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수험생을 위한 칼럼(156) / 다 말하지 말고 조금은 남겨두어라
상태바
공무원 수험생을 위한 칼럼(156) / 다 말하지 말고 조금은 남겨두어라
  • 정명재
  • 승인 2021.09.14 18:4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명재 정명재닷컴
(정명재 공무원 수험전략 연구소, 공무원시험 합격 9관왕 강사)

황순원 작가의 소나기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소나기’ 에는 한 소녀와 소년이 등장한다. 사랑을 사랑이라 이름 부르지 못했지만, 사랑이 무엇인지를 알아버린 소년의 슬픈 이야기. 조금은 애틋하게 끝나버린 결말을 아쉬워했지만, 지금도 잊히지 않는 기억으로 남는 것을 보면 결말의 미학(美學)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말[言]이 풍성한 시대에 살고 있다. 하고 싶은 말은 모두 뱉어내야 직성이 풀릴 것 같은 악다구니를 매일 듣고 흘리고 또 들을 수밖에 없는 소음과 같은 뉴스와 각종 소식을 들어야 한다. 다행히도 방 안에는 텔레비전이 없다. 연예인이 누구인지, 최근 뜨고 있는 드라마가 무엇인지도 모른 채 살아도 큰 불편함은 없다. 세상의 이야기를 모두 무시한 채 살아갈 순 없지만 조용히 하루의 저녁을 맞이하며 간간이 FM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이 적막한 공간을 채운다.
 

가을은 사색하기에 좋은 계절이다. 사색(思索)은 인간 내면을 향한 여정이다. 가을이 되면 삶의 틈 어딘가에서 불쑥 이러한 질문을 하게 된다. 나는 지금 잘 살고 있는 것인지? 어떤 삶을 향해 나아가야 하는지? 등 스스로에게 자문(自問)하는 시간이 많다. 누군가는 살아 있으니까 산다고 하고, 또 누군가는 죽지 못해 산다고 한다. 무엇이 그리도 바쁜지 사람들의 걸음은 분주히도 움직인다. 세상의 바쁜 움직임에 내 걸음의 속도를 돌아봐야 한다. 한 번쯤은 가던 발걸음을 멈추고 나는 무엇을 위해 살아가고 있는지, 지금 어디로 향해 가는지를 들여다봐야 한다.

행복을 향해 가고 있다면 그 행복의 종착역이 어느 곳인지를 구체적으로 그려 보자. 정치인은 정권을 쟁취하는 것이 행복이고, 사업가는 사업의 성공이 행복이다. 아픈 이는 건강하게 사는 것이 행복이고, 가난한 이는 돈을 많이 가지는 것이 행복이다. 수험생은 합격하는 것이 행복이고, 삶의 목표를 잃은 사람은 그 목표를 가지는 것이 행복이다. 행복의 양태(樣態)는 각양각색 다양하다. 하지만 행복의 종착역에 이르는 순간, 행복을 이루었다고 기뻐하는 순간은 찰나(刹那)에 지나고 또 다른 행복을 찾기에 바쁘다. 합격을 경험한 수험생들의 모습이 모두 행복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다수의 합격자들은 그리 행복해하지 않았다. 다른 이들과 행복의 크기를 견주어 보며 자신의 행복을 미약한 것으로 치부하거나, 행복이란 종착역을 인정하기보다는 새로운 종착역으로 목표를 수정하기에 바빴다. 행복의 종착역은 영원히 없을 것 같아 보였다.

수험생으로 살아가는 것이 어떠한가? 가끔은 외롭고, 때로는 혼자서 걸어가는 길처럼 적막할 때도 있을 것이다. 어려운 과정처럼 느껴지고, 거대한 산(山)처럼 오르기에 힘겨울 때도 있을 것이다. 누구나 수험생이 되면 갖게 되는 감정이고 겪게 되는 불안감과 피로감이다. 하지만 세상의 모든 일이 비슷하지 않던가? 사업을 해 본 사람이라면, 장사를 해 본 사람이라면 금세 알 수 있을 것이다. 세상은 산전수전(山戰水戰), 공중전(空中戰)을 경험하고 견뎌야 할 전쟁터이고 지옥이다. 퇴직금을 몽땅 투자해도 얼마 못 가서 문을 닫는 가게가 속출하고, 새로운 아이템으로 야심차게 시작하여도 시장에서 반응을 얻지 못하면 순식간에 시간과 재산을 잃는 것이 사업의 세상이다. 밤을 새우는 일도 마다하지 않으며 노력을 한다. 그렇지만 잠을 줄여가며 고민과 시행착오를 거듭해도 성공 가능성은 높지 않다. 이것이 세상에서 마주했던 모습이 아니었던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부에 있어서, 시험에 있어서는 너무 안이한 태도와 마음가짐으로 일관하는 이들이 많다. 세상에서 경험한 지혜와 이치는 모두 잊은 채, 내가 하는 공부에 있어서는 누구보다 빠르게 합격하기를 바라고 또 그렇게 되리라 확신하는 것이다.

일희일비(一喜一悲)하는 세상이다. 한 번 기뻤으면, 한 번 슬픈 날이 있는 법이다. 오늘은 행복하지만 내일은 불행할 수 있는 것이고, 오늘은 졌지만 내일은 이기는 법이다. 그래서 성인(聖仁)들은 말한다. 일희일비하지 말라고, 다 말하지 말고 조금은 남겨두라고 말이다. 한 번 실패했다고 크게 낙심하여 세상을 모두 잃은 것처럼 상심하지 말아야 한다. 한 번 시험에 떨어졌다고 하여 자신의 부족함을 탓하거나 용기를 꺾지는 말아야 한다. 반면에, 누군가의 실패에 그 사람을 실패자라고 낙인(烙印) 찍어서도 안 된다. 성공으로 가는 과정이나 행복으로 가는 과정은 험난하고 고된 것이며 이것이 세상의 이치며 진리란 것을 알아야 한다. 쉽게 온 것은 쉽게 사라지는 것처럼, 고된 과정으로 얻은 것이야말로 참되고 복된 것이다.
 

누군가를 가르치는 강사의 직업으로 살아가는 나에게도 약간의 삶의 철학은 있다. 나는 수험생을 가능성의 존재로 바라본다. 99%의 가능성이 있는 이들에게는 선생이나 강사는 그리 필요한 존재가 아니지만, 1%의 잠재된 저력이 있음을 살피고 이를 개발하고 고취시켜 99%의 믿음을 갖게 하여 성공으로 이끌어야 하는 것이 강사의 역할이라고 본다. 이를 실제로 실현시킨 것이 그간의 나의 인생이었다. 좋은 환경과 우수한 두뇌를 가진 이들보다는, 조금은 더딘 학습능력을 가지고 낮은 자존감을 가진 수험생들을 합격으로 이끈 사례가 많았다. 아무리 봐도 합격하고는 거리가 먼 수험생을 위해 함께 고민하는 시간이 많다 보니, 자연스레 소수직렬의 시험과목에 눈길이 갔고 이를 위해 오랜 시간을 투자해 몰두하였다. 남들이 모두 아는 정보에는 경쟁이 치열한 법이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무관심하게 여기는 분야에는 강사도 많지 않았으며, 관련된 시험 연구도 적었다. 내가 그였다면, 내가 그와 같이 학습에 어려움을 겪는다면 어떻게 할까를 고민하게 되었고, 내가 그였다면 나는 어떠한 길을 택할 것인지를 입장을 바꿔 생각하는 시간이 많았다.

어려운 공부는 쉽고 재미있게 공부하는 방법을 찾으면 된다. 자신감이 떨어진 수험생에게는 조금은 쉬운 길로 돌아가자고 제시하면 된다. 시인 박노해는 말한다. 올곧게 뻗은 나무들보다는 휘어 자란 소나무가 더 멋있다. 똑바로 흘러가는 물줄기보다는 휘청 굽이친 강줄기가 더 정답다. 곧은 길 끊어져 길이 없다고 주저앉지도 돌아서지도 말아야 한다. 우리가 살아있다는 건 아직도 가야할 길이 있다는 것이라고. 가을의 정취가 물씬 풍기는 계절 그리고 추석(秋夕)이다. 못다 이룬 희망과 못다 이룬 목표를 앞에 두고 가을을 보내고 있지만 조금은 남겨두어라. 다 말하지 말고.

xxx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전달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 기사를 후원하시겠습니까? 법률저널과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기사 후원은 무통장 입금으로도 가능합니다”
농협 / 355-0064-0023-33 / (주)법률저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공고&채용속보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