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징벌적 손해배상이 언론폐해문제 해결의 만능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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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징벌적 손해배상이 언론폐해문제 해결의 만능인가
  • 백태승
  • 승인 2021.09.10 10:2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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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태승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백태승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약칭 언론중재법)」 개정안이 최근 정치권에서 뜨거운 논쟁과 함께 사회에 큰 화제를 모으고 있다. 법안은 우여곡절 끝에 문체위와 법사위는 통과하였지만, 너무 뜨거운 나머지 여야 8인 협의체의 숙려기간을 거친 다음에 오는 27일 본회의에 부칠 예정이다. 국내외 언론 단체와 전문가들 그리고 민주당 내에서도 신중론의 반대 목소리가 있음에도 여당은 밀어붙일 기세이다.

법안 중 가장 논란이 되는 조항은 징벌적 손해배상, 고의·중과실 추정과 열람 차단 청구권이다. 민주국가에서 언론의 자유가 소중한 가치로 인식되고 용기있는 보도는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키는 언론의 가치와 역할이 그동안 인정받아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했다고 평가받았다. 우리 법원도 공적사안 및 인물에 대해서는 좀 더 자유롭게 보도하도록 하고 무모하고 악의적인 경우가 아니라면 언론에 대한 손해배상을 배척하고 있다. 더 나아가 진실에 대한 오인에 상당성이 있다고 인정되면 위법성을 부정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우후죽순처럼 번지고 있는 검증되지 않은 유사언론의 부정적인 영향도 한몫을 하여 ‘가짜뉴스’로부터 개인 피해구제라는 명목으로 언론중재법 개정이 추진된 배경이다.

여기서는 개정안의 핵심 내용인 징벌적 손해배상 문제에 초점을 맞추어 정치권의 논쟁과는 별도로 법리적으로 문제가 없는지 또 피해구제에 만전을 다 할 수 있는 실효성이 있는지 살펴보도록 한다. 법안 제32조의2 제1항은 허위·조작 보도에 대한 특칙을 표제로 “법원은 언론 등의 고의·중과실로 인한 허위·조작 보도에 따라 재산상 손해를 입거나 인격권 침해 또는 그 밖의 정신적 고통이 있다고 판단될 때 보도에 이르게 된 경위, 보도로 인한 피해 정도, 언론사 등의 사회적 영향력과 전년도 매출액을 적극적으로 고려하여 손해액의 5배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 손해배상액을 정할 수 있다”라고 규정한다. 제2항에서는 “보복적이나 반복적으로 허위·조작 보도를 하는 경우 등” 일정한 경우 고의 또는 중과실이 있는 것으로 추정하는 규정을 두고 있어 증명책임의 전환 규정을 두고 있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는 18세기께 영국의 형사책임과 민사책임이 분리되는 과정에서 민사책임에 형사책임적 요소를 가미하여 실제 발생한 손해보다 더 많은 배상액을 인정하는 방식이다. 미국에서는 1791년 뉴저지주 법원이 징벌적 손해배상을 인정한 이래 대다수의 주 법원에서 이를 받아들이고 있다. 다만 네브라스카 주처럼 일부 소수의 주에서는 징벌적 손해배상을 부정하거나 실손해의 몇 배 수 이내로 매우 제한적으로 인정하는 주도 있다. 미국에서도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남용과 폐해에 대한 의견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고 또 대부분 규정하고 있는 3배 배상에 대한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논거가 궁색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언론보도 피해에 대하여는 ‘actual malice’(진실을 무모하게 무시) 개념을 연방대법원이 창안하여 더욱 엄격한 요건을 요구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오래전부터 경제적 약자 보호와 소비자 피해에 대한 실효성 있는 구제를 위하여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집단소송제도와 맞물려 도입하자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고 그 결과 약 19개 법률에 이미 도입되어 규정되고 있다. 2011년 하도급법을 시작으로 하여 제조물책임법, 대리점법, 가맹점사업법, 개인정보호법, 신용정보법, 정보통신망법, 기간제 근로자 보호법, 디자인보호법, 상표법, 최근의 중대재해처벌법 등이 그것이다. 규정의 형식은 대부분 명백한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행위자에 대한 비난 가능성 및 사안의 중대성을 요건으로 하고 있고 주로 손해액의 3배를 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법원이 정하거나 가해자가 책임을 지는 방식이다. 특이한 것은 소위 기간제법에서는 노동위원회가 배상을 명하도록 하고 있다.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 도입에 대한 민사법적 논의는 30여 년을 넘어선다. 제도의 장점에도 불구하고 규정의 정합성과 실효성 측면에서 민법 개정 논의에서는 번번이 부정되었다. 현재 도입된 특별법의 법제화 과정에서도 제도적 완결성을 도모하거나, 법적 타당성에 근거하기보다는 위법행위에 대한 시민사회의 반감 또는 기업경영에 대한 투명성 제고를 근거로 정책적 요소가 더 많이 작용했음을 부정할 수 없다. 그러다 보니 실무상으로도 징벌적 손해배상 소를 제기한 예가 2006년 창원지법에서 내린 패소판결을 제외하고 거의 없다. 법원에는 그 손해액 확정이 어렵고 또 피해자가 법정에서 다투기에는 우리 소송 구조의 결함으로 인하여 물적·정신적 피해가 막심하기 때문이다.

한편 법안의 징벌적 손해배상 요건이 너무 추상적이고 배상액 결정에서 언론사의 사회적 영향력과 매출액을 고려하라는 것은 누구를 표적으로 한다고 의심받을 만하다. 또 가짜 뉴스를 가장 많이 생산하는 유튜브 등 유사 언론은 그 규제 대상에서 빠진 것도 제도의 취지에 명백히 역행한다. 언론보도 피해에 대하여는 기존의 행정적, 형사적, 민사적 구제에 모자람이 있었는지, 그리고 기존의 징벌적 손해배상 규정은 왜 제대로 작동 못 하고 있는지 그 문제점이 선결돼야 한다. 특히 언론보도 피해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은 민주적 기본질서의 바탕을 이루는 언론의 자유에 대한 침해가 될 수 있으므로 더더욱 신중히 처리해야 한다. 보여주기식이나 분풀이식 입법은 그 저의를 의심케 할 뿐 아니라 그 제도 도입의 취지와 멀어질 뿐이다.

백태승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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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은수 2021-09-16 18:41:46
아무것도 안하는 당신들은 무었을 하였는가? 비판을 하려면 대안을 가져와서 비판해라.. 그짓거리가 소위 법을 공부했다는 사람이 할 태도인가? 당신들은 그게 최선인가? 아누것도 안하고 비판만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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