 잘 알아듣지 못해 ‘예?’ 하며 다시 되묻는 모습을 연출하기도 하고, 때로는 질문과 동떨어진 답변을 내놓으며 동네 할배같은 모습을 보여주는데, 실시간 채팅창에서는 “이것을 보고 이재○을 뽑기로 했다.”는 도배성 글이 터져나오며 익살로 반응한다. 간혹 대선 후보자들이 은근슬쩍 자기 자랑을 하거나 결연한 모습으로 자신의 정치적 신조나 삶이 일관되어 왔다는 것을 강조하기도 하는데, 이러한 후보자들의 진지충스런 모습을 대중은 ‘웃기다’ 생각하는 듯하다. 일본 만화 속 등장인물들이 진지함과 유머를 섞어서 행동하는 것과 비슷한 상황으로 이해하는 것이다. 대선 후보를 뽑는 중차대한 자리이지만, 진행 시간은 사람들이 부담 없게 볼 수 있는 시간 정도로 짧다. 22분. 너무 길면 채널을 돌려버릴 것이다. 오늘날 대중은 정치를 ‘오락’으로 여기고 소비한다.

진짜 대통령의 역량을 보아야 한다면 무엇을 물어봐야 할까? 모든 면접에서는 면접의 목적에 맞는 질문들이 준비된다. 공무원 면접에서라면 지원동기, 장단점, 반발이 예상되는 상황에서의 정책 추진 방안 등 다양한 상황에 대한 대응 방향을 묻는다. 그리고 그 질문들을 가급적 모든 면접자들에게 동일하게 물어 공정성을 기하려고 한다. 그래서 진짜 면접 과정은 지루하고 재미없다.

대선후보는 어떤 자질을 갖추어야 할까?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 막스 베버는 정치가에게 필요한 개인적 자질을 열정·책임감·균형감각 세가지로 정리하였다. 균형감각은 면접의 질의응답 과정에서 일부 평가가 가능하겠지만 면접으로 드러난 모습이 뛰어난 화술에 기인한 것인지 판단은 어렵다. 균형감각이라는 것은 가치판단을 전제로 하는 것이어서 어디가 중간 정도에 걸치는 것인지에 대해서도 의견이 다를 수밖에 없다. 열정이나 책임감은 면접으로 파악하기보다는 인성 검사로 일부 짐작할 수 있겠지만, 대선 후보에게 인성 검사를 실시할 수 있을까? 대선 후보자의 기질적 특성이 공개된다면, 우리나라보다 각국의 정보기관이 더 관심을 가지고 분석할 것이다. 누군가 정량화된 평가 결과서를 만들어주면 좋겠지만 오늘날 정치시스템은 대중이 스스로 판단하도록 맡기고 있다.

사람들은 대선 후보자들의 정책은 어떤 것인지, 우리 사회 갈등을 어떻게 풀어갈지도 궁금해 한다. 대통령이 정책의 세부적인 사항을 어디까지 구석구석 아는 것이 적정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정답이 없다. 너무 세부적으로 이야기하면 이해집단의 반발을 초래할 수도 있으니, 답변 못하는 것도 있다. 적정선은 늘 고민할 사항이다.

대선 후보자에게 더 중요한 것은 각 정책의 우선순위와 일관성일 것이다. 국민들의 요구 사항을 다 들어주면 좋겠지만, 예산상 제약도 고려하여야 한다. 정책의 균형성을 확보한다고 하다가 일관성을 깨뜨렸던 선례는 수북하게 쌓여있는데, 정책의 일관성이 깨지게 되면 예측 가능성이 사라지고 각 사회주체 경제 주체들이 다음에 어떤 행동을 하여야할지 판단이 어려워진다. 정치 지도자에게는 소통 능력도 중요한데, 각 사회 집단간 충돌과 갈등 해결이 정치인들에게 주어진 책무이기 때문이다. 오늘날 한 조직의 수장이라면 정책의 비전을 공유하고 있는 전문가 네트워크가 그 주변에 얼마나 잘 구축되어 있는지도 중요하다. 대통령은 원맨 플레이로 일하는 직업이 아니다. 히딩크 감독이 대한축구협회의 요청으로 국가대표팀의 감독을 맡았을 때에도, 박항서 감독이 베트남 국가대표팀의 감독을 맡았을 때에도 나홀로 감독을 맡은 것이 아니라, 유능한 코칭 스태프진이 함께 따라가 감독의 역할을 보좌했다. 그러나, 대선 후보자의 단독 면접 이벤트에서 후보자들의 네트워크 역량까지 세세히 관찰할 수는 없다.

대선 후보자 면접 이벤트는 취업이 어려워진 시대의 단면을 보여준다. 취준생들은 누구나 면접이라는 과정에 긴장하게 된다. 대통령이 되기 위해 준비하는 각 후보들의 지금 모습과 다를 바 없다. 어찌보면 나와 다를 바 없는 후보자들의 모습을 보면서 잠시나마 삶의 고단함을 잊고 싶은 마음이 거기에는 투영되어 있다.

김용욱 인바스켓 대표, 변호사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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