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없을 때 아내가 집에 들인 외도남’ 주거침입 불성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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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없을 때 아내가 집에 들인 외도남’ 주거침입 불성립
  • 안혜성 기자
  • 승인 2021.09.10 17: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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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거 내 현재하는 공동거주자 승낙 받으면 주거침입 아니다”
대법원 전합 “부재중인 거주자 추정적 의사에 반해도 불성립”

[법률저널=안혜성 기자] 공동거주자의 일부가 부재중인 상황에서 주거 내에 있는 거주자의 승낙을 받아 공동주거에 들어간 경우 주거침입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왔다.

피해자 A의 처와 교제를 하고 있는 피고인 B는 피해자와 피해자의 처가 공동으로 거주하는 집으로 가서 피해자의 처가 열어 준 현관 출입문을 통해 피해자의 집에 3회에 걸쳐 들어갔다. B가 피해자의 처와 혼외 성관계를 가질 목적으로 주거에 들어간 것이 A에 대해 주거침입죄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이번 사안의 쟁점이다.

기존의 대법원은 해당 출입이 부재중인 다른 거주자의 추정적 의사에 반하는 경우 주거침입죄가 성립한다(대법원 1984. 6. 26. 선고 83도685)고 봤다. 이에 따르면 B에 대해서도 주거침입죄가 인정된다.

하지만 이번 사건에서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외부인이 공동거주자의 일부가 부재중에 주거 내에 현재하는 거주자의 현실적인 승낙을 받아 통상적인 출입방법에 따라 공동주거에 들어간 경우에는 그것이 부재중인 다른 거주자의 추정적 의사에 반하더라도 주거침입죄는 성립하지 않는다”(대법원 2021. 9. 9. 선고 2020도12630 전원합의체 판결)며 기존의 판례를 변경했다.

대법원은 “주거침입죄의 보호법익은 사적 생활관계에 있어서 사실상 누리고 있는 주거의 평온, 즉 ‘사실상 주거의 평온’으로서 주거를 점유할 법적 권한이 없더라고 사실상의 권한이 있는 거주자가 주거에서 누리는 사실적 지배·관리관계가 평온하게 유지되는 상태를 말한다”고 설명했다.

주거침입죄의 구성요건적 행위인 ‘침입’은 주거침입죄의 보호법익과의 관계에서 해석해야 하므로 ‘침입이란 거주자가 주거에서 누리는 사실상의 평온상태를 해치는 행위태양으로 주거에 들어가는 것’을 의미하고 침입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출입 당시의 객관적·외형적으로 드러난 행위 태양을 기준으로 판단하는 게 원칙이라는 것.

따라서 단순히 주거에 들어가는 행위 자체가 거주자의 의사에 반한다는 거주자의 주관적 사정만으로 바로 침입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는 게 대법원의 판단이다.

이에 대법원은 “주거 내에 현재하는 거주자의 현실적인 승낙을 받아 공동주거에 들어간 것이 부재중인 거주자의 추정적 의사에 반하더라도 사실상의 평온상태를 해치는 행위태양으로 주거에 들어간 것이라고 볼 수 없기 때문에 침입행위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주거침입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주거침입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점에서는 다수의견과 같은 입장이지만 다른 이유를 제시한 별개의견도 있었다. 김재형 대법관은 “동등한 권한이 있는 공동거주자 중 한 사람의 승낙을 받고 주거에 출입한 경우 어느 한쪽의 의사나 권리를 우선시할 수 없으므로 원칙적으로 주거침입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의견을 보였다.

이어 “주거침입죄는 목적범이 아니고 혼외 성관계는 형사처벌의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이러한 목적의 유무에 따라 주거침입죄의 성립이 좌우된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안철상 대법관도 별개의견을 냈다. 안 대법원은 “침입의 의미를 직접 보호법익과 관련시켜 파악하거나 보호법익을 구성요건적 행위의 내용으로 보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이는 침입의 의미를 추상적이고 불명확하게 하여 일반 국민 등에게 혼란을 줄 우려가 있다”며 다수의견과는 입장을 달리했다.

다만 “공동거주자 중 한 사람의 승낙을 받은 외부인의 출입행위는 그 출입 승낙을 한 공동거주자가 통상적으로 공동주거를 이용하는 행위 또는 이에 수반되는 행위로 다른 거주자는 외부인의 출입이 그의 의사에 반하더라고 공동주거의 특성에 비추어 이를 용인해야 한다”는 이유에서 주거침입죄의 성립을 부정했다.

이기택, 이동원 대법관은 종전 판례에 따라 주거침입죄가 성립한다며 반대의견을 제시했다. 이들 대법관은 “주거침입죄의 보호법익인 ‘사실상의 평온’은 법익의 귀속주체인 거주자의 주거에 대한 출입 통제가 자유롭게 유지되는 상태를 말하고 이러한 출입 통제는 거주자의 의사 및 의사표명을 통해 이뤄진다“며 “따라서 주거의 침입은 종전의 판례와 같이 거주자의 의사에 반해 주거에 들어가는 것이라고 해석해야 하고 이와 달리 침입의 의미나 판단기준을 변경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공동거주자 중 부재중인 거주자도 독자적으로 외부인의 출입을 통제할 수 있고 그에 관한 보호법익이 침해된 경우 주거침입죄가 성립하므로 외부인이 다른 거주자의 승낙을 받아 주거에 들어갔더라도 부재중인 거주자가 그의 출입을 거부했을 것이 명백하다면 부재중인 거주자의 거주에 대한 사실상 평온이 침해됐으므로 주거침입죄가 성립한다는 게 반대의견을 입장이다.

이번 판결에 대해 대법원은 “주거침입죄의 보호법익과의 관계에서 구성요건적 행위인 ‘침입’의 의미를 해석하고 침입에 해당하는 판단기준을 제시했다”고 의의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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